호르무즈 파병에 '항행의 자유' 강조…남중국해 불똥 튈라

뉴시스 입력 :2020.01.22 11:07 수정 : 2020.01.22 11:08

국방부, 호르무즈 파병 발표하며 항행 자유 언급 美 국방부도 "항행의 자유 보장 돕는 한국 환영" 항행의 자유, 공해서 항행할 수 있는 자유 뜻해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하자 미국이 반발 美는 중국 견제 위해 '항행의 자유 작전' 지속 김한권 "호르무즈와 남중국해 연계 주의해야"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정석환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이 2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실에서 호르무즈 해협에 청해부대 파병 발표를 하고 있다. 2020.01.21.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우리 정부가 아덴만 일대에 파견돼 있는 해군 청해부대를 호르무즈 해협으로 파병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향후 우리 군의 '항행의 자유 작전' 참여 여부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전망이다.

한미 군 당국 모두 이번 파병 발표 과정에서 '항행의 자유'를 언급하면서, 자칫 이번 파병이 남중국해 등 긴장이 고조돼있는 해역에서의 전면적인 협력을 시사하는 것으로 비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석환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은 21일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해부대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공식 발표했다. 정 실장은 그러면서 "이번 결정을 통해 중동지역 일대 우리 국민과 선박의 안전을 확보하는 한편, 항행의 자유 보장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항행의 자유를 언급했다.


이에 발맞추듯 미국 쪽 발표에서도 항행의 자유가 다시 등장했다. 데이비드 이스트번 미 국방부 대변인은 현지시간으로 21일 "우리는 국제해양안보구상(ISMC·호르무즈 호위연합체)을 지원함으로써 중동 내 항행의 자유 보장을 돕는 우리 동맹 한국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스트번 대변인은 또 "이것은 국제적 해결책을 필요로 하는 국제적 문제"라며 한국 정부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이 중동 지역 분쟁에 국한되는 문제는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마크 에스퍼(오른쪽) 미 국방장관과 해리 해리슨 주한미국대사가 15일 오후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기다리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9.11.15since1999@newsis.com
이처럼 한미가 공히 항행의 자유를 강조하자 일각에서는 이번 파병이 미국이 주도하는 '항행의 자유 작전'에의 동참을 선언하는 예고편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항행의 자유란 공해(公海)에서 어느 나라의 군함이나 선박이든지 항행할 수 있는 자유를 뜻한다. 과거 일부 국가가 외국 배의 항행을 허락하면서 항행세를 부과하기도 하고 강제로 해상예식(海上禮式)을 하게 하는 일이 있었지만, 19세기에 국제법상 '공해(해양) 자유의 원칙'이 확립되면서 항행의 자유가 인정돼왔다.

항행의 자유가 다시 논란이 된 것은 중국의 행보 때문이다. 중국은 남중국해 90%가 자국 영역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은 주요 인공섬에 군사시설 등을 구축하며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주변국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중국은 남중국해 내 타 국가의 군사 활동이 자국의 안보 이익과 권리를 침해한다고 본다. 중국은 그러면서 이곳을 통과하는 상선과 군함이 자국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하며 군사 활동도 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이에 미국은 중국의 영유권 주장을 무력화하기 위해 전함 등을 남중국해 주요 해역에 항해시키는 '항행의 자유' 작전을 벌여왔다. 미국은 국제수로인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와 상공 비행의 자유는 준수돼야 하는 국제법 원칙이자 확립된 해양 질서라고 맞서고 있다.

【마닐라=AP/뉴시스】 미국의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 호가 7일 구름 낀 필리핀 마닐라 만에 항구 기항 차 닻을 내리고 정박해 있다. 전날 항모는 필리핀 장성 및 언론인들을 태우고 영유권 분쟁이 심한 남중국해의 국제 수역을 항행하며 마닐라로 내려왔다. 2019. 8. 7.
이 같은 방침에 따라 미국과 동남아 10개국은 지난해 9월초 남중국해 최남단 베트남 수역에서 사상 처음으로 해상 연합훈련을 실시했다. 미국 등은 미국 구축함, 미 해군 포세이돈 정찰기 등을 동원해 선박 추적·나포·수색·해양위협 대처 등 실전 연습을 펼쳤다.

'인도·태평양 전략'을 통해 중국의 해양 진출을 봉쇄하려는 미국으로선 남중국해에서 중국 견제를 게을리 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

중국은 항행의 자유 작전에 강하게 반발한다. 중국은 지난해 연말께 2번째 항공모함인 산둥(山東)함을 가동하며 맞불을 놓고 있다. 이에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지난달 태국, 필리핀, 베트남 등 남중국해 관련 국가들을 잇따라 방문하며 지원 의사를 밝히는 등 대오를 정비하는 모양새다.

이처럼 남중국해에서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이라 향후 미국과 중국의 행보에 따라서 군사적 긴장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이 때 우리 정부는 미국의 동참 요구에 다시금 골머리를 앓을 가능성이 크다.

그간 우리 정부는 박근혜 정부 때부터 "주요 국제 해상교통로인 남중국해에서의 평화와 안정, 항행과 상공비행의 자유가 반드시 보장돼야 하며, 남중국해 분쟁이 관련 합의와 비군사화 공약, 그리고 국제적으로 확립된 행동규범에 따라 해결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남중국해 분쟁에 거리를 둬왔다.

[베이징(중국)=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3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 전 악수를 한 후 회담장으로 향하고 있다. 2019.12.23.since1999@newsis.com
하지만 이번에 우리 정부가 중동 지역 정세 불안을 이유로 호르무즈 해협에 파병을 하면서 그간의 불간섭 원칙이 깨진 셈이 됐다.

나아가 미국이 항행의 자유 작전 참여를 요구할 때 이를 거부할 명분도 부족하다. 남중국해는 세계 연간 교역량의 3분의 1이 통항하는 곳이자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입·교역의 핵심 통로라 호르무즈 해협에 비견될 만한 경제적 요충지다. 미국이 이를 거론하며 참여를 요구할 경우 우리 정부로선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22일 뉴시스와 통화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이 미국 일방의 작전에서 2019년부터 다국적 작전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이미 영국과 프랑스, 일본, 호주 등이 참여 의사를 밝혔고 실제로 실시했다"며 "미국은 한국 등 주요 동맹국과 안보 파트너국에 항행의 자유 작전 참여를 요구해왔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호르무즈 해협이 중동이라 대단히 먼 것처럼 느껴지지만 호르무즈 해협과 남중국해에서 다국적 작전이라는 연계점이 나타날 수 있어서 조심스럽다"며 "호르무즈 해협 파병의 원칙을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 작전에의 참여로 연계시키려는 미국의 모습에 주의 깊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aero@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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