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트럼프, 다보스서 유럽산 자동차에 관세 경고…분쟁 불씨 여전

뉴시스

입력 2020.01.22 10:17

수정 2020.01.22 10:17

트럼프 "공정 합의 안 하면 유럽 자동차에 관세" 므누신은 영국, 이탈리아 디지털세 계획에 경고 미중 2단계 합의서 '관세 완전 철폐' 기대감도 줄여
[다보스=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2020.01.22.
[다보스=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2020.01.22.
[서울=뉴시스] 남빛나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다보스포럼·WEF)에서 여전히 관세를 무기로 내세우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중국과 1단계 무역합의를 이뤘지만 전면적인 관세 철폐까지는 갈 길이 멀고, 유럽과의 분쟁 가능성도 사라지지 않았다고 보인다.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과 1단계 무역합의에 다다른지 며칠 만에 미국이 가장 가까운 동맹국에 관세를 매기겠다고 위협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WEF에서 30분 넘는 연설 동안 미국 경제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고 자화자찬했다.
WSJ과의 별도 인터뷰에서는 미국이 언제든 다른 나라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연합(EU)과 무역협정을 맺지 못하면 600억달러 상당의 유럽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관세를 적용하겠다고 경고했다. 자동차 관세는 유럽과 마찰이 있을 때마다 트럼프 대통령이 꺼내드는 위협 카드다.

그는 "그들(EU)은 공정한 합의를 하지 않을 경우 내가 그들에게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는 점을 안다"고 말했다.

앞서 미 상무부는 외국산 자동차와 부품에 따른 안보위협 보고서를 백악관에 제출했다. 국가안보를 근거로 수입을 제한하거나 고율의 관세를 매기도록 한 무역확장법 232조가 인용됐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외국산 자동차에 25% 고율 관세를 부과할지 발표해야 했지만 6개월 뒤로 결정을 미뤘다. 하지만 지난해 11월에도 관세 여부를 발표하지 않아 관련국들이 긴장하고 있다.

[다보스=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유럽연합(EU)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21일(현지시간)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다보스포럼·WEF)에서 만난 모습.
[다보스=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유럽연합(EU)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21일(현지시간)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다보스포럼·WEF)에서 만난 모습.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도 이날 인터뷰에서 영국과 이탈리아를 향해 디지털세를 추진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그는 "그렇지 않으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를 마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미국과 프랑스는 프랑스의 디지털세로 시작된 관세분쟁을 일단 봉합했다. 프랑스는 올해 말까지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등 미 IT 기업에 대한 디지털세 부과를 연기하기로 했다. 24억달러 규모 프랑스산 수입품에 최고 100% 추가 관세를 매기겠다던 미국도 보복 관세 계획을 유예했다.

일부 미국 관리들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이런 결정을 한 건 프랑스산 와인에 100% 관세를 물리겠다는 미국의 압력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프랑스는 조세회피처를 활용해 법인세를 내지 않은 거대 IT기업이 연간 총매출의 3%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는 법안을 지난해 7월 통과시켰다.

이후 영국과 이탈리아 등 유럽 각지에서 디지털세에 동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영국과 이탈리아가 디지털세를 시행할 경우 미국이 다시 보복 관세에 나서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디지털세 국제 원칙을 논의하기로 했다. 프랑스는 OECD 최종안이 나오는 즉시 독자적인 디지털세를 OECD합의안으로 대체한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OECD 차원의 디지털세 계획에 반대하고 있다.

싱크탱크인 독일 마셜 펀드 소속 전 미 외교관 피터 체이스는 "행정부는 미국과 유럽의 수입 개방에 근본적인 불균형이 있다고 믿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은 단순히 유럽을 설득하는 건 효과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유럽이 이 근본적인 불균형에 대해 생각하도록 강제할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중 1단계 합의 이후 2단계 합의에서 관세가 대거 사라지리라는 기대감도 줄었다.
므누신 장관은 중국과의 2단계 무역 협상이 기존 관세를 모두 철회하는 "빅뱅(big bang)"이 아닐수도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단계 합의가 마지막이며 3단계는 없다고 단언한 바 있다.


이날의 위협들은 향후 몇달, 혹은 몇년 뒤 발생할 경제적 긴장의 예고편일 수 있다고 WSJ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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