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I, 10년만에 최저... 새로운 흐름은 '재배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21 14:08 수정 : 2020.01.21 14:08
전세계 FDI 10년 추이 통계 /출처=UNCTAD

권역별 FDI 10년새 변동 규모/출처=UNCTAD

주요 10개국 FDI 10년 새 격차 /출처=UNCTAD
[파이낸셜뉴스] 미국과 중국간 무역전쟁, 세계경기 둔화 등으로 지난해 전세계 외국인 직접투자(FDI)가 9년만에 최저수준으로 추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FDI 증가로 통계에 잡힌 일부 투자는 기업의 설비투자확대가 아닌 무역전쟁에 따른 관세를 피하기 위한 공급망 재편성 차원의 설비 이전이어서 실제 FDI 감소폭은 더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의 관세를 피하기 위해 공장을 중국에서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이전하는 게 대표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엔무역개발기구(UNCTAD)가 20일(현지시간) 이같은 내용의 전세계 FDI 보고서를 내놨다면서 세계화 퇴조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UNCTAD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FDI는 1조3900억달러로 전년 1조4100억달러에 비해 1% 줄었다. 4년 연속 감소세로 금융위기 충격에 따라 기업들이 해외투자 계획을 대부분 보류했던 2010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지지부진한 FDI 흐름은 미·중 1단계 무역합의에도 불구하고 올해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UNCTAD는 전망했다.

저조한 FDI는 1980년대 이후 폭발적으로 확대됐던 세계화가 탄력을 잃고 있음을 시사한다.

기업들은 1980년대를 기점으로 임금이 낮고 시장이 큰 곳으로 진출하면서 일자리와 생산활동을 해외로 수출하는 FDI를 크게 늘렸지만 이제 이같은 기조가 퇴보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여기에 2년에 걸친 미중 무역전쟁이 지난해 FDI를 끌어내리는데 일조했다. 지난주 양국이 1단계 무역합의에 서명하며 무역전쟁이 휴전에 들어갔지만 불확실성이 가신 것은 아니다. 난항이 예상되는 2단계 무역협상이 불확실한데다 미국과 유럽연합(EU)간 무역전쟁 먹구름도 몰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무역전쟁은 세계화를 통해 구축한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불안감을 높이고 있어 기업들의 해외 투자 역시 주춤하고 있다.

국가안보·기술보호 등을 이유로 다국적 기업 인수합병(M&A)이 까다로워진 것도 FDI가 위축되는 이유다.

UNCTAD는 FDI가 4년 연속 감소한 것도 문제지만 실제 감소 추세는 통계로 드러나는 것보다 더 심각하다고 경고했다.

무역전쟁 여파로 지난해 FDI가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설비확장이라는 측면에서는 FDI가 더 큰 폭으로 줄었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새로 매겨지는 관세를 피하기 위해 설비 이전에 나섰고, 이같은 설비확장이 아닌 이전이 FDI 통계를 부풀렸다는 설명이다.

UNCTAD 투자·기업 부문 책임자 제임스 잔은 "전반적으로 보면 현재 흐름은 투자 확대라기보다는 투자 다변화에 가깝다"면서 "다국적 기업들은 규정 불확실성, 무역긴장으로 인해 글로벌 사업을 대대적으로 확대하기보다는 지정학적 위험을 피하기 위해 재배치를 통해 글로벌 밸류체인을 구조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흐름이 뚜렷한 곳은 아시아다.
미국과 무역전쟁을 치르고 있는 중국의 신규 FDI는 거의 없었던 반면 싱가포르 42%, 인도네시아 12% 등 동남아시아의 신규 FDI는 1770억달러로 전년비 19% 급증했다.

미국도 2018년 2540억달러에서 지난해 2510억달러로 소폭 감소했고, 경기 둔화에 전망도 좋지 않은 유럽은 15% 감소했다.

다만,잔은 올해 세계경제와 지정학적 요인들을 감안할 때 FDI가 크게 확대될 이유가 없지만 현재 FDI가 약 10년만에 최저수준인 터라 급격한 감소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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