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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원우 "유재수 봐주는 게 어떻겠냐"…공범 기소 가능성 커

뉴스1

입력 2020.01.20 14:24

수정 2020.01.20 14:55

조국 전 법무부 장관(왼쪽)과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 뉴스1 자료사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왼쪽)과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 뉴스1 자료사진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무마한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공소장에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김경수 경남도지사,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천경득 총무인사팀 선임행정관 등 정권 실세들의 전방위 구명 청탁 사실이 드러나면서 어느 선까지 공범으로 기소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조만간 검찰 중간 간부급 인사로 예상되는 청와대를 향한 수사팀의 전면교체가 이뤄지게 된다면 이들 여권 핵심인사들에 대한 추가 수사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리는 검찰인사위원회에서는 차장, 부장검사를 중심으로 중간간부급 승진·전보 인사가 논의될 예정이다

이날 회의에서 인사원칙과 기준이 논의된 뒤 다음날(21일) 열리는 국무회의에 법무부가 발표한 직제개편안이 상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차·부장 등 고검검사급의 필수보직기간은 1년이지만 직제·정원 변경이 있는 경우는 예외로 하고 있다. 이에 법무부의 직제개편이 현 정권 겨냥 수사팀 해체를 위한 '우회로'로 활용될지 여부에 눈길이 쏠린다.

감찰무마 사건을 수사한 서울동부지검은 17일 "조국 전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의 유재수에 대한 감찰 과정에서 유재수의 중대비위 혐의를 확인하고도 위법하게 감찰 중단을 지시하고, 정상적인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아 특별감찰반의 감찰 활동을 방해하고, 금융위원회 관계자의 감찰 및 인사 권한을 침해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조 전 장관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서울중앙지법에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에 대한 기소이유를 밝히면서 "다른 관여자들에 대한 공범 여부는 사실관계를 추가로 확인한 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공소장 내용에 따르면,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도 직권남용의 공범이 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공소장에 따르면 백 전 비서관은 조국 당시 민정수석에게 ‘참여정부 인사들이 유재수가 자신들과 가깝고 과거 참여정부 당시 고생을 많이 한 사람이니 봐달라고 한다’는 취지의 청탁과 함께 ‘유재수가 현정부 핵심 요직에 있고 현 정부 핵심 인사들과 친분관계가 깊은데 정권 초기에 이런 배경을 가진 유재수의 비위가 크게 알려지면 안 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또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에게 '(유재수를)봐주는 것은 어떻겠느냐'고 제안했으나 박 전 비서관이 이를 거절하자 사표만 받고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검찰 출신의 변호사는 "백 전 비서관이 단순한 징계사실을 통보한 것이 아니라, 감찰을 중단해야 할 이유를 들어 적극적으로 중단을 제안하고 있기때문에 공범이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부장검사 출신의 변호사도 "백 전 비서관이 이러한 이유가 있어서 유재수의 비위가 알려지면 안 되기 때문에 감찰을 하면 안 된다는 구체적인 내용을 주고받으며 감찰중단 결정에 깊게 관여한 보인다"며 "공범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유 전 부시장의 구명 청탁을 받은 김 지사는 백 전 민정비서관에게 수차례 연락해 '유재수는 참여정부 시절 우리와 함께 고생한 사람이다. 지금 감찰을 받고 있는데 억울하다고 하니 잘 봐달라’는 취지로 부탁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 지사는 또 백 전 비서관으로부터 감찰 진행상황을 파악한 후 유 전 부시장에게 국장직 유지는 어렵다는 답을 주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 전 실장 역시 백원우 민정비서관에게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한 사람으로 나와도 가까운 관계다'라며 유 전 부시장의 구명을 부탁했다.

천 선임행정관은 이인걸 당시 특감반장을 만나 '참여정부에서도 근무한 유재수를 왜 감찰하느냐. 청와대가 금융권을 잡고 나가려면 유재수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며 감찰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검찰 수사결과에 따르면 천 선임행정관도 공범으로 지목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김 지사는 '(유 전 부시장이) 감찰을 받고 있는데 억울하다고 하니 잘 봐달라'는 취지로, 윤 전 실장은 '나와 가까운 관계다'라며 구명을 부탁했다고 알려졌는데, 이는 대단히 부적절한 행동이긴 하지만 결국 최종판단은 민정수석실에서 하게 되므로 어느정도 여지가 있다"며 "그러나 검찰의 조사대로 천 선임행정관이 '청와대가 금융권을 잡아야하기 때문에' 유 전 부시장이 필요하고, 그래서 감찰을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면 앞의 두사람과는 책임을 져야하는 무게가 완전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한편, 검찰은 서울동부지법이 아닌 서울중앙지법에 기소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 "동부지법에 관할이 없고, 조국 전 장관 측에서도 중앙지법에 기소해줄 것을 요청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 전 장관의 자택은 서초구로, 서울중앙지법 관할에 속한다. 형사소송법 제4조는 '토지관할은 범죄지, 피고인의 주소, 거소 또는 현재지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서울동부지검이 수사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바로 기소할 수는 없기 때문에 사건은 중앙지검으로 보내진 후 수사검사인 이정섭 부장검사가 중앙지검에 파견되어 기소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다만, 검찰 관계자는 "이 부장검사가 직접 공소유지를 할지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19일 양석조 대검 반부패·강력부 선임연구관(차장검사)은 직속 상사인 심재철 대검 반부패·강력부장(검사장)에게 "조 전 장관이 왜 무혐의냐" "조 전 장관 변호인이냐"며 몇분간 목소리를 높인 사실이 알려졌다.

추미애 법무부장관 취임 이후 이뤄진 첫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서 검사장으로 승진, 신임 반부패·강력부장에 임명된 심재철 검사장이 조 전 장관이 무혐의라는 의견을 밝혀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조만간 단행될 예정인 차장, 부장검사급 인사에서 검찰이 청와대를 향한 수사동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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