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신격호 별세] 빈소를 찾은 가족들 화해 분위기

김성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20 13:20

수정 2020.01.20 15:09

-신동빈.신동주 함께 조문 받아
-신동원 농심 부회장도 빈소 찾아 
[파이낸셜뉴스] 롯데그룹 창업주 신격호 명예회장이 세상을 떠나며 다사다난했던 가족사가 주목받고 있다.

신격호 명예회장이 세상을 등진 19일 밤 30여명의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경영권 분쟁을 일으키며 갈등을 빚어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은 물론, 두 번째 아내 시게미쓰 하츠코 여사, 신준호 푸르밀 회장 등이 함께 자리했다. 특히 지난 수십 년간 왕래없이 지내온 신춘호 농심 회장의 장남 신동원 부회장도 자리를 찾아 눈길을 끌었다.

19일 저녁 8시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롯데그룹 신격호 창업주 장례식 초례에 가족들이 참석해 절을 하고 있다. 단상을 보고 앞줄 왼쪽부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준호 푸르밀 회장,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19일 저녁 8시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롯데그룹 신격호 창업주 장례식 초례에 가족들이 참석해 절을 하고 있다.
단상을 보고 앞줄 왼쪽부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준호 푸르밀 회장,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신춘호 회장 장남 신동원 부회장 조문
농심은 둘째 남동생인 신춘호 회장이 신 명예회장과 라면사업을 두고 갈등을 벌인 끝에 설립한 회사다. 1962년 일본 롯데 이사를 지내는 등 신 명예회장을 가까이서 돕던 신춘호 회장이 1965년 한국으로 돌아와 설립한 롯데공업이 전신이다.

당시 신 명예회장이 격하게 반대했지만 신춘호 회장의 사업 의지를 꺾지 못했다는 설이 널리 알려져 있다. 이후 신 명예회장이 주최하는 가족행사나 신춘호 회장의 고희연 등도 서로 찾지 않았다. 사실상 의절한 셈이다.

형제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었지만 농심의 라면사업은 크게 성공했다. 신라면·안성탕면·짜파게티·육개장·너구리 등 한국을 대표하는 라면이 줄줄이 탄생했다. 롯데는 유통과 제과 및 음료를, 농심은 식품업에 치중하며 경계가 분명했지만 사업이 확장되며 양사의 경계가 불분명할 때도 있었다. 롯데가 삼양식품·한국야쿠르트와 손잡고 두 차례 라면을 출시했을 때나, 농심이 유통업체인 메가마트를 인수해 투자에 나섰을 땐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롯데그룹 창업주 신격호 명예회장 사진
롯데그룹 창업주 신격호 명예회장 사진

■막내 동생들과는 법정 다툼도
19일 빈소를 찾은 신준호 푸르밀 회장은 오랫동안 신 명예회장의 신임을 받았다. 롯데건설과 롯데제과 대표이사를 지냈고 롯데햄·우유 부회장을 역임했다. 하지만 1996년 부동산실명제 여파로 형제 사이는 급격히 악화됐다. 신 명예회장이 신준호 회장 명의로 돌려놓았던 서울 양평동 롯데제과 부지에 대해 신준호 회장이 소유권을 주장한 것이다. 법정까지 간 형제의 싸움은 신 명예회장의 승리로 끝났다.

반기를 든 신준호 회장은 그룹 내 모든 직위에서 해임됐고 2007년 롯데그룹에서 분할된 롯데우유 회장으로 독립했다. 롯데그룹이 브랜드 사용을 금지하자 2009년 사명을 푸르밀로 바꿨다.

형제간 소송은 이뿐만이 아니다. 막내 여동생 신정희 동화면세점 부회장도 롯데그룹과 소송전을 치렀다.
롯데그룹이 2007년 일본JTB와 합작해 롯데JTB를 설립하며 신정희 부회장 남편이 운영하던 롯데관광개발에 로고를 쓰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현재 롯데관광개발은 로고 없이 사명만 쓰고 있는 상태다.


이후 신정희 부회장은 동화면세점이 갖고 있던 지분 일부를 롯데의 경쟁사인 신라면세점에 매각하는 등 롯데그룹과 긴장관계에 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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