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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미중 무역합의 복잡한 셈법…대중 대두 수출 100억달러 사라지게 돼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19 15:13

수정 2020.01.19 15:13

[파이낸셜뉴스] 미국과 중국간 '1단계 무역합의'를 두고 브라질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당장 중국 시장을 잃게 된 브라질 농업계는 심각한 타격을 걱정하고 있지만 정부는 대안이 있을 것이라며 좀 더 느긋하다.

또 브라질 경제 전체로는 신흥시장 디스카운트가 완화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다시 유입되며 활기를 띨 것으로 정부 관계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중 무역전쟁 틈바구니에서 미국의 대중 농산물 수출시장을 통째로 집어삼켰던 브라질이 1단계 무역합의로 그 시장을 송두리째 빼앗길 위험에 몰린 가운데 분석가들과 정부 관리들 간에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시장은 일단 부정적이다. 미국을 대신해 중국 대두 수입시장을 장악했던 브라질이 15일 미중 합의로 이 시장을 모두 잃게 생겼기 때문이다.
중국은 내년까지 미 농산물 320억달러어치를 포함해 모두 2000억달러 규모의 미국 재화·서비스를 구매하기로 합의했다.

중국이 미국산을 수입하면서 브라질산 수입을 중단하면 브라질 수출 가운데 100억달러가 줄고, 재고는 4배 급증할 것으로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예상하고 있다.

MD상품에 따르면 2018년 브라질 전체 대두 수출의 83%가 중국으로 향했다. 2016년 74%에서 10%포인트 가까이 증가했다. 반면 중국에 이은 2, 3위 대두 수출시장인 스페인과 태국으로의 수출 비중은 각각 3%에도 못미쳤다.

MD 상품의 페드로 데니카 파트너는 "만약-다시 만약이지만- (미중간) 합의규모가 현실화하면 물론 이는 브라질 수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2020년 하반기에 브라질에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데니카는 "미중이 합의를 고수하면, 중국은 미 대두를 상당량 수입하게 된다"면서 "이렇게 되면 브라질은 외톨이가 돼 연말 1000만t이 넘는 대두 재고를 쌓아두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제분석업체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중남미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르코스 카자린도 지난해 100억달러어치가 늘었던 브라질의 대중 수출이 위험에 빠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 대부분은 농산물 수출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최악의 시나리오에서는 중국이 브라질산 수입을 100억달러 줄이게 되고, 그렇게 되면 브라질 전체 수출이 4% 감소하는 충격이 뒤따르게 된다"고 우려했다.

중국은 브라질 최대 교역파트너로 농산물, 철광석, 석유를 브라질에서 사들이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이 우려하고 있는 것과 달리 정부 관계자들의 분위기는 좀 더 생기를 띠고 있다.

블라비오 베타렐로 브라질 농무부 차관은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작황 악화에 몰린 미국이 당장 중국의 막대한 대두 수입물량을 감당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데다 설령 중국 시장을 미국에 송두리째 내준다 해도 가격을 좀 낮추더라도 미국이 빠지게 될 제3국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결국 브라질은 중국으로 방향을 틀면서 더 이상 미국이 공급하지 않아 공백이 생긴 제3 시장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엘버 바랄 전 외교장관도 중국과 제3 시장을 놓고 미국과 교대하면 그 뿐이라면서 대두 생산에는 전혀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다만 중국이 빠지면서 미국이 그랬던 것처럼 가격 하락은 감수해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더 크게는 신흥시장 불확실성이 완화되면서 브라질 경제에도 불게 될 순풍을 브라질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베타렐로 차관은 "(미중)합의는 안정성을 가져오게 되고, 이는 간접적으로나마 브라질에도 유리한 환경을 만들게 된다"면서 "앞으로 수개월 안에 변동성이 누그러들고, 기업환경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브라질은 올해 미국의 기상악화에 따른 대두 작황 악화로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대두 생산국이 될 전망이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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