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월드리포트

[차이나 톡] 中 정부의 경제통계 부풀리기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17 18:27

수정 2020.01.19 16:10

국제부 정지우
국제부 정지우
중국이 2019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발표했다. 6.1%다. 1989년 톈안먼 유혈사태의 여파가 이어지던 1992년 39% 이후 최저의 성적표다. 그래도 중국 정부의 당초 목표치 6.0~6.5%대에는 가까스로 진입했다.

중국 안팎의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때 5%대까지 추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하지만 미·중 무역분쟁의 실타래가 풀릴 조짐을 보이고 중국 정부도 적극적인 재정투자와 통화정책을 펴면서 낙관적으로 보는 시선도 하나둘 늘어났다.

하지만 뒤끝이 개운하지 않다. 여러 가지 생각이 남는다. 중국 정부가 건네준 6.1%라는 수치를 과연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느냐는 의구심이다.

관영 중국중앙방송(CCTV)이 지난 16일 보도한 각 지방정부의 작년 경제성장률을 보자. 베이징 6.0~6.5%를 비롯해 집계에 활용된 26개 지방정부 가운데 최저치가 6.0%에 못 미치는 지방정부는 4곳뿐이다. 일부 지방정부는 7.0%, 8.0%를 넘어 9.0%, 10.0%까지 달성했다고 밝힌 곳도 있다. 상당수가 6.0%에서 7.5% 사이다.

26개 지방정부의 2019년 GDP 성장률을 모두 더하면 168.8%가 된다. 가장 최저치를 합친 숫자다. 이를 26으로 다시 나누는 단순 계산을 하면 6.5라는 수치가 나온다. 지방정부의 GDP 합계가 이날 중국 정부가 밝힌 GDP 6.1%보다 0.4%포인트 더 높다.

중국 정부의 경제지표가 부풀려졌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중국은 지방정부에서 올라오는 수치를 가지고 성장률을 집계한다. 고의가 아니더라도 지방정부에서 통계를 작성할 때 물량이나 가격의 선택을 조금만 달리하면 전체 중국의 수치가 왜곡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미 작년에도 중국이 GDP 규모를 18% 뻥튀기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되기도 했다. 미국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는 '중국 국가통계에 대한 과학적 검토'라는 보고서에서 2008~2016년 중국 GDP 관련 자료를 조사해봤더니 이 기간 중국 명목GDP와 실질GDP 성장률이 각각 연평균 1.7%포인트, 2.0%포인트 과대평가됐다고 주장했다.

이를 인정한 사례도 있다. 닝지저 중국 국가통계국장은 2016년도에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현재 일부 지방의 통계가 조작됐고 통계 규정을 위반하는 사기와 기만이 때때로 일어나고 있다"고 시인했었다.

GDP만 놓고 보면 산업분류가 아직 국제기준과 다른 탓에 누락된 부분이 많다는 얘기가 있다. 개선되고 있긴 하지만 아직 중국 정부의 통계수립 능력 자체가 국제 수준에 따라가기 이르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제기준이 수시로 변하는데, 중국 입장에선 이를 맞추기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 역시 들린다. 승진의 잣대가 되는 지방 지도자 실적이 지방 경제성장률에 달려 있으므로 조금씩 자신에게 유리한 숫자를 끌어다 쓴 것 같다는 지적도 있다.

한 전문가는 "중국의 통계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정부의 발표에만 그치지 말고 은행 신규대출, 전기 사용량 등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그만큼 알쏭달쏭한 중국 통계라는 의미다.

반면 이 같은 이유 등은 중국 GDP 특성이기 때문에 우리의 잣대로 '통계조작'이라고 치부해선 안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중국이 2013년부터 국제기준을 준용하기 시작했고 통계의 추세도 다르지 않은 만큼 세계 수준으로 올라올 수 있도록 지켜봐야 한다는 논리다.


다만 통계는 어느 나라든 그 나라의 현재 상황을 파악하고 향후를 대비할 수 있는 근본 토대가 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어떤 이유든, 이를 입맛에 맞게 손을 봤다면 정부에 대한 신뢰 전체를 흔드는 것이다.
한국도 한때 통계 논란에 고충을 겪은 국가다.

jjw@fnnews.com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