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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양자 합의에 EU 등 쏟아지는 우려... "국제 무역질서 혼란"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17 14:34

수정 2020.01.17 14:55

필 호건 유럽연합(EU) 무역 담당 집행위원(오른쪽).로이터뉴스1
필 호건 유럽연합(EU) 무역 담당 집행위원(오른쪽).로이터뉴스1


[파이낸셜뉴스] 세계 1·2위 경제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국제 무역규범과 동떨어진 양자 합의로 무역전쟁을 마무리하면서 다른 국가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특히 미·중 모두와 무역 갈등을 빚고 있는 유럽연합(EU)은 이번 합의가 국제무역기구(WTO) 원칙에 맞지 않으면 소송까지 가겠다고 경고했으며 브라질 등 중국의 다른 무역상대들 또한 미국을 특별 대우하는 중국의 태도에 걱정하는 분위기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날 서명식을 거친 미·중의 '1단계 무역합의'가 세계적으로 통용되던 무역 분쟁 해결 방식을 위협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합의를 통해 향후 2년간 2000억달러(약 231조원) 의 미국 제품을 수입하고 지식재산권 보호, 기술 이전 강요 금지, 시장개방 확대 등 각종 경제 개혁을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그 대가로 중국에 적용하는 보복관세를 완화하기로 했다.

WSJ는 양측이 18개월간의 무역전쟁을 끝내면서 독자적인 방식을 썼다고 지적했다.
WTO가 사용하는 분쟁 해결 절차는 당사국 양측이 국제적인 중재기구를 마련하고 해당 기구가 양측 기업들의 불만을 접수, 전문가 패널이 구속력 있는 결정을 내리는 방식이다. 그러나 2017년 출범부터 WTO의 다자간 해결 방식을 반대했던 미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이번 합의에서 중재기구를 뺐다. 양측은 합의 위반이 발생하면 직접 협상을 진행하고 해결되지 않을 경우 바로 제재를 시행하기로 했다. 관계자에 의하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앞서 기업인들과 회동에서 "내가 믿는 유일한 중재자는 나 자신 뿐이다"고 말했다. 미 시러큐스 대학의 마리 러블리 경제학 교수는 이러한 방식이 "WTO를 면전에서 크게 모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장 지난해부터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EU는 이번 합의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미 싱크탱크 폴슨연구소의 데보라 레흐 중국 전문가는 미·중간 직접 협상 방식이 작동하면 "유럽도 비슷한 것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렇지 않으면 EU가 손해를 본다"며 세계적으로 협정 이행을 위한 직접 협상·제재 방식이 확산된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필 호건 EU 무역 담당 집행위원은 16일 인터뷰에서 미·중이 자유무역이 아닌 "관리무역"을 하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합의 내용을 분석해 보고 만약 WTO 규정을 거스르는 문제가 있을 경우 제소하겠다"고 말했다.
호건 위원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미국제일주의'가 "세계 무역체계에 위기를 초래하는 강력한 압박에 동조했다"고 밝혔다. 같은날 주중 EU상공회의소의 오에르그 우트케 회장은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를 통해 중국이 이번 합의로 미국산 제품을 더 사들이면 중국과 교역하던 다른 국가들이 손해를 본다고 주장했다.
그는 앞으로 중국이 "브라질 대두나 호주 및 카타르산 천연가스, 인도 석탄, 유럽 항공기를 덜 살 수도 있으며 이는 시장 왜곡이다"라고 강조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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