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미중 무역합의, 글로벌 분쟁 조정 방식 뒤집어…WTO 역할 사라져

뉴시스

입력 2020.01.17 13:00

수정 2020.01.17 13:00

트럼프 행정부 WTO 절차 철처히 외면 중국 합의 파기하지 않는 한 WTO 통해 분쟁 해결할 기회 없어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류허 중국 중앙정치국 위원 겸 부총리가 15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미중 1단계 무역 합의안에 서명 후 악수하고 있다. 합의안에는 중국이 앞으로 2년에 걸쳐 2000억 달러(약 231조 6000억 원)어치의 미국산 상품을 추가로 구매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2020.01.16.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류허 중국 중앙정치국 위원 겸 부총리가 15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미중 1단계 무역 합의안에 서명 후 악수하고 있다. 합의안에는 중국이 앞으로 2년에 걸쳐 2000억 달러(약 231조 6000억 원)어치의 미국산 상품을 추가로 구매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2020.01.16.
[서울=뉴시스] 권성근 기자 = 미국과 중국 간 1단계 무역합의는 글로벌 무역 분쟁을 조정하는 기존의 방식을 뒤엎었으며 이로 인해 세계무역기구(WTO)와 같은 국제기구들의 역할이 더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통적으로 무역합의는 중재에 의해 시행되며 국가 또는 기업이 불만을 제기하면 전문가 패널이 구속력 있는 결정을 내린다.
이는 세계 무역재판소 역할을 하는 WTO가 취하는 방식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WTO 분쟁해결기구 패널이 미국의 주권을 침해하고 무역법을 따르지 않는다며 이같은 절차에 매우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WTO는 미국이 WTO 분쟁해결기구 최종심을 담당하는 상소기구 위원 선임에 계속 반대하면서 1995년 출범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으며 상소기구의 기능은 마비됐다. 이로 인해 북미자유협정(NAFTA)을 대체할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협상에서도 WTO는 중재자 역할을 하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최근 기업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내가 믿는 유일한 중재자는 나 자신이다"라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협상은 3단계 과정을 거친다. 미국은 중국이 1단계 무역합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중국에 대한 관세를 다시 높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중국이 합의 사항을 이행하도록 계속해서 압력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으로서는 합의를 파기하지 않는 한 WTO를 통해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중국 무역 전문가인 매리 러블리 시라큐스 대학 교수는 새로운 시스템은 WTO에 경고등이 켜진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결정권자는 대통령과 상의하는 무역대표부 대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의 미국 고위 관리는 "중국으로서는 합의 이행이 이득이라고 생각할 것으로 본다"라며 "이번 합의는 그들이 WTO를 통해 우리에게 보복하거나 도전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고안됐다"고 밝혔다.


새로운 시스템이 미국의 의도대로 작동하면 다른 국가들도 중국에 대해 비슷한 요구들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WSJ은 전했다.

미국 시카고 소재 폴슨 연구소의 중국 전문가인 데보라 레흐는 "1단계 무역 합의는 세계 무역 시스템을 다시 만들고 여러 가지 일방적인 집행 매커니즘이 등장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레흐는 "유럽인들도 똑 같은 요구 조건들을 내걸 것으로 본다"며 "그렇지 않으면 그들은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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