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중로]

사자성어에 담은 중기인의 마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16 17:15 수정 : 2020.01.16 17:15
'암중모색(暗中摸索)'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어둠 속에서 손으로 더듬어 찾는다는 뜻으로 어림짐작으로 추측하거나 당장은 해결점이 보이지 않는 막연한 상태에서 해법을 찾는 것을 말한다. 힘든 상황을 어떻게든 극복해 나가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이 사자성어는 중소기업인들이 2020년을 전망하며 결정한 것이다.
많은 기대와 희망을 안고 출발하는 연초와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나 현재 중소기업인들의 마음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기도 하다.

매년 중소기업중앙회가 내놓는 사자성어를 통해 볼 수 있는 중소기업인들의 체감경기는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2018년 중기중앙회가 제시한 사자성어는 '호시우행(虎視牛行)'이었다. 호시우행은 눈은 호랑이처럼 예리하게 유지하면서 행동은 소처럼 부지런한 모습을 의미한다. 대내외 환경은 불확실하지만 신중하고 흔들림 없이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지난해 중소기업인들의 마음을 표현한 사자성어는 '중석몰촉(中石沒鏃)'이었다. 쏜 화살이 돌에 깊이 박혔다는 뜻으로 정신을 집중해서 전력을 다하면 어떤 일에도 성공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밝고 희망차게 새로운 해를 맞이하기보다는 정신을 집중하고 전력을 다해야 1년을 버틸 수 있다는 현실의 벽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현재 중기인들의 체감경기는 최악이다.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중소기업 경기전망지수는 81.3이다. 이는 지난해보다 1.9포인트 떨어진 수치이자 조사가 시작된 이후 최저 수준이다. 올해 인재채용에 나서겠다고 답한 기업은 9.6%에 불과하고 설비투자와 기술개발 투자계획이 있는 기업은 8.4%, 7.8%에 그쳤다. 미래를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하기보다는 현재를 버티겠다는 기업이 대다수인 것이다.

문재인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중소기업 중심의 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시키고, 다양한 정책을 통해 대기업 중심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본의 수출제한조치 이후로는 소재, 부품, 장비 등 이른바 '소부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중기부는 물론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전방위적으로 지원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공격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중기인들의 체감경기는 좋아지지 않고 있다. 중기 현장에서는 정책은 많이 나오지만 정작 현장의 목소리는 듣지 않는다고 불만을 표하고 있다. 여러가지 지원책이 나오고 있지만 실제 필요한 것은 많지 않고 지원도 늦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 중기 관계자는 "정부 발표와 언론 등을 통해 보면 분명 상황이 나아져야 하는데 현실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면서 "적기에 적절한 곳에 지원이 이뤄지도록 절차적인 부분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원책, 당연히 중요하다. 그러나 지원책이 제대로 효과를 보려면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물론 더욱 세밀한 작업이 필요하다. 정부가 중기인들의 마음을 읽고 진행한다면 2021년 사자성어는 더 긍정적인 내용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말로만 하는 정책을 유지한다면 2021년 중기인들의 마음을 대표하는 사자성어는 '첩첩산중(疊疊山中)' 등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kkskim@fnnews.com 김기석 산업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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