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웅 사표發 '댓글 검란'…배경엔 힘 잃은 형사부

뉴스1 입력 :2020.01.16 14:29 수정 : 2020.01.16 20:06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6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2020.1.16/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손인해 기자 = 청와대 관련 의혹 수사를 지휘하던 고위 간부의 좌천성 물갈이 인사 이후 담담했던 검찰 내부 분위기와 달리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 통과에 반발해 사의를 표명한 김웅 법무연수원 교수(49·사법연수원 29기)의 글에 폭발적 댓글이 달리면서 내부 분위기가 달라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검찰에 따르면 대검 미래기획·형사정책단장으로서 검경수사권 조정 대응 업무를 맡았던 김 교수는 지난 14일 '사직설명서'라는 글을 통해 사의를 표하면서 검경수사권 조정 등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에 관해 비판했다.

이 글에는 전날까지 600개 가까운 댓글이 달렸는데, 대부분 검사들이 남긴 것이라고 한다. 통상적 사직 인사글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숫자로 검사 수가 2200여명임을 감안하면 4분의 1 가까이 동조 의사를 밝힌 셈이다.


댓글 대부분은 표면상 김 교수의 사직에 안타까움을 표현하는 글이다. 다만 김 교수가 평소 검경 수사권 조정에 반대의 뜻을 밝혀왔고 해당 글에서 "이 거대한 사기극에 항의하기 위해 사직합니다"라고 밝혔음을 감안하면 직·간접적으로 글 내용에 동의한 것으로 풀이된다.

댓글 중에는 '가슴에 와닿는 최고의 명문' '글에서 진심과 우려가 느껴져 비통하고 답답하다' '잊어버리지 싶지 않아 계속 읽었다' 등 직접 동의 의사를 밝히는 내용도 있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 추진에 관해 의견 표현을 자제해왔지만,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 통과 이후 이를 비판하는 김 교수의 글의 댓글을 통해 불만이 표출된 것이란 시각도 있다.

지역의 한 부장검사는 "공개적으로 입법사항에 관해 구체적 의사 표시를 자제해 왔는데, 김 교수의 글을 계기로 제도나 방식에 관한 의사를 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인해 경찰은 물론 검찰 출신들이 퇴직 후 변호사 시장에서 '몸값'이 오를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 변호사는 "경찰 수사 재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법무법인에서 경찰 출신을 선호할 것"이라면서 "경찰에서 '무혐의'로 보고 종결한 사건에 관해 검찰이 재수사요청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검찰 출신 변호사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전망에도 물갈이 인사 때보다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 이후 더 민감한 반응이 나오는 것은 수사권 조정이 검찰 대다수를 이루는 형사부 소속 검사들의 업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검경수사권 조정안의 주요 내용은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에 1차 수사종결권을 부여하는 것인데 이는 경찰에 수사지휘권을 행사해왔던 형사부 검사들의 권한 축소를 의미한다.

형사부 검사들은 경찰이 수사지휘를 받지 않고 임의로 수사를 종결할 경우 초동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사건이 지연되거나 증거가 사라지는 등 수사부실을 염려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결국 국민들이 피해를 입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다.

경찰에 대한 사법적 통제를 위해 재수사 요청 등 보완장치가 마련돼 있지만 이미 초동수사가 부실하게 이뤄졌을 경우 재수사를 통해 복구하기 어렵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정부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등 전 정권 수사 당시 특별수사부 출신을 중용하며 형사부가 상대적으로 소외됐는데, 현 정권으로 수사대상이 바뀌자 직제개편 등을 통해 형사부를 강화하겠다면서 정작 형사부의 힘을 빼는 법안이 통과된 데 따른 반발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검경 수사권 조정의 경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비해 여야 간 이견이 적어 오래 전부터 통과가 예상됐던 만큼 국회의 뜻을 존중하고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전해진다. 집단 반발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검사는 "허탈하지만 우리가 반성해서 좋은 제도를 만들어가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검사들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검사는 "김 교수는 검경 수사권 조정 업무를 담당해 사의가 항명을 의미한다"면서도 "남은 검사들은 사퇴하기보다 바뀐 체제의 잘못된 점을 보완하고 바로 잡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총장도 전날 검찰개혁추진단을 구성해 개정 법률에 따른 새로운 업무 시스템 설계와 검찰권 행사 방식 및 수사관행 개선, 관련 법률 및 하위법령 제·개정,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 정비, 외부기관 협력 업무를 담당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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