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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호르무즈 기여' 압박…연합체 아닌 단독 파병이 해법 될까

뉴스1

입력 2020.01.16 07:30

수정 2020.01.16 07:30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1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 팰로앨토의 포시즌 호텔에서 열린 한미 외교장관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외교부 제공) 2020.1.15/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1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 팰로앨토의 포시즌 호텔에서 열린 한미 외교장관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외교부 제공) 2020.1.15/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27일 부산작전기지에서 청해부대 31진 왕건함이 출항하고 있다. 청해부대 31진 왕건함은 함정 승조원을 비롯해 특수전(UDT)장병으로 구성된 검문검색대와 해상작전헬기(LYNX)를 운용하는 항공대 장병 등 300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청해부대 30진 강감찬함과 1월 중순에 임무를 교대하여, 2020년 7월까지 약 6개월 동안 파병임무를 수행한다. (해군 작전사령부 제공) 2019.12.27/뉴스1
27일 부산작전기지에서 청해부대 31진 왕건함이 출항하고 있다. 청해부대 31진 왕건함은 함정 승조원을 비롯해 특수전(UDT)장병으로 구성된 검문검색대와 해상작전헬기(LYNX)를 운용하는 항공대 장병 등 300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청해부대 30진 강감찬함과 1월 중순에 임무를 교대하여, 2020년 7월까지 약 6개월 동안 파병임무를 수행한다.
(해군 작전사령부 제공) 2019.12.27/뉴스1

(서울=뉴스1) 민선희 기자 = 미국이 우리 정부에 호르무즈 해협 공동방위 참여를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호르무즈 파병 압박이 점점 노골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란과의 관계와 교민 안전까지 고려해야 하는 우리 정부의 고민은 깊어지고있다.

외교부 당국자에 따르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14일(현지시간) 미국 팰로앨토에서 열린 한미외교장관회담에서 모든 국가가 공동의 노력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이나 중동 정세 안정에 기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호르무즈 해협 정세가 불안정해지면 유가가 상승하고, 국제경제 전반에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모든 나라가 나서야 한다는 취지다.

폼페이오 장관이 '모든 나라'라고 언급하기는 했으나 해당 발언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만난 한미외교장관회담자리에서 나왔음을 감안하면, 사실상 우리 정부에 호르무즈 파병을 요구한 것으로 읽힌다.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도 최근 KBS와의 인터뷰에서 "한국도 중동에서 많은 에너지 자원을 얻고 있다. 저는 한국이 그곳에 병력을 보내길 희망한다"면서 미국이 주도하는 중동 호르무즈해협 호위 연합체에 한국군의 동참을 희망한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폼페이오 장관의 말대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국제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장은 클 것으로 보인다. 미 CNBC는 애널리스트들을 인용해 호르무즈 해협이 완전히 봉쇄되면 현재 배럴당 50달러 후반에서 60달러 중반에 형성돼 있는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기준 하루 약 2100만배럴의 원유가 이 해협을 통과했는데 이는 전세계 하루 석유 소비의 약 21% 수준이다.

파급력이 상당한 탓에 이란 입장에서도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부담스러운 카드다. 이란은 과거 이란-이라크 전쟁 때와 미국의 추가 제재 표명에 호르무즈를 봉쇄하겠다고 위협한 적은 여러 차례 있지만 실제로 이를 실행한 적은 없다.

미국의 입장에서도 자국 유조선 보호를 통한 안전한 원유 수송로 확보도 중요한 문제다. 뉴욕타임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5월 네 척의 유조선이 공격을 받아 이란과의 긴장이 급격히 고조됐고 이때 존 볼턴 당시 국가안보보좌관이 술레이마니 장군 제거를 심각히 고려했다고 한다. 이같은 맥락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유조선 보호를 위한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와 함께 연합체 구성을 우방국에 요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 장관은 폼페이오 장관의 요구에 대해 지역 정세 안정을 위한 국제적 노력에 기여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석유 관련 제품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기 때문에 이 지역의 안정이 우리에게도 매우 중요하지만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 기업 보호도 생각해야하고 이란과의 관계도 고려해야한다는 설명이다. 이에 유사시를 대비해 단독 파병을 통해 대(對) 이란 관계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우리의 에너지 수송은 우리가 보호하는 방안이 적합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문재인 대통령도 신년 기자회견에서 "호르무즈 파병 문제는 여러가지 복잡한 문제가 얽혀있다"며 "현지에 진출한 교민과 기업의 안전, 에너지 수송, 한미동맹, 이란과의 외교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현실적인 방안을 찾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일각에선 우리 정부가 이란과의 관계를 고려해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해양안보구상(IMSC)에는 불참하고 독자 군사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다음 달부터 강감찬함과 교대해 아덴만 해역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청해부대 31진 왕건함이 호르무즈 해협으로 임무지를 옮기는 방안이 유력하게 꼽힌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도 지난 9일 비공개 기자 간담회에서 "청해부대 활동 (목적) 안에 '우리 국민의 안전 보호'도 들어있다"며 청해부대를 활용한 파병을 시사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 국회에서 통과된 청해부대의 파견 연장안에는 '유사시 우리 국민 보호 활동 시에는 지시되는 해역을 포함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어 유사시 국회 동의 없이 다른 해역으로의 파견이 가능한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이 경우 정부는 이란에게 노골적으로 미국 편에 서서 활동한다는 인식을 주지 않고, 한국 선박을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점을 강조할 수 있다.
또한 파병을 강력히 원하는 미국에는 저들의 요구에 호응했다는 명분도 쌓을 수 있어 한미 간 파열음을 줄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리 정부는 이번 회담 내용을 종합해 오는 16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호르무즈 파병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강 장관은 한미외교장관회담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미측 구상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어떤 나라가 참여하고 있는지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들었다"며 "이번 대화는 우리 NSC 논의를 진전시키는 데서 상당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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