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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윤석열, 인사 프로세스 역행"..법무부 징계착수 힘 실어주나

조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14 11:52

수정 2020.01.14 13:33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0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 참석해 취재진 질문을 들으며 물을 마시고 있다. 사진=뉴시스화상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0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 참석해 취재진 질문을 들으며 물을 마시고 있다. 사진=뉴시스화상
[파이낸셜뉴스] 지난 8일 단행된 검찰 고위직 인사 후폭풍이 거센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이 검찰 인사 의견을 개진하라는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지시를 어겼다며 윤 총장을 우회적으로 질타했다. 문 대통령은 다만 인사대응 만으로 윤 총장을 평가하고 싶지 않다며 여전히 신임한다는 자세를 보였다. 하지만 검찰 안팎에선 행정부 수반이 인사과정에서 불거진 논란에서 징계권이 있는 장관의 손을 사실상 들어준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수순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14일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은 윤 총장의 직무를 평가해 달라는 질의에 “어떤 사건에 대해 선택적으로 열심히 수사하고 어떤 사건은 제대로 수사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수사의 공정성에 오히려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게 될 것”이라며 “요즘 일어나고 있는 많은 일들은 검찰 스스로가 성찰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등 청와대를 겨냥해 진행되는 수사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고위직 인사가 윤 총장의 수족을 잘라내는 인사라는 시각에 대해선 “인사권은 장관과 대통령에게 있다. 검찰 수사권이 존중돼야 하듯이 장관과 대통령의 인사권도 존중돼야 한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보도에 의하면 법무부 장관이 먼저 인사안을 만들어 보여줘야만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고 했다는 것인데, 그것은 인사 프로세스에 역행되는 것”이라면서 “인사에 관해 의견을 말해야 할 총장이 제3의 장소에서 명단을 가져와야만 할 수 있겠다라고 한다면, 그것도 인사 프로세스에 역행되는 것”이라며 ‘명령을 거역했다‘는 추 장관의 입장과 궤를 같이 했다.

이번 논란의 발단은 지난 8일 오전 11시 검찰인사위원회 회의다. 법무부는 당시 회의 시작 30분 전 “장관실에 와서 검찰 인사에 대한 의견을 내라”는 추 장관 지시를 윤 총장이 어겼고 이를 항명으로 본다. 검사징계법상 징계 사유에도 해당하는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거나 게을리 했다’는 것이다. 추 장관은 자신의 정책보좌관에게 징계 관련 법령을 찾아놓으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반면 검찰은 “회의 30분 전 호출은 요식 절차이며 법무부가 사전에 인사안도 보내오지 않았다”며 “인사의 시기·범위·대상·구도 등에 대해 법무부가 전혀 내용을 알려오지 않은 상황이므로 대검에서 인사안을 먼저 만드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인사논란) 한 건으로 윤 총장을 평가하고 싶지 않다”며 재신임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대통령이 총장에 대해 ‘인사절차 역행‘이란 규정을 내린 만큼 윤 총장에 대한 징계절차에 착수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 안팎에선 실제 징계절차가 진행될 경우 징계여부와 상관없이 윤 총장이 더 이상 버티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 2013년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혼외자 논란’에 불거진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에 대해 감찰을 지시했고, 채 총장은 1시간 후 전격 사퇴를 결정했다.

검찰 고위직 출신의 법조인은 “윤 총장이 수사와 관련해 유례없는 여권과 청와대의 압박을 받아왔음에도 소신을 지키며 자리를 지켜온 것과 자신을 직접 겨냥한 감찰은 명예라는 의미에서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검찰 출신 법조인은 “장관의 부당한 지시를 어겼다고 해 감찰이 이뤄질 경우 직권남용에 해당할 수 있어 무리한 감찰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재인 #윤석열 #인사절차 역행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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