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박원순, 북미 교착상태 해법제시..미국이 먼저 손 내밀어야

안승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14 10:00

수정 2020.01.14 09:59

한국의 인도적 대북지원..미국이 길 터달라는 요청
비판 각오한 마중물 역할 자처..정부정책과 같은 방향
美 싱크탱크, '창의적이고 대담한 제안'..긍정적 평가
[워싱턴D.C.(미국)=안승현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미국 외교협회 연설에서 제안한 내용의 핵심은, 한국이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미국이 길을 터 달라는 것이다. 국제연합(UN)의 대북제재의 효과를 인정하고 존중하지만,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대북봉쇄는 북한의 반발만 심화시킨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한국이 인도적 대북사업으로 북한을 다시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 내면,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간 대화도 재개될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군사훈련 중단을 제안하고, 방위비 분담금 인상에 대해서도 비판적 견해를 밝힌 것은, 정부가 꺼내기 어려운 얘기를 대신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남북 공동올림픽, 한반도 평화 지름길
박 시장은 미국 외교협회 연설을 하루 앞둔 12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스포츠·문화 교류까지 막는 것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를 멀어지게 만든다는 의견을 강하게 피력했다. 박 시장의 이런 지적은 서울시가 추진 중인 2032년 '서울-평양 공동올림픽'이 한반도 평화를 확보하는 수단이 될 것이라는 분석괴 맥을 같이 한다.


박 시장은 "공동올림픽은 2021년이나 2023년에 결정될 가능성이 큰데, 남북관계의 난조가 계속되면 성사가 어렵다"며 "군사훈련 중단으로 긴장을 낮추고, 인도적 차원의 대북제재를 허용해 북한이 다시 대화의 무대로 나오게 하자는 것"이라며 이번 제안의 취지를 설명했다. 특히 남북 정상이 추진키로 이미 합의한 공동올림픽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라는 미국과 한국의 목표를 동시에 보장할 것이라는 게 박 시장의 구상이다.

박 시장은 이같은 발언과 관련, 사전에 청와대나 정부와 협의는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 시장의 워싱턴 연설은 올 초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사 내용과 맥을 같이 한다. 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2032년 올림픽 남북 공동개최가 남북이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박 시장은 여기에 잠정적 군사훈련 중단이라는 뚜렷한 조건을 추가해 청와대보다 한 발 더 나갔다. 특히 북한에 대한 제재 상황 속에서 한국의 독자적인 역할론에 대해서도 조심스러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박 시장은 "제재를 우리가 바꾸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틈새가 있을 수 있다"며 "큰 틀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적극적으로 나서 국면을 바꿔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엄격한 北 제재, 한국 정부 역할을 제한
박 시장은 13일(현지시간) 외교협회 연설 후 질의응답에서 현 상황은 한국 정부의 역할을 축소 시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북한이 북미정상회담에만 매달리고 한국 정부를 외면하는 것은, 결국 한국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는 불만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는 것이 박 시장의 진단이다.

박 시장은 "이런 원인의 하나는 제재의 엄격성 때문에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며 "공동올림픽 유치를 서둘러야 하는 서울로서는 남북대화 재개와 인도적 지원까지 막는 지금의 문제가 빨리 해결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내 대북전문가로 꼽히는 스캇 스나이더 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이날 박 시장의 제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박 시장 임기가 끝난 후의 일이기 때문에 후임자들의 선택과 의지에 영향을 받을수 있다"며 "그럼에도 미래지향적인 올림픽 유치안을 추진하는 것은 매우 대담하고 창의적"이라고 말했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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