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무속인에게 2년간 72억원 갖다 바친 아내, 사연 알고보니..

뉴스1

입력 2020.01.14 06:00

수정 2020.01.14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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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남편의 공천과 아들의 학업을 미끼로 수십억을 갈취한 40대 무속인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조영현)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위반(사기) 혐의로 기소된 조모씨(44·여)에게 원심과 같이 징역7년을 선고했다고 14일 밝혔다.

조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이 사건 편취금을 사용해 산 부동산 중 일부 소유권을 피해자에게 이전하기 위한 노력을 했지만, 피해자는 부동산의 형식으로 받길 원하지 않는다"며 "2심에 이르기까지 아무런 피해회복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민사소송 절차를 통해 피해회복을 받더라도, 상당히 제한적인 금액만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에게 남은 채무내역을 비춰봐도 피해자에게 심각한 피해가 일어났다고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조씨는 지난 2012년 경북 영주시 모 봉사단체에서 알게된 피해자 A씨의 아들에게 합격 굿을 해준 후 미국 소재 명문대학교에 붙고, A씨가 조씨를 믿게 되자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씨는 2016년3월부터 지난해4월까지 "할배신이 돈을 보내라 한다.
돈을 주지 않으면 남편의 공천에 악영향이 있을 것이다" "선거가 끝나면 돈을 돌려줄테니 일단 맡겨라" "남편과 이혼을 하려고 하는데 돈을 빌려주면 갚겠다" 며 2년간 72억원을 갈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피해자 A씨의 남편이 시장선거 공천에 떨어지자 "공천을 뒤집어야 하는 이런 긴박한 시점에 간절한 마음이 있는 것이냐?"며 5억을 추가로 요구했다. A씨가 맡긴 돈의 일부라도 달라고 하자 "할배가 앞으로 4년 동안 돈을 돌려보내지 말라고 했다"며 돌려주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조씨는 재판 내내 "굿의 대가로 돈을 받았으며, 일부는 돈을 빌린 것이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은 Δ'굿' 등 무속의식에 피해자가 한번도 참석하지 않은 점 Δ피해자가 대출을 받아 피고인에게 돈을 증여할만큼 친밀한 사이가 아니라는 점 Δ사회통념상 무속인에게 지급할 기도비로는 거액인 점을 들어 조씨에게 편취의 의도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해자가 보험 대출을 받고, 지인에게 수십억을 빌리는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도 피고인은 범행 일체를 부인하고 있다.
피고인은 남편의 공장 자금, 부동산 투자에 피해금을 모두 사용한 점을 고려하면 엄벌에 처할 필요가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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