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女취업 조사 선택지의 성차별적 요소

권승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13 17:39

수정 2020.01.13 17:39

[기자수첩]女취업 조사 선택지의 성차별적 요소
'여성의 취업을 어렵게 하는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통계청, 2017년 사회조사)

①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 및 차별적 관행 ②여성의 직업의식 및 책임감 부족 ③불평등한 근로여건 ④일에 대한 여성의 능력 부족 ⑤구인정보 부족 ⑥육아 부담 ⑦가족 돌봄 ⑧가사부담 ⑨기타

이 중 ②, ④번 선택지가 '시대상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2019년 사회조사부터 삭제됐다. 이를 다른 사례와 엮어 '국가승인통계가 성인지적(gender-sensitive)으로 개선되고 있다'는 주제의 기사를 썼다.

해당 사례가 왜 문제가 되는지는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대다수가 공감할 것으로 판단했다. 그래서 "해당 조항에 대해 관련 부처의 의견을 받고 전문가 회의를 거친 결과 '현실과 적합하지 않은 표현'이라는 결론이 나왔다"는 통계청 관계자의 설명으로 갈음했다.

충분한 설명이 아니었을까. '능력이 부족하다는 표현이 왜 성차별적 표현이냐. 개나 소나 다 성차별이지?'라는 댓글을 보고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다. 이 같은 의견을 가진 독자들에게 다른 통계조사 문항을 제시하고 싶다.
원기사에 함께 수록하고 싶었지만 분량 문제로 빠졌던 문항이다.

'청년취업을 어렵게 하는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세종특별자치시, 2018년 사회조사)

①정규직 일자리 부족 ②학력 대비 낮은 임금 ③기업 수요에 맞는 직업훈련 과정 부족 ④대중교통 및 기숙사 등 복리후생 미흡 ⑤다양한 형태의 구인정보 부족 ⑥기업의 명확한 채용기준 미흡 ⑦군복무 문제 ⑧특정 성별에 대한 선호 ⑨기타

두 조사는 질문 대상만 다를 뿐 내용은 같다. 청년취업 장애요인을 묻는 질문에는 개인의 능력이나 책임감 등을 문제시하는 선택지를 찾아볼 수 없다.
그 대신 취업을 어렵게 하는 배경이나 기회 부족을 주로 다루고 있다. ②, ④번 문항에 성차별적 고정관념이 내재돼 있음을 내포하는 대목이다.


손희정 연세대 젠더연구소 연구원은 "예를 들어 미국에서 인종에 따라 직업군이 나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설문조사 선택지에 '흑인은 게을러서'라는 선택지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여성은 책임감이나 능력이 부족해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선택지와 무엇이 다른가"라고 지적했다.

ktop@fnnews.com 권승현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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