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반세기전 실종됐지만, 죽을때까지 희망 못 버려"[잃어버린 가족찾기]

이병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13 16:56

수정 2020.01.13 16:56

5세때 집 앞마당에서 놀던 중 사라져
아버지는 태국까지 찾아봤지만 허사
전은희((52, 당시 5세)씨는 1973년 7월 1일 성남시 수정구 태평동 자택에서 실종됐다. 둥근 얼굴형, 동그란 눈의 외모 특징이 있었으며, 탈장증상이 있었다. 실종아동전문기관 제공
전은희((52, 당시 5세)씨는 1973년 7월 1일 성남시 수정구 태평동 자택에서 실종됐다. 둥근 얼굴형, 동그란 눈의 외모 특징이 있었으며, 탈장증상이 있었다. 실종아동전문기관 제공
"사망이면 완전히 잊어버리겠는데, 실종이기 때문에 희망의 끈을 놓을 순 없어요. 만나지 못하더라도 살아있기만 해도 좋겠어요."

무려 반세기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아버지 전재두씨(88)는 황망하게 이별한 딸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놓지 않았다.

13일 경찰청과 실종아동전문기관에 따르면 전은희씨(52·실종 당시 5세)는 1973년 7월 1일 성남시 수정구 태평동 자택에서 실종됐다.


자택 마당에서 2살 터울인 남동생과 놀던 도중 자녀들을 보고 있던 아버지 전씨가 잠깐 잠든 사이 딸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어린 나이였던 남동생은 상황을 정확하게 기억하지도, 말하지도 못했다. 따로 마당에서 놀던 사이 은희씨가 사라진 것으로 아버지는 추정하고 있다.

당시 성남 수정구는 개발이 막 시작돼 가건물만 있던 허허벌판이었다. 그런 만큼 목격자를 찾기도 쉽지 않았다. 무려 47년 전인 만큼 경찰의 적극적인 도움을 얻기도 녹록지 않았다.

전씨는 "서울 시내까지 가는 등 참 많이 찾으러 다녔다"며 "그 당시 외국으로 아이를 훔쳐서까지 입양을 보내기도 했는데, (입양)기관에 가봐도 명단도 없어 찾을 길이 막막했다"고 말했다.

신문과 지상파 방송에도 은희씨의 안타까운 소식을 전했지만 제보전화도 없었다고 전씨는 토로했다. 비슷한 인상착의의 여성이 있다는 소식에 태국에도 다녀오기도 했으나 모두 허사였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전씨는 아직 딸을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그는 "지금은 나이가 많이 들어 건강에도 부담이 되지만, 작년에도 1주일간 수색해 보기도 하고 계속 찾고 있다"고 전했다.

전씨는 딸의 행방이라도 알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탈장 증세가 있어 어린 나이에 병원을 다니며 고생했던 딸"이라며 "50년이 됐는데 어떻게 찾을지 막막하지만, 정부에서 그나마 도와주고 있으니 희망을 보고 있다"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서는 여전한 희망이 느껴졌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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