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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훈 무죄 판결’ 비판 현직 부장판사, '추미애식 검찰 인사' 비판

유선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12 19:57

수정 2020.01.12 19:57

/사진=뉴스1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과거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무죄 판결을 ‘지록위마(사슴을 가리키며 말이라 한다는 고사성어로, 진실을 가리는 거짓이라는 의미) 판결’이라고 공개 비판한 현직 부장판사가 최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단행한 검찰 인사를 두고 “대한민국 헌법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동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51·사법연수원 25기)는 전날 자신의 SNS를 통해 “추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주축으로 한 정권비리 관련 수사팀 해체의 인사발령에 관해 이야기를 꺼내고자 한다”며 “(해당) 인사발령은 대한민국 헌법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것이 내 자신 한 명의 판사로서 심사숙고 끝에 이른 결론”이라고 밝혔다.

김 부장판사는 “이것은 온전히 헌법이 규정한 법치주의의 문제”라며 “국민의 선택에 의해 정권을 획득한 정치적 권력이 어떤 시점에서 그 힘이 강하다고 하더라도, 대한민국의 헌법정신과 헌법질서에 의하여 반드시 준수해야 할 법적인 규범이 존재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어떤 한 개인에게 충성을 다하는 맹신적인 사고방식은 시민의식에 입각한 민주주의 정신에 어긋난다는 점을 분명하게 말씀드리고자 한다”며 “국민적인 합의에 의해 국회가 규정한 법을 어기는 사람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법에 의해 수사와 재판을 받는 가운데 합당한 처벌을 받는 것이 대한민국의 헌법정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그것이 정치적인 상황의 변화나 힘의 논리에 의하여 왜곡되어서는 안 된다”며 “정치와 법치를 함부로 혼용하는 것은 언어적인 기교에 지나지 않는다.
아무리 권력을 쥐고 있는 정권이라고 하더라도, 대한민국의 법률이 정한 법질서를 위반한 의혹이 있다면 그것에 대한 시시비비를 수사기관에 의해 조사를 받고, 그 진위를 법정에서 가리는 것이 대한민국 헌법이 규정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정신”이라고 밝혔다.

김 부장판사는 “새롭게 임명된 추 장관이 행한 검찰 조직에 대한 인사발령은 대한민국 헌법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것이 내 자신 한 명의 판사로서 심사숙고 끝에 이른 결론”이라며 “나는 이와 같은 대한민국의 현실에 대하여 심각한 유감의 뜻을 표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김 부장판사는 2014년 9월 원 전 원장의 대선 개입 사건 1심 무죄 판결 직후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에 ‘법치주의는 죽었다’는 제목의 글을 게시해 해당 판결이 ‘지록위마 판결’이라고 비판해 정직 2개월의 중징계를 처분 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원 전 원장의 국정원법 위반 혐의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단한 바 있다.


평소 소신 발언을 주저하지 않았던 김 부장판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부로부터 ‘물의 야기’ 법관으로 5년간 분류되기도 한 사실이 최근 검찰의 사법농단 수사에서 드러났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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