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대상 검증·손실 규모'…라임 실사 결과 촉각

뉴스1 입력 :2020.01.12 06:15 수정 : 2020.01.12 06:15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이사가 지난해 10월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서 펀드 환매 연기 사태 관련 기자 간담회에서 펀드 환매 연기 사태를 설명하고 있다.2019.10.14/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전민 기자 = 국내 최대 헤지펀드 운용사인 라임자산운용이 환매 중단된 모(母)펀드 3개에 대한 회계실사를 의뢰한 가운데 손실 규모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투자 대상이 실제로 있는지 등 실사 결과에 관심이 집중된다. 최종 실사 결과는 이르면 1월 말, 늦어도 2월 초에 나올 예정이다.

회계 업계·학계는 실사 결과 공개 수준에 따라 사태 수습을 위한 라임운용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실사 결과에 따라 투자자들의 법적 대응 수위와 금융당국의 사태 수습 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투자대상 실체야 있었겠지만…손실률 70% 넘을 수도"

환매 중단된 모펀드 3개는 Δ해외 무역금융펀드(무역 거래에서 발생하는 선결제·운임·원자재 구매 및 가공비용 등에 필요한 단기자금을 빌려주고 이자수익을 올리는 구조)에 투자한 '플루토-TF 1호'(이하 라임운용이 집계한 환매 중단 규모 2346억원) Δ사모채권을 담은 '플루토 FI D-1호'(2191억원) Δ메자닌(CB·신주인수권부사채(BW))이 편입된 '테티스 2호'(3839억원)이다.

지난해 11월4일 라임운용은 이들 3개 모펀드의 투자대상이 실제로 있는지 등을 검증하기 위해 삼일회계법인에 실사를 맡겼다. 회계 업계·학계 관계자들은 라임운용이 이번 실사를 통해 투자 유효성을 어느 정도 입증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이번 환매 중단 사태는 운용 상의 문제이지, 애초 투자 실체가 없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 공인회계사는 "라임운용이 그래도 국내 최대 사모펀드인데 투자대상의 실체도 없이 투자자들을 모집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실 규모는 아직 구체화된 게 없지만, 테티스 2호 펀드의 경우 손실률이 적게는 40%에서 많게는 70%(손실규모 최대 28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한 공인회계사는 "건건의 투자 현황을 취합해 모펀드의 청산가치가 나올 것"이라며 "구체적인 것은 자료를 바탕으로 전망해야겠지만, 현 상황을 볼 때 40~70%의 손실률이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감독당국은 환매를 중단하거나 그 가능성이 있는 펀드는 총 1조5600억원(개인 917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환매 중지된 펀드의 손실률이 최대 70%대, 손실 규모는 1조원을 넘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모펀드가 담은 기초자산의 유동성 경색으로 시장 가치가 떨어지면 최대 손실률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2426억원 규모의 무역금융펀드는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사기)에 휘말려 투자금 회수가 요원한 상태다.

앞서 라임운용은 무역금융펀드를 제외한 2개 모펀드와 관련해 올해 말까지 70%를 상환하겠다고 밝혔다. 무역금융펀드의 경우 상환까지 2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전망됐다. 이번 실사 결과를 통해 현재 자산가치 등이 파악되면 향후 라임운용의 환매 재개 시점이 보다 구체적으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사태수습 진정성? 회계실사 결과 공개수준 봐야 안다"

지난해 11월4일 라임운용은 "펀드 가입자에게 신뢰를 드리기 위해 실사에 나선다"고 밝혔다. 회계 업계·학계 관계자들은 펀드에 대한 실사가 이뤄지는 게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펀드는 실사보다 낮은 수준의 회계감사만 정기적으로 받으면 되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이종필 전 라임운용 부사장이 잠적해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졌지만, 라임운용이 실사에 나섬으로써 사태 수습을 위한 진정성을 어느 정도 보여줬다는 평가가 있다. 한 회계사는 "감사보다 실사가 정확하다. 감사는 샘플을 통해 근사치를 구하지만, 실사는 1원 단위까지 모두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실사가 자칫 라임운용에 면죄부를 주는 보여주기식으로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 회계사는 "이번 실사가 완전성을 갖추려면 모펀드 3개 뿐만 아니라 라임운용 전체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회계분야의 한 연구원도 "3개 모펀드와 연결된 부분을 모두 파고들어야, 하나의 경제적 실체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며 한계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익명을 요구한 회계학과 교수는 "실사 결과 중 라임운용의 투자를 합리화하는 결과를 부각하려고 한다면 공개되는 실사 결과가 단순하게 나올 가능성이 크다"면서 "손실을 어디까지 보여줄지가 궁금하다. 예를 들어 손실률도 등급보다는 수치로 표현하는 게 구체적이다. 등급을 매기는 것은 가장 낮은 수준의 정보"라고 언급했다.

앞서 삼일회계법인 측이 라임운용 측에 전달한 중간실사 결과에는 손실률과 관련해 구체적인 수치가 담기지 않았다. 테티스 2호의 손실률 40~70%는 테티스 2호에 담긴 기초자산을 삼일 측이 A·B·C 등급으로 매긴 것을 바탕으로 나온 일종의 시장 추정치다. 삼일 측이 구체적인 수치가 아니라, 등급으로 현재의 자산가치를 책정한 것은 라임운용의 주문에 따랐을 가능성이 크다.

한 회계사는 "실사 결과를 통해 라임운용이 돌려막기를 했는지, 중간에서 자금을 빼돌렸는지 등 내부 자금흐름을 밝히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했다. 회계분야 연구원은 "어떤 상품에 어떤 구조로 투자됐는지, 투자자 피해가 예상됐음에도 무리하게 자금 유치가 진행된 게 없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의사결정 및 내부통제 과정을 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금감원은 실사 결과가 나오면 라임운용과 사태수습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 라임운용·판매사 추가 검사, 분쟁조정 등에 나설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향후 대응방안에 대해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했다. 또한 지난 10일 라임운용과 신한금융투자·우리은행 등 일부 판매사를 고소한 투자자들은 실과 결과를 바탕으로 추가로 법적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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