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and]

靑 출신 무더기 출마에 뒤숭숭한 민주당

뉴시스 입력 :2020.01.11 12:50 수정 : 2020.01.11 15:01

청와대 수석·비서관·행정관 출신 70여명 총선행 '친문 프리미엄'에 당내 경선 경쟁자들 '초긴장' 현역의원도 靑 출신 견제…"청와대 경력 기재 못하게" 과도한 '친문 마케팅' 역풍 우려도…'진박' 논란 반면교사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지난 2018년 4월2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남북정상 핫라인 개통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는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2018.04.20. photo1006@newsis.com

※ '여의도 and'는 정치권에 얽힌 다양한 뒷이야기들을 소개하는 연재 코너입니다. 여의도 국회는 물론 청와대와 외교안보 부처 등의 조직과 사람들 사연, 제도와 법령의 잘 알려지지 않은 이면, 각종 사건사고 후일담 및 에피소드 등을 뉴시스 정치부 기자들이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서울=뉴시스] 김형섭 한주홍 기자 = 4·15 총선을 3개월여 앞에 둔 더불어민주당은 요즘 청와대 출신들의 무더기 총선 출마로 시끌시끌한 분위기다.

수석비서관급부터 비서관, 행정관 출신까지 '문재인 청와대' 꼬리표를 단 출마자가 줄잡아 70여명에 달하면서 이런저런 말들이 새어나오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 4년차에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40%대의 '콘크리트 지지율'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청와대 출신이란 타이틀은 당내 경선에 프리미엄으로 작용할 것임이 분명해 보인다.

기존에 출마를 준비하던 민주당 예비후보자들이나 현역의원들이 청와대 출신 경쟁자들의 일거수 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실제 청와대 비서관 출신 A와 경쟁 중인 B의원은 기자들과의 식사자리마다 어김없이 A에 대한 견제구를 날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경선 홍보문구에 전·현직 대통령의 이름이나 청와대 경력을 기입해서는 안된다는 요구도 B의원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비서관 출신 C와 당내 경선에서 맞붙을 예정인 D의원은 E의원에게 전화로 하소연 섞인 항의를 했다고 한다. E의원 본인도 아닌 그의 보좌진 중 한명의 가족이 C의 선거를 돕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F의원은 청와대 비서관 출신 G가 주도한 지역 행사에 참석했다가 그와 경쟁 중인 H의원과 잠시 서먹한 사이가 되기도 했다. 두 사람 모두와 친분이 있던 F의원은 미안한 마음에 H의원에게 G의 행사에 갔다는 사실을 먼저 고백했는데 H의원의 반응이 냉랭하더라는 것이다.

특히 청와대 출신들이 대통령 프리미엄을 등에 업고도 험지가 아닌 민주당 텃밭에 자리를 틀면서 소위 '꽃길'만 걸으려 한다는 불만과 함께 '굴러온 돌'을 둘러싼 충돌도 벌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게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불출마로 무주공산이 된 서울 구로을이다. 이곳에 이른바 '문재인의 남자'로 불리는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이 출마할 채비를 갖춘 가운데 기존에 출마를 준비 중이던 조규영 전 서울시의회 부의장과 잡음이 빚어지고 있다.

[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해찬(왼쪽 두번째) 대표를 비롯한 김현미(왼쪽부터), 박영선, 유은혜 등 당 출신 현직 장관들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총선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01.03. photothink@newsis.com
조 전 부의장은 최근 언론을 통해 박 장관 측이 지난해 11월 자신에게 전화해 출마 포기를 권고했다고 주장했다. 당시는 윤 전 실장의 구로을 출마설이 언론보도로 흘러나오던 때다.

이에 박 장관 측 관계자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생전 지역구 활동 안하던 조 전 부의장이 윤 전 실장이 온다고 하니 갑자기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당원들에게 박 장관을 비방하는 문자를 보내 '가볍게 행동할 때가 아니다. 지역구 활동을 열심히 하다 보면 다음 기회가 있지 않겠냐'고 한 것인데 앞 부분은 떼고 불출마 종용으로 몰아갔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 전 부의장은 "지역구 활동을 안하던 사람도 아니고 박 장관에 대한 비방문자도 보낸 적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내에는 경선 과정이 본격화될수록 청와대 출신들의 '친문 마케팅'이 과열되고 이에 따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경선 홍보 문구에 전현직 대통령의 명칭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과도한 '친문 마케팅'에 대한 경계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전에 치러졌던 2016년 총선에서 박 전 대통령 지지도가 높았던 대구·경북(TK)을 중심을 유행한 '진박(眞朴) 마케팅'의 전례를 반면교사로 삼고 있다.

당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출마자들은 현수막이나 명함에 박 전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싣거나 출마선언문에 '진실한 사람'이라는 글귀를 넣어 충성 경쟁을 벌였지만 결과는 새누리당의 패배였다.

반면 청와대 인사들의 무더기 총선 출마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문 대통령의 안정적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논리다.

문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집권 후반기에는 청와대에 있어도 할 수 있는 일들이 별로 없다"며 "능력 있는 인사들은 당으로 옮겨와서 총선 승리를 거두는 게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돕는 길"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phites@newsis.com, hong@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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