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파병 엇갈린 韓日]

韓 "청해부대 활용" 신중… 日 "자국 상선 보호" 파병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10 17:51 수정 : 2020.01.10 18:21

국민 안전·국내 산업 악영향 고려 정부 호르무즈 파병 막판 고심 중
日, 이란과 관계 고려 파병 결정 무력충돌 위험 지역은 배제

美·이란 갈등에 ‘미국행 추가 보안 검색’미군의 공습으로 이란 군부 실세인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사망하며 미국과 이란의 갈등의 골이 깊어진 가운데 10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미국행 전용 카운터 입구에 미국 정부의 요청에 따른 보안 검색 강화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뉴스1

미국과 이란이 최악의 상황은 피한 가운데 우리 정부가 호르무즈해협 파병 여부를 놓고 막판 고심 중이다.

일단 정부는 호르무즈해협 인근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에서 작전을 수행 중인 청해부대의 임무지역을 변경하는 방식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일본은 10일 호르무즈해협에 해상자위대 파견 명령을 내렸고, 해상자위대 초계기 부대는 오는 11일 일본에서 출발하고 호위함 1척도 2월 초 출항할 예정이다.

■일, 자국이익 명분 파병

우리 정부는 여전히 파병을 검토하고 있지만, 일본은 지난해 일찌감치 파병 결정을 내렸다.
또 앞서 우리나라와 일본 모두 미국의 요구를 받았지만, 맞닥뜨린 상황 자체는 다르다.

일단 한·일이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파병 목적 자체는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는 자국 상선의 안전항해를 위해서다. 양국의 원유수송선이 모두 70% 넘게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는데 일본 선박은 연간 3900척이, 우리나라 선박은 2000척 가까이 통과한다. 지난해 호르무즈해협에서 상선 공격이 있었던 만큼 양국 모두 어느 정도 자국 상선의 안전보호 필요성을 내세울 수 있는 상황이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두 나라 모두 미국의 요청이 있었다는 것이다. 앞서 미국은 지난해 6월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 피격사건이 잇따르자 그 배후로 이란을 지목하면서 민간선박 안전 항행을 위해 동맹국들에 호르무즈해협 호위연합체 동참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의 파병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일본은 미국의 동맹 개념이 아닌 자국 상선 안전보장을 강조하며 독자 파병을 결정했다. 미국의 파병 동참 압박이 있었지만 일본이 이란과의 관계를 고려해 내린 결정이다.

파병부대의 활동 지역에 대해서도 호르무즈해협이 아닌 주변지역, 즉 호르무즈해협으로 이어지는 오만만과 아라비아해 북부 공해, 예멘 앞바다의 바브엘만데브 해협 연안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을 포함한 공해로 정했다. 이란과 근접해 무력충돌 가능성이 높은 지역은 배제함으로써 이란 측을 배려한 것이다.

아울러 파병을 결정하기 전 아베 신조 총리의 사전작업도 있었다. 지난해 6월 미국과 이란이 핵 합의 이행 문제를 두고 대립하자, 아베 총리는 미국과 이란 사이의 중재자 역할을 해보겠다며 이란을 방문했다. 별 성과는 거두지 못했지만 아베 총리가 이 방문에서 파병 결정 시 이란과의 관계를 위해 사전작업을 해놨다는 분석이다.

■미·이란 동시 설득 명분 묘수 찾아야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파병을 가게 될 경우 미국이 요구한 호르무즈해협 호위연합체로 가게 된다.

우리 정부가 동맹국인 미국의 파병 요청을 거절하기 쉽지 않지만, 파병을 결정할 경우 이란과 얽혀 있는 국내 산업과 우리 국민 신변안전 등 여러 악영향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난처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자칫하면 우리나라의 파병 결정이 대(對)이란 적대행위로 비쳐질 수도 있는 것이다.

또 파병 결정을 내리기 전에 정부 차원에서 이란과 사전작업을 하는 등 공을 들인 부분도 전혀 없어, 실제로 파병 결정을 한다 해도 이란 측을 설득할 논리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파병 불가를 결정하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을 끌어왔다는 점도 우리로선 부담이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우리 정부가 사전작업을 충분히 했어야 했는데 이미 시기가 너무 많이 늦었다"며 "지금이라도 늦긴 했지만 공을 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ju0@fnnews.com 김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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