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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 금지법' 한숨 돌렸지만…이미 잘린 유니콘의 '뿔'

뉴스1

입력 2020.01.10 06:40

수정 2020.01.10 09:58

서울 시내에 타다 차량이 운행하고 있다. 2019.12.2/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 시내에 타다 차량이 운행하고 있다. 2019.12.2/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남도영 기자 = 일명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미뤄지면서 벼량 끝에 내몰리던 타다가 한숨을 돌리게 됐다. 하지만 아직 법 통과의 불씨가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닌 데다 이미 대규모 투자유치 기회를 날려 '유니콘'이 될 수 있었던 타다는 상처만 남은 상황이다.

지난 9일 법제사법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어 '데이터 3법' 등 그동안 법사위에 계류 중이던 시급한 민생법안을 처리했다. 하지만 이날 논의될 것으로 전망되던 여객법 개정안은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았다.


법사위 관계자는 "(타다 금지법은)업계 쪽에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이날은 전체회의에서 신속하게 통과될 수 있는 법안만 골라서 상정한 것"이라며 "다시 법사위가 열리면 상정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법사위에 이어 열린 본회의가 사실상 20대 국회의 민생법안 처리에 대한 마지막 본회의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있어 타다 입장에선 큰 고비를 넘긴 셈이다.

지난해 10월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여객법 개정안은 같은해 12월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와 전체회의를 일사천리로 통과했다. 하지만 법사위은 이날 통과시킨 다른 법안과 달리 여객법 개정안은 아직 '이견'이 남아있어 논의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여객법 개정안은 타다 영업의 근거가 됐던 여객법 시행령 18조를 정식 법조항으로 상향하고, 11인승 승합차에 기사 알선이 허용되는 경우를 관광 목적으로 6시간 이상 대여하거나 대여·반납 장소가 공항 또는 항만일 때, 운전자가 주취나 신체부상 등의 사유로 직접 운전이 불가능할 때로 한정했다. 이 법이 통과되면 타다는 사실상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운영이 불가능해진다.

이와 함께 개정안에선 국토부의 택시제도 개편안 내용에 맞춰 Δ플랫폼운송사업 Δ플랫폼가맹사업 Δ플랫폼중개사업 등으로 구분해 각종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도권에 편입시키는 내용을 함께 담고 있다. 이른바 '뒷문을 막고 앞문을 열어준다'는 의도로 모빌리티 업체들이 국토부 승인을 받아 기여금을 내고 택시면허를 매입해 합법적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운영하라는 취지다.

하지만 타다 측은 기존산업인 택시를 보호하기 위해 혁신을 가로막는 '붉은 깃발법'이라며 반발했고, 산업계에서도 이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작년 연말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타다 금지법을 "미래를 막아버리는 선례"라고 지적하며 "이해가 안돼 가슴이 답답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또 타다가 타다 금지법을 막아달라며 진행한 지지 서명운동에 이용자 8만명이 참여하고, 타다 드라이버로 근무하는 근로자들도 반발하는 등 법안 통과에 대한 여론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

일각에선 타다 금지법에 위헌적 요소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정안에 따르면 타다처럼 플랫폼과 차량을 확보한 사업자는 '플랫폼운송사업자'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여객자동차운송시장안정기여금'을 내야 한다. 기여금의 산정방법, 납부 주기, 납부 방법 등은 모두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다.

법 자체만으로 플랫폼운송사업자가 얼마나 기여금을 내야 하는지 알 수 없는 것은 헌법상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이는 법률에 규정할 사항을 다른 입법기관에 포괄적으로 위임하는 것을 금지하는 원칙을 말한다.

앞서 타다 측은 국토부에서 발행할 수 있는 면허 수와 기여금 수준을 구체적으로 논의한 뒤 입법에 나서 줄 것을 요구했지만, 국토부측은 입법을 통해 법적 근거를 먼저 마련한 뒤 시행령으로 이를 정하자며 운수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해왔다.

타다를 운영하는 브이씨앤씨(VCNC)와 모회사인 쏘카는 작년 10월 국회에 타다 금지법이 발의되고 타다가 여객법을 위반했다며 검찰이 이재웅 쏘카 대표와 박재욱 VCNC 대표를 불구속 기소하는 등 각종 위기를 겪었다. 이 과정에서 해외 투자자와 논의 중이던 수천억원대의 투자 유치 기회가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타다 내부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최대 6000억원 규모의 투자가 논의됐으나 타다 금지법 발의을 비롯한 여러 사정이 겹치면서 무산됐다"며 "이 투자가 성사됐다면 쏘카는 조단위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유니콘(기업가치가 1조원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 여객법 개정안 통과가 무산되면 다른 모빌리티 업체들이 여전히 규제 불확실성에 놓인다는 문제점도 남아 있다. 모빌리티 스타트업들은 택시면허를 구매해서라도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사업을 조속히 시작할 수 있길 바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모빌리티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도 투자 유치 건의가 없지는 않지만 만족스러운 조건은 없는 상황"이라며 "투자자들도 소극적인 입장이라 대규모 투자 건은 규제 이슈가 해소되기 전까지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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