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대북제안에 美대사 "속도조절"·정부 '재반박'…무슨 일?

뉴스1 입력 :2020.01.08 17:25 수정 : 2020.01.08 17:25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자료사진> /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최종일 기자 = 남북협력과 중동 호르무즈해협 파병을 놓고 한국과 미국이 신경전을 벌이는 듯한 모양새가 됐다. 2018년 7월 부임한 이후 외교관에게 어울리지 않는 직설적인 언행을 보여온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 대사의 발언의 발단이 됐다.

해리스 대사는 전일(7일) 밤 방송된 KBS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남북 관계의 성공이나 진전과 더불어 비핵화를 향한 진전을 보기 원한다. 그것이 중요한 조건이라고 생각한다"며 '속도조절론'을 꺼내들었다.
그러면서 "비핵화든지 남북관계든지 답방이든지, 양 동맹국은 긴밀히 함께 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평화 프로세스를 재가동하기 위해 신년사를 통해 북측에 Δ접경지역 협력 Δ스포츠 교류 Δ철도·도로 연결사업 실현 Δ비무장지대(DMZ) 유네스코 공동등재 Δ김정은 위원장 남측 답방 등을 제안했는데 이에 대해 주한미국 대사가 제동을 거는 셈이 됐다.

이에 통일부는 8일 정례 브리핑에서 "해리스 대사의 발언에 대해 정부가 일일이 평가한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것 같다"면서도 "우리나라가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만큼 남북관계에 있어서 운신의 폭을 넓혀 나가면서 우리가 독자적으로 해나갈 수 있는 일은 최대한 진전시켜 나간다는 입장"이라며 해리스 대사의 발언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해리스 대사의 튀는 언행으로 대통령의 발언을 주재국 대사가 공개적으로 반박하고 이것을 다시 정부가 비판하는 결과가 됐다. 그는 또 한국의 입장에서 신중하게 검토할 수밖에 없는 호르무즈해협 파병에 대한 기대감을 공개적으로 밝히며, 한국을 압박했다.

해리스 대사는 전날 인터뷰에서 "한국은 중동에서 많은 에너지 자원을 얻고 있다"며 "따라서 한국이 병력을 보내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지원 규모와 방식에 대해선 "어떤 수준이 되든 간에 그것을 환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호르무즈파병과 관련해 "상황이 굉장히 엄중한 상황 속에 있어서 굉장히 신중하게 상황에 대해서 대처하려고 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 선박과 국민 보호를 위해 파병할 수도 있지만 이 경우엔 이란과의 관계 악화가 불가피하고 자칫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에 휘말릴 수도 있다.

해리스 대사의 직설적 화법과 논쟁적 발언이 문제를 야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해리스 대사는 지난 9월 여야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종북 좌파에 둘러싸여있다는 보도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국회 정보위원장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을 만난 자리에선 직접 방위비 분담금 50억달러를 한국측이 내야한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20여차례 하기도 했다. 당시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해리스 대사에 대해 "오만하다"며 "이때까지 (여러) 대사들을 만나봤지만, 그렇게 무례한 사람은 처음 봤다"고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외교안보 소식통은 해리스 대사의 언행에 대해 "민감한 현안에 대해 로키(low-key·조용하고 신중하게)로 대응해야지 왜 공개적으로 하는지 모르겠다"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 충성하는 모습을 지나치게 보이려고 하는 것 같다. 상황을 드러내는 직설적 언행은 외교관이 아니라 군인의 모습이다"고 지적했다. 해리스 대사는 미군 태평양사령관을 지낸 예비역 해군 대장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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