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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패트롤] 삼다수 파업에 용암수 시판…제주도, ‘물싸움’ 큰 시름

좌승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04 13:59

수정 2020.01.04 19:47

제주도개발공사 노사 단체협약 협상 결렬…설립이래 첫 파업
삼다수·감귤가공공장 가동 중단…오리온에 물 공급 중단 강수
원희룡 제주도지사 “오리온 용암수 국내 시판 동의한 적 없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3일 제주도청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오리온의 제주용암수 국내 판매 불가 입장을 다시 확인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3일 제주도청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오리온의 제주용암수 국내 판매 불가 입장을 다시 확인했다.

[제주=좌승훈 기자] 제주특별자치도가 경자년 신년 벽두부터 먹는 샘물 삼다수공장 파업에 오리온제주용암수 국내 시판을 둘러싸고 깊은 시름에 빠졌다. 단체협상 협상 결렬로 제주도개발공사 노동조합이 지난달 27일 전격 파업에 돌입하면서 삼다수 생산라인과 비상품 감귤 가공공장이 4일로 9일째 멈춰선 가운데, 제주용암수 국내 시판에 나서 오리온에 대해 도가 염지하수 공급을 허가하지 않겠다는 초강수를 뒀다.

삼다수를 생산하는 제주도개발공사는 지방공기업이다. 도가 100% 출자했다.
지역자원을 활용해 산업화시키고 이를 통해 다시 지역사회에 순이익의 절반을 환원하고 있는 대표적인 브랜드가 삼다수다. 그동안 국내 먹는 샘물시장의 선두주자로 안착할 수 있었던 것은 '공수화(公水化') 영향도 컸다. 지난 1995년 제주도개발특별법은 대기업이 제주 지하수를 이용한 먹는 샘물 개발사업에 뛰어들 수 없도록 했다.

■ 공사 노조 ‘도청 앞으로’…경영진 퇴진 촉구

하지만 지난 24년 동안 무노조 경영을 유지해온 공사는 지난 2018년 10월 삼다수공장 노동자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서 지난해 2월 노조가 출범했다. 공사 노조는 지난 7월부터 총 19차례에 걸쳐 사측과 교섭을 진행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총파업에 나섰다. 노조 측은 지난 3일 오후 제주도청 앞에서 거리집회를 갖고 단체협약 체결과 이경호 공사 사장 직무대행을 롯해 경영진 퇴진을 촉구했다. 이들은 야간근로수당 확대(통상임금 2배 지급), 성과장려금 도입, 인사위원 추천권 확대(1인→2인), 근속승진 도입 등 전반적인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제주도개발공사 노조가 2일 오후 제주도청 정문 앞 도로에서 단체협약 체결과 이경호 공사 사장 직무대행을 비롯해 경영진 퇴진을 촉구하며 집회를 가졌다.
제주도개발공사 노조가 2일 오후 제주도청 정문 앞 도로에서 단체협약 체결과 이경호 공사 사장 직무대행을 비롯해 경영진 퇴진을 촉구하며 집회를 가졌다.

오리온제주용암수 국내 판매를 둘러싸고 도와 오리온 간 갈등의 골도 깊어졌다. 원희룡 지사는 4일 출입기자 간담회를 통해 “오리온이 이미 공장을 지었다는 이유만으로 국내 생수시장을 노리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오리온의 제주용암수 국내 판매 불가 입장을 재확인했다.

■ 삼다수에 도전장 낸 용암수…제주도 ‘당혹’

막강한 유통망을 가진 오리온이 국내 먹는 샘물 시장에 본격적으로 나서면 자칫 제주 대표 브랜드인 삼다수 아성이 흔들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제주용암수는 삼다수와 같은 일반 먹는 샘물과 달리 미네랄을 분리 재투입하는 형태로 식품첨가물이 들어가는 혼합음료로 분류되나, 소비자들이 이를 꼼꼼히 구분해 구입할 리 만무하고, 결국 삼다수 판매에 부정적 영향이 줄 것이라 게 도의 걱정이다.

화산섬인 제주 자원 중 하나인 염지하수(용암해수)는 바닷물이 화산암반층에 의해 자연 여과돼 땅속으로 스며든 물이다. 도는 염지하수가 지하수보다 자원이 풍부하더라도 막대한 양을 쓰다 보면 고갈할 우려가 있어 공공재 개념으로 염지하수를 관리하고 있다.

■ 국내 시판 강행하면 취수량 제한 최후통첩

원 지사는 “현재 도는 일주일 단위로 시제품 생산을 위한 물 공급 신청서를 받아 1일 1000 톤 규모를 공급하고 있을 뿐”이라며 “국내 시판에 따른 물 공급과 관련해 오리온과 어떠한 계약도 체결돼 있지 않으며 공급 의무 또한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리온이 제주용암수 국내 판매 후 이익금을 환원하겠다고 하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오리온 측 대응에 불만을 표시했다.

오리온제주용암수.
오리온제주용암수.

또 오리온이 용암수 해외 수출을 위해 검증 차원에서 국내 출시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에 대해 "전문가 자문을 비롯헤 근거자료와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면 열린 입장으로 대화할 수 있다"며 "지금처럼 계약도 없이 은근슬쩍 국내 출시를 기정사실로 밀고 가려 한다면 가려 한다면, 염지하수 취수량을 통제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 오리온 “용암수 국내 판매 협의는 계속 진행중”

한편 도는 지난달 17일 오리온에 제주용암수 사업계획 보완을 요구했다. 하지만 오리온은 도가 제시한 지난달 31일까지 답하지 않은 상태다. 이에 대해 오리온은 “국내에서 시판되지 않는 330㎖ 제품을 만든 것도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것이며, 도에도 용암수에 투자할 때부터 국내에 먼저 판매를 하고 검증을 거친 뒤 해외에 진출한다는 계획을 알렸다”고 밝혔다.
아울러 "현재 도와 협의는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대화를 통해 잘 마무리한다는 방침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오리온은 1200억원을 투자해 제주시 구좌읍 한동리 제주용암해수단지 내 3만㎡ 부지에 1만4985㎡ 규모의 '제주용암수' 공장을 지어 지난달 3일 준공식을 가졌다.
제주용암수 공장은 연간 330㎖·530㎖·2ℓ 3개 제품 2억4000여병을 생산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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