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북한

북핵협상·한일갈등 등 켜켜이 쌓인 외교난제…새해엔 돌파구 찾을까

뉴스1

입력 2019.12.31 06:01

수정 2019.12.31 22:48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서울=뉴스1) 최종일 기자 = '하노이 노딜' 이후 불확실성이 커진 북한 비핵화 협상과 삐걱대는 한미동맹, 파국을 겨우 면한 한일 관계, 복원이 더딘 한중 관계 등 올 한해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 지형은 어느 때보다 험준했다.

지정학적 경쟁이 곳곳에서 표출될 것으로 예상되는 2020년에도 해양 세력과 대륙 세력의 경계에 위치한 한국이 떠안을 수밖에 없는 외교적 도전과제들은 여전히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비핵화 협상은 '하노이 노딜' 여파로 진전되지 못했다. 6월 판문점 남북미 정상 회담과 10월 스톡홀름 실무협상 등으로 모멘텀이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실제적인 성과는 거의 없었다.

북한은 하노이 회담 이후 미국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굳혀갔고, 미국은 상황 관리에 주력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협상판이 요동쳤다. 북한의 무력시위에 이어 양측 간 설전의 양상이 나타나면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북미 협상에 대한 중재자 혹은 촉진자로서 남측의 역할도 크게 약화됐다.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 1주년 기념행사를 남측 단독으로 치른 점은 경색된 남북관계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북한은 내년에 '새로운 길'을 예고했고, 미국은 내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있어 북미 협상의 교착이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 북미 협상을 촉진하기 위한 남북관계 개선의 창의적 해법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지난 17일 유엔안보리에 대북 제재 완화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제출한 중국과 러시아가 내년에는 한반도 문제에서 목소리를 더욱 키우며 6자회담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비핵화 협상 방정식은 더욱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한미동맹 균열 우려는 새해 초부터 제기될 수 있다. 한미는 지난 9월부터 총 5차례 방위비분담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6차 회의는 협정 공백 상황에서 내년 1월 중 미국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방위비협상 등을 둘러싼 잡음은 동맹을 경제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상업주의적 안보관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그렇지만 한미동맹이 흔들리면 한국의 외교안보 정책 전반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만큼 정부로선 합리적 수준에서 방위비 협상을 마무리하고 또 한미동맹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것이 숙제다.

이밖에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한 한국의 참여 정도를 놓고 한미 간 이견이 노출될 수도 있다. 또 한미가 추진중인 '조건에 기초한 전시작전권 전환'과 관련, 조건 충족 여부 그리고 미래연합사와 유엔사 간 관계 설정을 놓고 갈등을 빚을 수도 있다.

한일관계도 전망이 불투명하다.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24일 오후 쓰촨성 청두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얽히고설킨 양국관계를 대화로 풀어나가기로 했지만 양국 갈등의 지뢰는 곳곳에 깔려 있다.

11월 일본은 수출당국 간 대화를 통해 수출규제 문제를 풀기로 했고, 그동안 한국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유예하기로 했지만 대화 중에 지소미아와 수출 규제 카드도 또 다시 등장할 수 있다.

양국 갈등의 핵심인 강제징용 해법 마련에서 접점 찾기가 쉽지 않다.
또 도쿄올림픽 욱일기 사용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 등 양국 관계를 흔들 수 있는 요인들은 많다

한중 관계와 관련해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내년 상반기 국빈방한이 확정적인 단계인 것으로 알려져 새해는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으로 얼어붙었던 양국 관계가 예년 수준으로 돌아가는 원년이 될 것이란 기대가 높다.

하지만 격렬한 미중 갈등 속에서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 아시아 배치 등 현안에서 한국이 선택을 강요받게 되는 난처한 상황이 또 다시 벌어질 수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9일 2차 외교전략조정회의에서 대외환경 불확실성은 어느 때보다도 높지만 새로운 지역구도와 국제질서를 둘러싼 국가 간 경쟁은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우리는 도전과 위기 속에 숨어있는 기회를 포착하고 극대화하는 선제적이고 능동적인 외교를 전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