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빨갱이 아닌 동네 주민"…맹학교 학부모들 2주째 보수 집회 막아서

뉴스1

입력 2019.12.28 17:26

수정 2019.12.28 17:26

맹학교학부모회가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효자주민센터 인근에서 시각장애인 학습권 및 주민안정권 확보를 위해 광화문광장에서 청와대 방면으로 행진하는 보수단체를 막아서고 있다. 2019.12.28/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맹학교학부모회가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효자주민센터 인근에서 시각장애인 학습권 및 주민안정권 확보를 위해 광화문광장에서 청와대 방면으로 행진하는 보수단체를 막아서고 있다. 2019.12.28/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맹학교학부모회가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효자주민센터 인근에서 시각장애인 학습권 및 주민안정권 확보를 위해 광화문광장에서 청와대 방면으로 행진하는 보수단체를 막아서고 있다. 2019.12.28/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맹학교학부모회가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효자주민센터 인근에서 시각장애인 학습권 및 주민안정권 확보를 위해 광화문광장에서 청와대 방면으로 행진하는 보수단체를 막아서고 있다. 2019.12.28/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류석우 기자,문성대 기자 = 서울맹학교 학부모들과 서울 청운효자동 주민들이 매주 토요일 청와대 방면으로 행진을 시도하고 있는 보수 집회 참가자들을 2주 연속 막아섰다. 이들은 청와대 인근 청운효자동에서 수개월째 매일같이 집회가 열리고 있는 것과 관련해 상생을 호소하기 위해 지난주 토요일부터 거리로 나서고 있다.


서울맹학교 학부모회와 한국시각장애인가족협회는 28일 오후 청와대 방면으로 행진하는 보수단체들을 막기 위해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사이 신한은행 사거리로 집결했다.

오후 2시에 나와 청와대 인근 집회금지 서명을 받은 맹학교 학부모들 및 인근 주민들은 오후 3시가 넘자 본격적으로 보수단체 행진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지난주 청운효자동 주민센터에서 처음 기자회견을 진행한 뒤 행진을 막았던 이들은 이날 집회 장소를 경복궁역 방향으로 한 블록 전진한 곳으로 잡았다.

오후 3시30분이 넘자 광화문역 인근에서 1차 집회를 마친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국본) 등 보수 집회가 경복궁역을 지나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방면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지난주 대치 상황에서 국본 집회 참가자로부터 '빨갱이' 등의 원색적인 욕설을 들은 맹학교 학부모들은 이날 '저희 빨갱이 아니고 이 동네 사는 부모들입니다. 제발 오지 마세요'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도로 중간을 막아섰다.

맹학교 학부모들과 인근 주민들이 행진을 막자 국본 집회 참가자들은 "정당하게 행진 신고를 했다"며 "법을 무시하고 무단점거하는 저들을 경찰이 정리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못생긴 아줌마 비켜라", "이북 가서 살아라" 등의 비난과 욕설을 하는 참가자도 있었다.

이에 맹학교 학부모 측은 "여긴 우리 동네다. 제발 그만해달라"며 "시끄러워 못 살겠다. 우리를 밟고 지나가라"고 외치며 길을 비켜주지 않았다. 이들은 서로 도로 중간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약 30여분간 대치했다.

맹학교 학부모 측은 국본 집회 측에 마이크를 끄고 대화하자고 요청했지만 이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계속되는 대치에도 국본 집회 측이 물러서지 않자, 맹학교 학부모 측은 내부회의를 거친 뒤 마이크와 음악을 끄고 행진해달라고 요청했다.

오후 4시가 넘자 맹학교 학부모 측이 길을 비켜주는 대신 국본 집회 선두에 서서 청와대 방면 행진을 이어갔다. 국본 측은 음악을 끄고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까지 이동했다.

하지만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부근에서 국본 측이 다시 음악을 켜고 마이크 소리를 올리자 맹학교 학부모들이 다시 이들을 막아섰다. 국본 측은 "저들이 불법으로 길을 막고 있으니 여기서 진행하겠다"며 음악 소리를 최대로 올린 채 집회를 이어갔다.

국본 측은 맹학교 학부모들이 막아서고 있는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1시간가량 집회를 진행한 뒤 오후 5시쯤 물러났다. 이들은 물러서는 와중에도 맹학교 학부모들을 향해 욕설과 함께 "문재인 앞잡이", "간첩" 등으로 비난했다.

김경숙 맹학교 학부모회장은 이날 대치가 끝난 뒤 "매주 한 블록씩 밀고 내려가 경복궁역까지 갈 것"이라며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맹학교 학부모 강복순씨도 "이 싸움은 계획이 없다. 무기한으로 이곳에 평온이 찾아올 때까지 이어갈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학부모들에 따르면 이 지역에서 이뤄지는 보행수업은 서울맹학교 학생들에게 특히 중요하다. 시각장애인은 생활환경을 크게 바꾸기가 어려워 졸업 이후에도 이 근처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있고, 따라서 근처 지형을 익힐 수 있는 청와대 주변 보행 연습도 필수적이라는 게 학부모들의 설명이다.


청운효자동 주민과 서울맹학교 학부모들은 집회로 인한 소음과 교통불편을 호소하면서 전광훈 목사가 총괄대표로 있는 '문재인하야 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와 민주노총 산하 톨게이트 노조 등이 집회를 열지 못하게 해 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에 지난달 경찰은 검토 끝에 2번의 제한통고를 했지만 범투본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은 내년 1월4일을 기점으로 주간에도 집회를 전면 금지하겠다는 내용의 3번째 제한통고를 범투본 측에 전달한 상태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