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수출규제부터 거목들의 타계까지 …2019년 산업계 달군 주요 이슈는

뉴스1 입력 :2019.12.28 11:50 수정 : 2019.12.28 11:50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7월7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하고 있다. 이 부회장 일본행은 지난 4일부터 시작된 일본 정부의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 규제 강화에 따른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9.7.7/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24일 중국 쓰촨성 청두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9.12.24/뉴스1


지난해 9월 평양 목란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환영 만찬에 참석한 구광모 LG회장(사진 좌측)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 우측)이 한 테이블에 나란히 앉아 있다.© 뉴스1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뉴스1


고(故)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뉴스1


고(故)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 2019.12.14/뉴스1

(서울=뉴스1) 류정민 기자 = "긴장은 하되 두려워 말고,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자." "회장을 한 지도 20년이 넘는데, 이런 지정학적 위기는 처음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인 삼성전자의 이재용 부회장과 SK의 최태원 회장이 올해 각각 한 말들로, 이는 2019년 한국 산업계가 직면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올해 산업계는 미·중 무역 분쟁 악재에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까지 겹치며 어느 해보다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

지난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슈퍼 호황' 기저효과가 있다고 하더라도, 반도체 산업을 이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은 저조했고, 디스플레이 업계는 중국 업체들의 저가 LCD 공세에 밀려 잇따라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유가와 정제마진 하락, 수요 감소 등으로 정유·화학 업체들의 실적이 악화된 가운데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문제로 미국에서 소송전을 벌이며 첨예하게 대립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 등 한국 경제의 압축 성장을 이끌었던 경영인들이 잇따라 별세, 한 시대의 마감을 알렸다.

◇日, 韓 반도체·디스플레이 정조준 수출 규제, 삼성, SK, LG 등 비상경영

강제노역 배상 문제로 한국 정부와 대립해 온 일본 정부는 지난 7월4일부터 포토레지스트,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의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절차 간소화 등 우대조치를 폐지하고 개별허가로 전환했다. 한국의 주력 수출 산업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정조준한 것으로 이들 3개 소재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공정에 필수적으로 사용되지만, 일본산(産) 의존도가 높고, 대체재를 찾기 쉽지 않다.

일본이 이달 24일 한일 정상회담을 닷새 앞두고 포토레지스트만 개별허가에서 특정포괄허가로 규제 수준을 소폭 완화했지만, 여전히 나머지 2개 품목은 개별허가를 거쳐야 한다. 여기에 일본 정부는 지난 8월28일부터 한국을 수출관리 우대 대상인 '화이트리스트'(그룹 A)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도 개정해 시행하는 등 한일 양국 정부 간 갈등으로 인한 산업계의 어려움은 지속되고 있다.

정부가 소재, 부품, 장비 산업 육성 계획을 발표하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주요 기업들도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 수입처 다변화 및 국산화율을 높이기에 나서는 등 총력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수요 감소 등으로 인한 한국 수출의 첨병 역할을 해 온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종의 어려움은 지속됐다.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7% 감소한 20조6802억원에 그쳤고, SK하이닉스는 85%가량 줄어든 2조476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는데 그쳤다.

중국발 저가 LCD 공세에 밀린 LG디스플레이는 3분기까지 영업적자가 9375억원으로 1조원에 육박했다. 그나마 중소형 OLED 패널을 주력하는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3분기 누적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7% 줄어든 5649억원으로 선방한 편이다.


◇ LG-SK 배터리 소송전, 삼성-LG TV 전쟁


차세대 먹거리 중 하나인 전기차 배터리를 둘러싼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소송전도 올 한 해 재계를 뜨겁게 달군 이슈였다.

LG화학이 지난 4월 전기차 배터리 관련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SK이노베이션을 제소하면서 본격화된 소송전은 9월 SK이노베이션이 제기한 특허 침해 맞소송으로 확산됐다. 여기에 국내에서는 LG화학이 5월 산업 기술 침해 형사소송을 제기했고, SK이노베이션은 6월 소 취하 및 손해배상 청구,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으로 맞섰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9월 회동했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했다.

LG화학이 4월 ITC에 제기한 소송은 내년 상반기 예비판결, 하반기 최종판결이 날 예정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초고화질 TV 전쟁도 재계를 뜨겁게 달군 이슈였다. 지난 9월 독일에서 열린 IFA에서 LG전자는 삼성의 QLED 8K TV에 대해 국제 표준 규격에 미달한다고 지적했고, 같은 달 LG전자는 언론을 대상으로 삼성의 QLED TV 제품을 직접 분해해 보여주면서 QD-LCD라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삼성전자는 번인 현상이 일어난 LG전자의 OLED TV를 전시하며 첨예하게 대립했다.

LG전자는 9월 삼성전자를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고, 10월에는 삼성전자가 LG전자를 공정위에 맞신고 하면서 격화됐다. 양사는 유튜브에 자사 TV의 장점은 강조하고 상대방의 약점을 부각하는 동영상을 연이어 올리며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한 시대가 저문다'…조양호, 김우중, 구자경 잇따라 별세


2019년은 한국 경제의 고도 성장기를 이끈 1.5세대 재계 거목들이 잇따라 쓰러진 한 해이기도 하다.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이 4월 별세했고, 12월 들어서는 닷새 간격으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과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부고 소식이 전해졌다.

조양호 회장은 올 4월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병원에서 폐 질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70세. 조 회장은 한진그룹 창업주인 고 조중훈 회장의 장남으로 1974년 대한항공에 입사, 대한항공 사장, 한진그룹 부회장, 대한항공 회장 등을 지내고 2003년부터 한진그룹 회장에 올라 그룹을 이끌었다. 지난해 말 폐 질환 수술을 받고 건강을 회복 중이었지만 올해 3월 열린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사내 이사직을 발탁당하며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고 이어진 스트레스 등으로 건강이 급속히 악화된 것으로 전해진다.

'세계 경영' 신화를 쓴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올해 12월9일 경기도 수원 소재 아주대학교병원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영면에 들었다.

향년 83세로 별세한 김 전 회장은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 최선봉에 서 왔던 기업인으로 평가받는다. 1967년 자본금 500만원으로 대우실업을 창업한 이후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급격한 내리막길을 걷기까지 30여 년간 승승장구하며 재계에 '대우신화'를 썼지만,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그룹이 해체되는 등 파란만장한 삶을 보냈다.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은 이달 14일 향년 94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구자경 명예회장은 LG그룹 창업주인 구인회 명예회장의 6남4녀 중 장남으로, 1970년 45세의 나이에 2대 회장에 올라 1995년 은퇴할 때까지 25년간 LG그룹을 이끌었다. 본래 교사였던 구 명예회장은 LG그룹 창업(1947년1월5일) 초창기인 1950년부터 부친을 도와 45년간 LG그룹의 성장과 도약을 이끌어 1.5세대 경영인으로 불린다.

평소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한 구 명예회장은 한국 산업계에 '강토소국 기술대국'(疆土小國 技術大國)의 정신을 남긴 것으로 평가받는다. 주력사업인 화학과 전자부문에서 부품과 소재 사업까지 영역을 확대, 원천 기술경쟁력 확보에 나서며 오늘날 재계 4위인 LG그룹의 기틀을 다졌다.
네이버채널안내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광고 닫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