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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권 행사 강화하는 국민연금 "횡령·배임땐 이사 해임"[기금위 '가이드라인' 의결]

배지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27 17:20

수정 2019.12.27 17:20

"경영 개입 아닌 주주가치 우선"
산업계 악영향땐 철회 여지 남겨
박능후 "기업 간섭 아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27일 오전 서울 소공로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9차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박능후 "기업 간섭 아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27일 오전 서울 소공로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9차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연금이 횡령·배임 등 불법행위로 기업가치와 주주권익을 훼손한 기업에 대해 법원 판결에 관계없이 적극적인 주주활동에 나서기로 했다. 필요한 경우 이사 해임 등 경영참여 주주권을 행사한다.

국민연금 최고 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는 27일 국민연금의 경영참여 목적의 주주권 행사 대상 기업과 범위, 절차 등을 규정한 가이드라인을 의결했다.

가이드라인은 횡령·배임·사익편취 등으로 기업가치가 추락했는데도 개선 의지가 없는 투자기업에 대해 국민연금이 이사 해임, 정관 변경 등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기금운용위원장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가이드라인의 취지는 기업 경영에 개입하거나 간섭하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기업가치를 높이고, 주주가치를 제고함으로써 국민연금의 수익성을 높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기금위는 재계의 입장을 반영해 주주제안 단계에서 이를 철회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을 추가했다. 박 장관은 "기업을 보호할 수 있는 측면에서 주주제안 자체를 철회할 수 있다는 추가 단서조항을 넣었다"며 "이를테면 주주제안 대상에 오른 기업이 산업계 전체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해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행사로 산업계에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으면 주주제안을 하지 않거나 철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른 기계적인 평가를 피하기 위한 조치인 셈이다.

기금위는 또 수탁자책임 활동사안 가운데 'ESG평가 종합등급 하락 사안'을 '예상하지 못한 우려사안'에서 '중점관리사안'으로 변경, 기업들이 충분히 대화하고 논의해 개선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연금은 비공개대화 대상기업→비공개 중점관리기업→공개중점관리기업→주주제안 등 4단계에 걸쳐 활동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

박 장관은 "ESG등급을 받았을 때 내용을 알아야 하고, 방어권도 보장돼야 한다는 재계의 지적은 적절하다"며 "2021년 이후에 시행해 내년 준비과정을 거치면서 기업들에게 적절하게 받았는지, 방어할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중점관리사안과 예상하지 못한 우려사안에 대한 활동 단계는 약 1년 단위로 추진되지만 해당 기업이 대화 자체를 거부하는 등 개선여지가 없는 경우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또는 기금위 의결로 단계를 축소하거나 즉시 다음 단계로 이행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가이드라인은 국민연금을 더욱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며 "불가피하게 주주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도 자의적으로 결정하지 않도록 원칙과 기준을 투명하게 만들어 주주활동에 대한 시장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이드라인을 준수해 주주활동을 충실히 이행하면 국민연금의 장기수익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bjw@fnnews.com 배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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