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매매 잡느라 전세 놓친 12·16…대출 옥죄니 전세 '쏠림'

뉴시스

입력 2019.12.27 16:12

수정 2019.12.27 16:12

'맹모' 수요에 주요 학군지역 이미 '전세 품귀' 12·16대책에 대출길 막힌 매매수요, 전세 회귀 입주 감소에도 신축·역세권·대단지 수요는 폭발 "학군수요 종료되는 2월까지 시장불안 가능성"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분양가 상한제 시행 이후 매물 부족 현상과 추가 아파트값 상승에 따른 기대감에 아파트값이 24주 연속 상승하고 있는 15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서울도심 아파트가 보이고 있다. 2019.12.15.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분양가 상한제 시행 이후 매물 부족 현상과 추가 아파트값 상승에 따른 기대감에 아파트값이 24주 연속 상승하고 있는 15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서울도심 아파트가 보이고 있다. 2019.12.15.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인준 기자 = 초고가 아파트 대출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정부의 '12·16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발표 이후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에 급제동이 걸린 반면, 전세시장은 아직까지 안정세를 되찾지 못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미 대입 제도 개편 등으로 주요 학군지역에 전세 매물이 크게 부족한 상황에서, 이번 대출 규제에 집을 팔려던 수요가 전세로 전환돼 다시 전셋값 상승을 부추기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상 학군 이사수요에 시장 관망에 따른 전세 수요가 겹쳐 생기는 문제기 때문에 적어도 내년 2월 초 학군 이사수요가 마무리 될 때까지는 시장의 불안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감정원이 지난 26일 발표한 '2019년 12월 4주 주간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이번 주(23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23% 올라, 지난 주(0.18%) 대비 오름 폭이 더 커졌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같은 기간 0.20%에서 0.10%로 축소된 것과 대조된다.

27일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가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09% 상승하는 데 그쳐, 전주(0.12%) 대비 상승폭이 축소됐다. 하지만 ▲송파(0.23%) ▲강동(0.22%) ▲강남(0.19%) ▲강서(0.18%) ▲금천(0.15%) ▲양천(0.13%) 등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상승폭이 컸다.

송파구의 경우 단지 내 초중고교가 위치한 잠실동 잠실엘스 외에 신천동 잠실파크리오가 500만~2500만원 오르고, 강동구는 한영고, 한영외고, 배재고 등 학군이 좋은 고덕동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 명일동 삼익그린2차가 1000만~3500만원 상승하는 등 대표 학군 지역을 중심으로 오름세가 크다. 강남구도 대치동 선경1, 2차, 한보미도맨션2차, 래미안대치팰리스1단지 등이 중대형 위주로 2500만~1억원 올랐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최근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세가 주요 학군지역으로 수요가 몰리는 방학 이사철인 데다, 교육제도 개편의 영향으로 학군 수요가 늘어난 것이 가장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와 양천구 등 주요 학군지역은 특목고·자사고 폐지, 정시확대 등 잇단 대입 제도 개편으로 주요 지역 전셋집을 선점하려는 맹모(孟母) 수요로 북적이는 가운데, 12월 본격적인 학군 이사 시즌에 돌입한 상태다.

여기에 전년 동기 대비 입주물량이 줄어든 가운데, 청약대기 수요 등으로 예년보다 전세 수요가 크게 늘어나 실수요자들이 거주를 선호하는 주요 지역에 신축이나 역세권, 대단지 등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

특히 지난 12·16대책 이후에는 전세 수요 쏠림은 더욱 심화됐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설명이다.

뛰는 아파트값에 매매를 고려하던 실수요자들이 12·16대책 이후 대출길이 막히고, 시장이 관망세로 돌아서자 주요 지역에서 전세로 눌러 앉는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시장에 전세 매물 품귀 현상을 부추기면서 전셋값 상승세를 부채질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감정원 관계자는 "매매로 갈아타려던 수요가 대출 규제 탓에 전세 계약 연장 등에 나서면서 전셋값은 오름세를 지속하는 반면 시중에는 여전히 매물이 귀한 상황"이라면서 "특히 경기 지역에서도 입주물량이 감소하면서 서울 지역의 수요가 분산되지 못하며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114관계자는 "서울 전세시장은 직주근접, 학군 등 입지가 우수한 지역에서 매물 부족이 이어지면서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면서 "반면 전세문의가 감소한 관악, 강북은 하락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일단 학군 이사수요가 마무리되는 내년 2월 초까지는 전셋값 불안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후의 시장 전망에 대해서는 다소 엇갈리고 있다. 특히 앞으로의 수급 전망에 따라 견해차를 드러내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최근 전셋값 불안은 좋은 학군을 선점하기 위한 맹모 수요가 예년보다 빨리 움직이면서 국지적인 불안을 야기한 것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연말 입주물량이 전년 대비 줄었다고 하지만, 내년 전체로 보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많고, 12·16대책으로 아파트값이 급등세를 이어가기 힘들다"면서 "셋값 상승세도 학군 수요 마무리 시점에 다소 잠잠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공급 부족을 우려하는 쪽에서는 내년에도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은 "높은 집값과 청약대기 등으로 서울 아파트 전세수요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내후년에 서울에 새 아파트 공급이 크게 줄어 들 것으로 보여 수급 불안이 지속될 전망"이라면서 "앞으로 양도소득세 중과를 피하기 위한 실거주 수요가 늘고, 임대사업자에 대한 혜택 축소 등을 고려하면 전셋값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부동산114 관계자도 "학군수요와 청약 대기수요 외에 대출, 세금 등의 부담을 피해 매매 대신 전세를 택하는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면서 "2020년 수도권 전세시장은 불안정한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내년에는 공시가격 현실화율과 공정시장가액비율, 종부세 세율 등이 오르면서 보유세가 상승할 전망"이라면서 "이 보유세 상승분이 세입자에게 전가되면 전셋값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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