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日, 韓 우려에도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출'로 가닥 잡나

뉴시스

입력 2019.12.27 06:01

수정 2019.12.27 06:01

日원자력규제위원장 "해양 방출이 가장 타당" "대기방출 경험 없고, 설비 건설·심사 시간 걸려" 日부흥성 "세계적으로 대부분 해양에 방출" 文대통령, 日아베 총리에 오염수 우려 전달 "국민 안전·건강 우선…정보 요청하며 협의"
【후쿠시마(일본)=AP/뉴시스】일본 후쿠시마(福島)의 후쿠시마 제1 원전의 방사능 오염수 저장 탱크 모습. 일본은 4일 저수 탱크들에 보관하고 있는 엄청난 양의 방사능 오염수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일본에 주재하고 있는 22개국 외교관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했다. 2019.9.4
【후쿠시마(일본)=AP/뉴시스】일본 후쿠시마(福島)의 후쿠시마 제1 원전의 방사능 오염수 저장 탱크 모습. 일본은 4일 저수 탱크들에 보관하고 있는 엄청난 양의 방사능 오염수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일본에 주재하고 있는 22개국 외교관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했다. 2019.9.4
[서울=뉴시스] 이국현 기자 =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 원전 오염수 처리 방법을 해양 방출로 결론낼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국제환경단체는 물론 한국 정부가 생태계와 주변국에 미칠 심각한 해악을 우려하는 상황에서 오염수 문제가 한일 관계에 또 다른 변수로 부상할 지 주목된다.

후케타 도요시 원자력 규제위 위원장은 지난 25일 기자회견을 갖고 "해양 방출에 비해 대기 방출은 시간, 비용, 폐로 작업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했을 때 더 어려운 선택 사항"이라며 해양 방출과 대기 방출 모두 기준을 지켜 진행하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고 밝혔다고 NHK, 산케이 등이 보도했다.

특히 후케타 위원장은 해외에선 대기 방출 사례가 있지만 일본 내에서는 관련 경험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기 방출을 위해선 설비 건설이 필요하며 규제위가 심사할 때 내진성 확인 사항이 해양 방출 때보다 많아져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 정부는 경제산업성 산하 오염수처리대책위원회 전문가 소위가 제시한 오염수 처분 방법과 일정 등에 대한 의견을 토대로 기본 방침을 정하고 도쿄전력 주주들과 국민 의견을 청취할 계획이다. 이후 원자력 규제위가 일본 정부가 마련한 처분 방안을 승인하면 도쿄전력이 이행하게 된다.

지난 23일 경산성은 오염수처리대책위 소위원회가 해양 방출과 대기 방출, 해양과 대기방출을 병용하는 세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후 이틀 만에 오염수 처리 방법을 승인할 권한을 쥐고 있는 원자력 규제위원장이 해양 방류에 무게를 두면서 일본 정부 역시 해양 방류로 결론내릴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관측된다.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25일 부산 동구 일본총영사관 인근 강제징용노동자상 앞에서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일본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를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19.09.25. yulnetphoto@newsis.com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25일 부산 동구 일본총영사관 인근 강제징용노동자상 앞에서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일본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를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19.09.25. yulnetphoto@newsis.com
◇日, 정화된 '처리수' 주장에도 '삼중수소' 등 방사성 물질 남아

지난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발생 이후 원자로에서 녹아내린 핵연료를 냉각시키기 위해 냉각수 주입이 계속 이뤄지고 있다. 냉각수가 핵연료와 직접 닿아 고농도의 방사능 오염수가 되는데 일본 정부는 제1원전 탱크에 보관하고 있는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이용해 방사성 물질을 제거한 '처리수'라고 주장하고 있다.

간케 이치로 부흥청 부대신은 지난 16일 '한일 기자 교류 프로그램'으로 도쿄를 방문한 한국 외교부 기자단과 만나 "오염된 물을 고품질 알프스를 통해 완벽히 제거하고 처리수를 취급하고 있다"며 "세계적으로 봤을 때 원전에서 나오는 처리수를 대부분 해양에 방출하고 있다. 처리수를 어떻게 할 지 아직 결정된 게 없다"고 밝혔다.

그린피스를 비롯한 환경단체들은 방류된 오염수가 해류를 타고 순환하면서 한국을 비롯한 태평양 연안 국가들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를 내놓았다. 인체에 영향을 주는 방사성량의 안전치에 대한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수산물 섭취 등을 통해 신체에 방사성 물질이 들어올 경우 치명적이라는 지적이다.

원자력 전문가인 숀 버니 그린피스 수석은 지난 8월 "일본이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 110만t을 태평양에 방류하면 동해의 방사성 물질도 증가한다"며 "오염수에 포함된 방사능 핵종인 삼중수소(트리튬)가 동해까지 유입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환경운동연합화 시민방사능감시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8월 후쿠시마 주민공청회에서 인체에 해로운 삼중수소뿐만 아니라 세슘137과 스트론튬 90, 요오드 131 등 방사성 물질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더욱이 방사능 오염수를 희석해 방출해도 버려지는 방사성 물질의 총량은 변함이 없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들 환경단체는 "방사능 오염수의 해양 방출은 생태계에 심각한 해악을 끼칠 수밖에 없다"며 "일본 정부는 경제적인 이유와 기술적 어려움의 핑계를 들어 손쉬운 해결책인 해양 방류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후쿠시마 어민들과 우리나라 등 주변국들에 피해를 최소화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韓 정부, 국민 안전·해양에 미칠 영향 '우려'…日에 자료 공개 협의 요청

그동안 한국 정부는 원전 오염수 처리 결과가 국민 건강과 안전, 해양으로 연결된 국가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며 일본에 자료 공개와 협의를 요청해 왔다.

외교부는 지난 8월 주한일본대사관 경제공사를 초치해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출에 대한 사실 확인 및 향후 처리 계획 등에 대한 일본 정부의 답변을 요청했다. 하지만 일본은 "오염수 처리 계획에 대해 구체적인 결론은 나와있지 않다"며 협의를 피해 왔다.

특히 정부는 지난 9월 국제원자력기구(IAEA) 총회에서 원전 오염수 처리 문제를 공론화했다. 정부는 일본의 원자로 상태 및 오염수 현황에 대한 현장 조사와 환경 생태계에 대한 영향 평가 등을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국제사회가 안전하다고 확신할 만한 원전 오염수 처리 기준과 방안을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직접 나섰다. 문 대통령은 지난 24일 중국에서 열린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에서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와 관련된 정보를 국제사회와 제대로 공유하고 있지 않다는 우려를 전달했고, 아베 총리는 "투명하게 공개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청두(중국)=뉴시스]배훈식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4일 중국 청두 샹그릴라 호텔에서 정상회담 전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19.12.23. dahora83@newsis.com
[청두(중국)=뉴시스]배훈식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4일 중국 청두 샹그릴라 호텔에서 정상회담 전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19.12.23. dahora83@newsis.com
도쿄전력에 따르면 980여개의 저장 탱크에 고인 방사성 트리튬 등 오염수는 115만t에 달하며 하루 150t씩 증가하고 있다는 것으로 전해졌다. 도쿄전력은 부지 제약으로 2022년 8월 오염수 저장 탱크가 가득 찰 것이라고 전망하며 일본 정부의 빠른 판단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오염수 처리 방법을 완전히 결론내지 않은 상태에서 관련 자료를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에 투명하게 공개하고 협의에 나설 지는 불투명하다. 특히 일본이 주변국과 협의 없이 해양 방출을 강행할 경우 강제징용 문제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일본의 수출 규제 등을 놓고 갈등을 겪고 있는 한일 관계는 또다시 악화될 수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일 정상회담에서 (오염수에 대한) 설명이 있었던 것 같고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최우선해 정보를 요청하면서 협의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며 "일본 측 절차도 있기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추진되는지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lgh@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