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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은 묵힐수록 커지잖아요..개회충 감염증 [Weekend 헬스]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27 04:00

수정 2019.12.27 13:49

개회충 감염증
'알레르기'려니 여기다 실명·중풍 위험
개·고양이 소장에 사는 기생충이 배설물 통해 인체로 유입
과호산구증후군 진행 땐 뇌경색 등 다양한 장기 손상 유발
질병은 묵힐수록 커지잖아요..개회충 감염증 [Weekend 헬스]
최근 개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늘어나면서 알레르기 질환에도 주의해야 한다. 건강검진에서 호산구가 말초혈액에서 500개 이상 증가하는 '호산구증가증'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호산구는 우리 몸의 면역세포인 백혈구 중 하나다. 호산구가 증가하는 가장 큰 원인은 알레르기 질환이다.

서울시 보라매병원 알레르기내과 양민석 교수는 26일 "호산구 수치가 증가하면 기생충 감염을 확인해봐야 한다"며 "최근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기생충은 개회충으로 개나 고양이의 회충에 의해 감염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산구 증가, 기생충 감염 의심해야

알레르겐이 우리 몸에 들어오면 처음에는 비만세포가 이를 감지해 신호를 보낸다.
이 때 호산구가 염증부위로 이동해 염증물질로 적을 공격한다. 문제는 몸의 정상조직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정상조직에 상처가 나면 작은 자극에도 예민해지는 알레르기가 나타난다.

호산구증후군이 발생하면 우선 기생충 감염을 의심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는 회충, 간디스토마, 폐디스토마 등 일반적인 기생충은 크게 감소했다. 1960년대 이후에는 기생충이 거의 박멸됐고 2013년 기준으로 감염률이 2.6%밖에 되지 않는다.

최근 호산구증가증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기생충은 개회충이다. 개회충은 개나 고양이의 소장에 사는 기생충이다. 개회충의 알은 개의 몸 밖으로 나와 흙에서 어느 정도 자란 후 사람 몸에 들어가 감염을 일으킨다. 이 때문에 직접 감염이 일어나는 것은 흔하지 않다. 하지만 아직 개회충이 사람 몸 속에 어떻게 들어가는지 밝혀지지 않았다.

이에 반려동물을 키우는 경우 배설물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또 생 소간을 먹은 사람들에게도 개회충증이 발생하고 사슴이나 자라 피를 복용하거나 흙장난을 통해서나 채소를 잘 씻지 않고 먹은 경우에도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에는 개회충이 사람 몸에 들어와도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하지만 증상을 나타내는 경우가 있다. 면역력이 떨어진 경우 간, 폐, 뇌, 안구에서 증상을 일으키거나 전신 감염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개회충이 간으로 가면 간수치가 나빠지고 컴퓨터단층촬영(CT)나 복부 초음파를 보면 호산구성 농양(고름집)이 만들어져 있는 경우도 있다. 폐로 전염되면 기침, 가래, 각혈이 발생한다. 뇌로 가는 경우 중풍과 유사한 증상이 나타나며 안구에서는 시력저하나 실명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과호산구증후군 장기에 문제 일으켜

특히 말초혈액에서 호산구가 1500개 이상으로 증가한 과호산구증가증의 경우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이는 우리 몸이 통제를 벗어나 갑자기 호산구의 숫자를 늘렸기 때문에 발생한다. 호산구증후군이 나타나면 절반 가량은 과호산구증후군이 진행할 수 있다.

문제는 늘어난 호산구가 몸 속의 장기를 돌아다니며 피해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간, 폐, 심장, 피부 등이 많은 피해를 입는다. 호산구 숫자가 늘어나면 혈관을 막아 뇌경색이 발생할 수도 있다. 호산구가 심장에 참범한 경우에는 증상없이 조금씩 심장을 망가지게 만든다. 나중에 증상이 나타나면 이미 손상이 많이 돼 손을 쓸 수 없는 상태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양 교수는 "호산구 수치가 늘어나있는 과호산구증후군이 있는 경우 몸의 여러 장기에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며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아 병의 진행상태를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백혈병과 같은 유전자 이상이 있는 경우에는 치료방법이 달라지게 된다. 따라서 과호산구증후군 환자의 경우 골수검사를 통해 유전자 이상을 확인하는 게 좋다.

■어떻게 치료하나

단순한 개회충증은 구충제를 복용해 치료한다. 일반적인 구충제는 1~2일 가량 복용하면 된다. 하지만 개회충증은 5~7일간 치료해야 한다. 일반적인 복용으로는 개회충을 죽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구충제를 복용한 후에도 호산구 수치가 감소했는지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반복치료를 해야 한다.

또 호산구 수치가 크게 증가한 경우에는 이를 없애기 위해서 스테로이드를 사용한다.
주로 천식에 사용하는 흡입 스테로이드와 비염에 사용하는 코 스테로이드 같은 국소 스테로이드 제제가 효과가 있다. 국소 스테로이드제만으로 조절이 되지 않는 경우 표적치료제인 항 IL-5항체를 사용한다.


한편, 서울대학교병원 산하 병원 알레르기내과 의료진 9명은 '당신이 이제껏 참아온 그것 알레르기입니다'라는 책을 공동집필해 알레르기에 대한 정보를 자세히 제공한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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