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회담]

文·아베, 관계개선 필요성 공감… 수출규제·징용 입장차 여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24 17:53 수정 : 2019.12.24 21:27

당국 대화 해결 원론적 발언만
지소미아 문제도 여전히 숙제
해빙무드 전환까진 시간 필요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4일 중국 쓰촨성 청두 샹그릴라 호텔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회담에서 일본의 보복성 수출규제 조치의 신속한 철회를 일본 정부에 거듭 촉구했다. 뉴시스
【 청두(중국)·서울=김호연 김병덕 강중모 기자】 15개월 만에 성사된 한·일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강제징용 판결과 일본의 수출보복 규제 등으로 악화된 양국 관계개선의 필요성에는 일단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는 양국 모두 자국 내 사정과 여론 등을 감안하더라도 장기간의 '벼랑끝 대치'가 결국 양국 모두에 심각한 타격을 가져올 것이란 판단에서다.

하지만 당장 깊어질 대로 깊어진 그동안의 골을 메우기에는 해결해야 할 난제가 많아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강제징용 배상판결, 일본의 수출규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등에서 양국이 전면전을 펼치며 어느 한쪽이 양보할 수 없는 국면으로 흘렀기 때문이다.
양국 정상이 관계개선이 필요하다는 데는 한목소리를 냈지만 구체적 해법을 놓고선 인식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한·일 "관계개선 위해 솔직한 대화"

24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지난 5개월간의 갈등국면을 의식한 듯 '솔직한 대화'와 '솔직한 의견교환'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양국 간 현안을 해결하려면 직접 만나서 솔직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 가장 큰 힘이라고 생각한다"며 "(한국과 일본은) 잠시 불편함이 있어도 결코 멀어질 수 없는 사이"라고 관계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불편함이 있어도 결코 멀어질 수 없는 사이"라는 발언에 아베 총리는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이에 아베 총리는 "저로서도 중요한 일·한 관계를 계속 개선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고, 오늘은 아주 솔직한 의견교환을 할 수 있으면 한다"며 역시 관계개선 의지를 피력했다.

실제 일본 정부는 회담에 앞서 지난 20일 수출을 제한했던 3종의 반도체 부품 중 포토레지스트(감광제)에 대한 규제를 완화했다. 수출심사 방식을 개별허가에서 특정포괄허가로 바꾼 것으로,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명분을 쌓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됐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경제산업성은 한·일 관계 문제를 수출규제와 연동시키는 것에 대한 불만이 있었다"며 "그런 측면에서 최근 들어 관계개선에 적극적인 편이고, (수출규제를 풀지 않으면) 지소미아 재검토 문제도 있기 때문에 부담이 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일본으로서도 최소한의 성의를 표시하며 대화모드로 간다는 것을 대내외적으로 보여준 셈이다. 다만 청와대는 일부 진전은 있었다고 인정했지만 근본적 해결방안은 못된다며 선을 그었다.

■'통 큰 정치적 결단' 아직은 일러

다만 깊어진 갈등의 골이 한차례 정상회담으로 치유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특히 아베 총리는 정상회담 후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자청, 자국 입장만 되풀이했다. 수출규제와 강제징용 판결 문제도 양국 정부가 이제 막 해법을 모색하기 시작한 '초벌구이' 단계다.

하종문 한신대 교수는 "핵심적 부분에서는 여전히 입구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번 정상회담은 결과물을 내놓는다기보다는 이어나갈 수 있는 단초 정도로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정치적 결단을 내리기에는 아직까지 내용이 부족하고, 덜 익은 상태이기 때문에 간극을 좁혀가는 과정이 더 필요한 것으로 진단했다.

현안에 대한 시각차는 정상회담에 앞서 이날 오전 열린 한·일 외교장관회담에서도 일정 부분 표출됐다.

강경화 외교장관은 회담에서 일본이 1개 품목에 대해 포괄허가조치를 내렸지만 궁극적으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조속히 철회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강제징용 판결과 관련,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피해보상 문제가 해결됐다는 기존 주장을 언급하자 우리 입장을 들어 강하게 반박하기도 했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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