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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2019]'타다 몸살'에도 벤처에 4조 몰려…올해만 유니콘 5개 탄생

뉴스1

입력 2019.12.24 07:00

수정 2019.12.24 07:00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 News1 오대일 기자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이수호 기자 = 올해 국내 벤처업계는 사상최대 규모인 4조원의 투자금이 몰리며 1990년대 IT붐을 잇는 제2의 벤처붐 시대로 기록될 전망이다. '타다 사태'로 대변되는 모빌리티 업계의 갈등 외에도 국회 통과가 무산된 '데이터 3법' 등 난제가 산적하지만 규제샌드박스를 비롯해 정부의 다양한 지원책을 통해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를 통해 우아한형제들, 여기어때, 수아랩스 등 비싼 값에 해외로 매각되는 '엑시트(투자금 회수)'도 잇따랐다.

◇"사상최대" 벤처투자에 4조원 몰려…올해만 유니콘 5개 탄생


올해 국내 벤처업계는 '중소기업 육성'을 슬로건으로 내건 정부의 공격적인 지원에 힘입어 사상최대인 4조원의 투자유치를 비롯해 양적인 성장을 일궈냈다는 평가다. 투자액만 단순 비교하면 전년대비 약 20% 이상 늘어난 수치다.

기업가치 1조원을 뜻하는 '유니콘' 스타트업 역시 올해만 5곳이 추가돼 11개를 기록, 독일과 함께 유니콘 보유국가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유니콘 기업의 종류도 다양해 숙박O2O 업체 야놀자와 모바일 쇼핑분야 위메프·무신사·지피클럽에 이어 바이오업체 에이프로젠이 올해 1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특히 올해는 국내 스타트업이 해외 투자시장에서 인정 받는 한해가 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는 분석이다. 차세대 유니콘으로 꼽히는 여기어때는 지난 9월 영국투자사 CVC캐피탈에 무려 4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매각됐고, 토종 인공지능(AI) 개발사 수아랩 역시, 미국 나스닥 상장사 코그넥스에 2300억원이라는 거액에 팔렸다.

12월 들어선 국내 1위 배달앱 배달의민족을 서비스하는 우아한형제들이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에 무려 4조8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매각되는 '빅딜'을 성사시켰다.

이로인해 업계에선 정부의 공격적인 벤처 지원정책이 스타트업의 기업가치 증대에 적잖은 도움이 됐다는 분석이 잇따랐다. 실제 정부는 지난해 3월 '제2의 벤처붐'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오는 2022년까지 신규 벤처투자 5조원 유치, 유니콘 20개 달성 등을 목표로 각종 지원책을 내놨다.

창업단계에서 바이오헬스와 핀테크, AI 등 신산업 창업, 고기술 스타트업을 적극 발굴하기 위해 투자단계에서 '비상장기업 투자전문회사(BDC)', '조건부지분인수계약(SAFE)' 제도 도입 등 자본 유입이 수월할 수 있도록 제도를 도입했다.

또 신기술·제품이 나왔을 때 한시적으로 규제를 면제해주는 규제샌드박스가 올초부터 시행돼, 약 95곳의 스타트업이 규제를 신경쓰지 않고 신사업 도전에 나섰다. 아울러 지난 4월에는 중소벤처기업부가 1000억원 규모의 '예비유니콘 특별보증 제도'를 신설,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대해 정부가 보증을 서는 제도도 내놨다.

이에 대해 수아랩의 창업자인 송기영 전 대표는 "중기부의 지원프로그램 팁스를 통해 성장발판을 마련하는 등 성장 과정에서 정부의 도움을 크게 받았다"며 "벤처 투자 육성에 대한 정부의 의지에 대해 체감하는 한해였다"고 강조했다.

◇시동꺼진 '타다'에 여전한 신산업 규제…토종 벤처자본 육성도 '숙제'

이처럼 국내 벤처업계가 외형적 성장을 일궜음에도 불구하고 모빌리티 산업을 비롯 여전히 규제로 인해 신음하는 신산업군도 적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타다'의 경우, 승차거부 없는 자동배차와 말을 걸지 않는 운전기사, 깨끗한 실내환경, 사납금이 아닌 직접고용 등을 앞세워 출시 1년만에 150만명의 이용자를 모으는데 성공했지만 올 하반기 이후, 택시업계와의 협상이 틀어지며 난관에 직면했다.

협상이 지지부진한 틈을 타 공격적으로 사업확장에 나선 타다에 대해 국회 국토위가 12월 '타다 금지법'를 통과시킨 것이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타다는 1년6개월뒤부터 서비스를 운영할 수 없게 된다. 업계에선 "택시기사를 살리기 위해 수십조원에 달하는 모빌리티 시장을 미국 기업에 넘겨줄 위기에 처했다"며 반발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이외에도 데이터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인터넷전문은행법, 특정금융거래정보 법률 등 규제완화책 대부분 여야의 대치로 발목이 묶혀 국내 스타트업 수십여곳이 국회만 바라보고 있는 상태다.

토종 벤처자금의 육성 역시 내년 정부와 업계가 풀어야할 과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스타트업을 키우려는 국내 모험자본의 규모가 작아, 해외 투자자에 신산업 주도권이 넘어가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4조8000억원에 매각된 우아한형제들의 경우, 무려 4조원이 해외투자사 몫으로 돌아갔다.
최근 "스타트업에 2조원을 투자하겠다"고 외친 신한금융지주를 비롯 국내 비IT 금융자본의 벤처투자가 활발해지고 있지만 정부차원에서 토종투자사 육성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투자업계의 한 관게자는 "11번가를 제외하고 쿠팡과 옥션, 지마켓에 이어 국내 1~3위 배달앱 모두 해외자본이 좌지우지해 쇼핑 시장의 주도권이 해외로 넘어간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국내 벤처캐피탈도 속속 1000억원대 이상의 대형 펀드를 결성하고 있지만 대부분 모험자본 투자에 소극적인 분위기"라며 "유니콘 기업은 늘어나고 있지만, 국내 자본의 성장도 함께 가줘야 진정한 벤처강국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정부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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