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염주영 칼럼]제조업 시대 가고, 농업 시대 온다

염주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23 17:13

수정 2019.12.23 17:13

IoT·AI로 무장한 신농부 등장
제조업 취업자 줄고 농업 늘어
신기술 배척은 농업 죽이는 것
[염주영 칼럼]제조업 시대 가고, 농업 시대 온다
'투자의 귀재' 짐 로저스는 수년 전 국내 대학 초청강연에서 "농업이 진정한 미래산업"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에게 "MBA 대신 농업을 공부하라"고 조언했다. 영국 옥스퍼드대 강연에서도 "금융의 시대는 끝났다. 부자가 되고 싶다면 농부가 돼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농부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데 농산물 수요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앞으로 농산물 가격이 올라간다.
농부의 값어치도 함께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이 같은 미래예측은 이미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지난해 농축산물을 팔아 소득을 1억원 이상 올린 농부가 3만6000여명이나 됐다. 이들은 나이가 30~40대로 젊고 유능하며 도전의식이 강하다. 사물인터넷(IoT)과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에도 해박한 신지식인이다. 이들이 농사 짓는 방식도 과거와는 다르다. 첫째, 원격농업을 한다. 직접 대면하지 않고 먼 곳에서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기기를 이용해 작물을 재배한다. 둘째, 데이터농업을 한다. 온도·습도 등 재배환경과 생육상태, 생산량과 시장 상황 등에 관한 데이터를 자동으로 측정·수집·축적한다. 이를 토대로 최적의 출하 시기와 양을 결정한다. IBM은 AI 의사 '왓슨'을 개발했다. 그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간 의사보다 더 정확한 진단과 치료법을 제시할 수 있다. 농업에서도 AI 농부가 등장할 날이 머지않았다.

산업화 시대에 도시로 갔던 젊은이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농어촌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도 큰 변화다. 통계청에 따르면 농림어업 취업자 수가 2017년을 기점으로 감소에서 증가세로 바뀌었다. 지난 2년 동안에만 11만6000명(10월 기준)이나 늘었다. 농사 짓지는 않지만 농어촌으로 이사한 사람은 48만명이나 된다. 반면 같은 기간 제조업 취업자는 12만6000명이 줄었다. 과거와는 판이한 모습이다.

4차 산업혁명이 산업지도를 바꾸고 있다.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농업은 제조업에 핵심산업의 자리를 넘겨주고 사양산업으로 전락했다. 그러나 농업이 IoT, 드론, AI 등의 신기술을 흡수하면서 다시 부상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제조업은 쇠퇴하고, 농업이 핵심산업 자리를 되찾을 것으로 예견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짐 로저스도 그중 한 사람이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도 향후 10년간 가장 유망한 6개 투자분야 중 하나로 농업을 꼽았다.

농업은 더 이상 사양산업이 아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신기술과 자본을 흡수하면서 미래 성장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그런데 한편에선 기술과 자본 유입을 막아 농업의 재부상을 방해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그 장본인이 농민단체라는 점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LG그룹은 얼마 전 새만금에 스마트팜을 조성하는 사업을 계획했다. 스마트팜은 정보통신기술(ICT)로 작물을 재배하는 최첨단 농법이다. 정부도 전북 김제시에 대규모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조성하는 사업을 지난해 초부터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LG그룹은 사업을 접었고, 정부는 2년째 제자리걸음이다. 농민단체 등이 반대해서다.

정부는 지난 10월 세계무역기구(WTO)에서 개도국 지위를 포기한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더 이상 국내 농산물 시장에 보호장벽을 칠 수 없게 됐다. 이젠 자력으로 경쟁해서 살아남아야 한다.
경지가 협소한 한국이 기존 방식으로는 미국을 이길 수 없다. 그러나 스마트팜을 하면 해볼 만하다.
농민단체들이 자본과 기술 유입을 막는 것은 농업 발전을 막는 일임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y1983010@fnnews.com 염주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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