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정세 '슈퍼위크'…文대통령, 北·中·日 현안 돌파 승부수

뉴시스 입력 :2019.12.22 11:50 수정 : 2019.12.22 11:50

北 협상 시한 초읽기 속 美 비건 빈손 귀국…한반도 긴장감 고조 文대통령,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한중·한일·한중일 릴레이 회담 북핵·사드·수출규제·지소미아 과제…남북·한중일 관계 회복 모색

[도쿄(일본)=뉴시스]문재인 대통령,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리커창 중국 총리의 모습.(사진=뉴시스DB). 2018.05.09.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제8차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중국을 방문한다. 1박2일 동안 베이징과 청두(成都)를 오가는 힘든 일정이다. 중국·일본과의 두 차례 양자 정상회담과 한·중·일 정상회의를 소화하는 숨가쁜 외교전이 기다리고 있다.

북한이 정한 비핵화 협상 시한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가면서 한반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북한과의 협상을 타진하기 위해 한중일 3국을 찾았던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성과 없이 돌아섰다. 북한은 기존 미국과의 대화 틀을 벗어난 '새로운 길' 수순을 밟는 모양새다.

한중·한일 관계 복원이라는 기본 과제 외에도 비핵화 대화의 불씨를 살리기 위한 방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중국 방문 전후를 기준으로 남은 일주일 가량이 한반도의 향후 정세를 가늠할 수 있는 '슈퍼 위크'가 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이러한 복잡한 외교 상황 속에서 중국 방문길에 오른다. 23일 오전 중국 베이징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한중 정상회담을 한다. 이어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지인 중국 쓰촨성(四川省) 청두로 이동해 리커창(李克强) 중국 국무원 총리와 별도 양자 회담을 갖는다.

이튿날인 24일에는 제8차 한중일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이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을 가진 뒤 귀국 길에 오른다.

◇北 연내 도발 막고 '새로운 길' 대비···사드 '봉인' 유지, 한중 관계 정상화

비건 대표가 끝내 빈 손으로 귀국하면서 연내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반대로 북한이 비건 대표의 회담 공개 제안을 외면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길'을 걸을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 것으로 평가된다.

이런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가 한반도 문제에 적극적인 관여 의지를 보이고 있어 시 주석과의 한중 정상회담의 중요성이 더 커지게 됐다.

북한의 '새로운 길'이 미국을 배제한 중국과 러시아 등 국제사회와의 외교다변화를 통한 돌파구를 모색하는 것이라면 한반도 문제에서의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한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시 주석에게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기대하고 이미 틀어진 북미 비핵화 협상을 되살리기란 시기적으로 어렵게 된 측면이 있다. 오히려 시 주석을 통해 북한이 그리고 있는 '새로운 길'에 대한 구상을 듣고, 우리 나름의 새 전략을 모색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중국과 러시아가 남북 간 철도·협력 사업을 대북제재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제재완화 결의안을 유엔 안보리에 제출한 것은 한반도 문제에 영향력을 높이기 위한 차원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러가 과거 북핵 6자회담 체제 부활을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다낭(베트남)=뉴시스]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모습. (사진=뉴시스DB). 2017.11.11.
남북 철도·도로 협력 사업은 판문점 선언과 평양 선언에서 남북 정상이 합의한 내용이자 문 대통령의 '동북아 철도공동체 구상'의 출발점이다. 그동안 공을 들였던 금강산 관광 재개 카드가 무산되면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다.

다만 미국이 한미일 공조를 중심으로 대북제재 대오 유지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러의 구상에 한국이 동조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로 시작된 한중 간 깊은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 시 주석과의 한중 정상회담에서의 또다른 목표라 할 수 있다.

2017년 12월 베이징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사드로 인한 갈등을 임시 '봉인'하기로 한 것을 확인하는 자리였다면,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봉인 상태를 유지하고, 나아가 실질적인 한중 관계를 정상화한다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2년 전 문 대통령의 베이징 방문을 통해 사드 문제를 '봉인' 하기로 합의한 이후에도 관광 등의 분야에서 보이지 않는 '한한령(限韩令)'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은 "문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지속적인 발전 필요성에 대해 정상 차원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양국 간 교류협력을 더욱 활성화 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시 주석의 내년 조기 방한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는 내년 4월 이전에 시 주석을 비롯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국빈 방한을 목표로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일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접견한 자리에서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내년 조기에 이루어져 양국 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더욱 내실화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日 태도 변화 진정성 주목···한일 '톱다운 방식' 수출규제 해결 기대감

[방콕(태국)=뉴시스]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모습. (사진=뉴시스DB). 2019.11.04.
15개월 만에 성사된 아베 총리와의 한일 정상회담도 이번 중국 방문 기간 중요한 관심 포인트다. 일본이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약간의 태도 변화를 보이면서 정상회담을 통한 추가적인 한일 관계 개선의 단초가 마련될지 관심이다.

일본 경제산업성(経済産業省·경산성)은 전날 반도체 핵심소재 3개 품목 가운데 포토레지스트에 대해 개별 허가제에서 '특정포괄허가제'로 변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6건 이상 수출허가를 받은 한국 기업에 대해서는 포토레지스트를 수출할 때 매번 정부의 허가를 받지 않아도 수출을 허가하겠다는 것이다.

일본의 이러한 조치는 자발적으로 우리 정부에 손을 내민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과의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의 조건부 연기 결정 철회를 이끌어 내기 위한 보여주기식 태도 변화가 아니냐는 것이다.

청와대는 즉각 "일본 정부가 자발적으로 취한 것으로서 일부 진전으로 볼 수 있지만, 수출규제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 방안으로는 미흡하다고 평가한다"며 유보적인 평가를 내놨다.

일본이 한국에 취했던 부당한 조치를 원상복구 해야만 지소미아 종료를 재검토할 수 있다는 우리 정부 입장에 비춰봤을 때 부족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불화수소·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나머지 2개 소재에 대한 제재가 여전히 유효하고, 화이트리스트(수출 간소화 우대국 명단) 배제 조치에 대한 철회도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일본의 태도 변화를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지난달 21일 "7월1일 이전 상황으로 복귀해야 한다"며 "화이트리스트에 한국을 다시 포함시켜야 하고, 3개 품목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가 철회 돼야만 지소미아 종료라든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철회할 수 있다"고 필요 조건을 분명히 제시한 바 있다.

다만 한일 정상간 톱다운 대화를 통해 수출규제와 지소미아 문제 해결을 둘러싼 물꼬가 트일 것이라는 기대감은 청와대 내에서도 존재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전날 수출규제와 지소미아의 문제와 관련해 "정상들끼리 만나면 모멘텀이 생기기 때문에 항상 진전이 있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세안+3(ASEAN+한중일) 정상회의 직전 문 대통령이 아베 총리와의 환담에서 고위급 협의체 가동을 제안했던 것이 양국간 수출관리 정책 대화 재개로 이어진 바 있다. 이를 계기로 일본의 포토레지스트에 대한 일부 규제완화까지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3개 품목에 대한 규제 철회, 화이트리스트 복원에 대해 조금씩 진전은 있는 것 같다"면서도 "개인적으로는 조금 더 속도를 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yustar@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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