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맹학교 학부모들 "집회소음으로 아이들 길 헤매…무분별 집회 제발 그만"

뉴스1

입력 2019.12.21 17:46

수정 2019.12.21 17:46

서울맹학교 학부모회는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각장애인 학생들의 학습권과 이동권을 보장하라"며 무분별한 집회에 항의했다.2019.12.21/뉴스1© News1
서울맹학교 학부모회는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각장애인 학생들의 학습권과 이동권을 보장하라"며 무분별한 집회에 항의했다.2019.12.21/뉴스1© News1


서울맹학교학부모회와 한국시각장애인가족협회 회원들이 21일 오후 서울 청와대 인근에서 '무분별한 집회에 대한 대응 집회'를 열고 집회 소음과 교통 통제에 따른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2019.12.21/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맹학교학부모회와 한국시각장애인가족협회 회원들이 21일 오후 서울 청와대 인근에서 '무분별한 집회에 대한 대응 집회'를 열고 집회 소음과 교통 통제에 따른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2019.12.21/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문재인하야 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 회원들이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청와대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문재인하야 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 회원들이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청와대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서울=뉴스1) 유경선 기자 = "우리 아이들한테 눈도 안 보이는데 왜 돌아다니냐고 했다더라고요. 학부모들이 개탄을 했습니다."

"시각장애인들은 소리를 듣고 방향을 잡는데 사방에서 소리가 울려대니 길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청와대 인근 청운효자동에서 수개월째 매일같이 집회가 열리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인근 서울맹학교 학부모들이 집회 주최 단체들에게 상생을 호소하고 나섰다.

서울맹학교 학부모회와 한국시각장애인가족협회는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각장애인 학생들의 학습권과 이동권을 보장하라"며 이렇게 밝혔다.

눈이 내리는 날씨였지만 학부모들과 시각장애인 졸업생·재학생 및 서울맹학교 관계자들은 그동안 겪은 고통과 집회 주최 단체들이 시각장애인을 배려하지 않는 데 대한 아쉬움을 성토했다.

학부모들은 기자회견에 앞서 청와대 근처에서 열린 민주노총 집회 쪽으로 접근하며 자신들의 상황과 고충을 전달하겠다고도 했지만 충돌을 우려한 경찰이 이를 저지하면서 경찰과 학부모 간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감정이 격해진 학부모들은 "기말고사 기간인데도 집회를 멈추지 않는다"며 "우리 자녀들의 앞길을 막고 있다"고 소리쳤다. 집회를 마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지나갈 때도 거세게 항의했지만 경찰이 접촉을 막으면서 직접 충돌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뒤이어 청와대 방면으로 행진해온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국본)는 학부모들이 '우리를 밟고 가라' '너희는 한 번이지만 우리는 매일이다' 등의 플래카드를 펼치고 청운효자동 사거리로 나오자 더 이상 행진을 이어가지 못하고 되돌아갔다.

국본 집회 참가자들은 학부모들을 향해 '빨갱이'라고 소리치거나 원색적인 욕설을 퍼부으며 항의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국본 관계자는 마이크를 통해 "문재인 정권을 지키는 것으로 판단하겠다"고도 했다.

학부모 김복순씨는 "시각장애인 아이가 경복궁역 방향으로 밥을 먹으러 가는 길에 '눈도 아픈데 왜 돌아다니냐'는 말을 들었다고 하더라"며 "이것이 우리가 참다 못해 나선 이유"라고 토로했다.

또 "그동안 공문으로 좋게 얘기했지만 통하지 않았다"며 "매주 토요일마다 이 자리에서 집회를 열고 우리 아이들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김경숙 학부모회장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는 면담을 두 차례 했는데도 계속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청와대 근처에 계속 상주하는 바람에 보행수업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회장은 "아이들이 보행수업을 하는 게 성인이 됐을 때 독립하고 자립하는 데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모를 것"이라며 "무분별한 집회는 우리 아이들은 안중에도 없는 만행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학부모들에 따르면 이 지역에서 이뤄지는 보행수업은 서울맹학교 학생들에게 특히 중요하다. 시각장애인은 생활환경을 크게 바꾸기가 어려워 졸업 이후에도 이 근처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있고, 따라서 근처 지형을 익힐 수 있는 청와대 주변 보행 연습도 필수적이라는 게 학부모들의 설명이다.

졸업생 김모씨(30·여)는 "확성기를 이용하다 보니 소리가 사방에 울려서 내가 어디를 바라보는지를 몰라 걷지를 못한다"며 "어느 단체들이 오는지 파악도 안 되고, 생활이 마비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학부모들은 주말 집회가 이어질 때마다 집회신고를 하고 이 같은 메시지를 전한다는 방침이다.

청운효자동 주민과 서울맹학교 학부모들은 집회로 인한 소음과 교통불편을 호소하면서 전광훈 목사가 총괄대표로 있는 '문재인하야 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와 민주노총 산하 톨게이트 노조 등이 집회를 열지 못하게 해 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에 지난달 경찰은 검토 끝에 집회 제한통고를 했지만 범투본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경찰의 해산명령에도 불응한 채 집회를 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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