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한일·한중 관계 돌파구 열까…文대통령 연말 최대 과제

뉴시스 입력 :2019.12.20 08:29 수정 : 2019.12.20 08:29

한중·한일·한중일 연쇄 정상회담…1박2일 숨가쁜 삼각외교전 사드 갈등 딛고 한중 관계 정상화 모색…시진핑 방한 성사 관심 北 비핵화 대화 견인 기대감…남북 철도연결 매개로 돌파구 주목 지소미아·수출규제 담판 여부 관건…강제징용 배상 문제 해결도

[다낭(베트남)=뉴시스]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모습. (사진=뉴시스DB). 2017.11.11.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제8차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 차 오는 23일 중국 방문 길에 오른다. 1박2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한중·한일 양자 정상회담을 갖고, 리커창(李克强) 중국 국무원 총리가 주최하는 한중일 정상회의도 참석한다.

'새로운 길'을 강력 시사한 북한이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테이블을 벗어나기 직전 수준에 이르렀다는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문 대통령이 한중일 삼각외교를 통해 해법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7차 회의가 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직후 한반도 평화의 시작이라는 기대감 속에 열렸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 8차 회의는 더욱 무게감 있게 다가온다.
중국, 일본과의 양자 관계 회복이라는 기본 과제 외에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되돌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절박함이 더해졌다.

문 대통령은 23일 오전 베이징에서 시 주석과의 한중 정상회담을 한 뒤, 곧바로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 장소인 쓰촨성(四川省) 청두(成都)로 이동한다. 같은 날 오후 청두에서 리커창 총리와 별도의 회담이 예정돼 있다.

이튿날인 24일 오전 리커창 총리, 아베 총리와 함께 한중일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이어서 아베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 후 귀국길에 오르는 숨가쁜 일정이 예고 돼 있다.

문 대통령의 공식 일정 가운데 하이라이트는 단연 시진핑 주석과의 한중 정상회담이라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짧은 시간 여러가지 중요 현안들을 밀도 있게 논의해야 하는 부담감을 안고 있다.

우선 2016년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로 시작된 한중 간 깊은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 시 주석과의 한중 정상회담에서의 주요 목표라 할 수 있다.

2017년 12월 베이징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사드로 인한 갈등을 임시 봉합하기로 한 것을 확인하는 자리였다면,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실질적인 한중 관계 정상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

2년 전 문재인 대통령의 베이징 방문 이후에도 보이지 않는 '한한령(限韩令)'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은 전날 한중 정상회담 공식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양국 정상 차원의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고 향후 한중 관계 발전 방향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라며 "한중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보다 내실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중국이 정상급은 물론 외교·국방 당국이 지속적으로 한국의 사드 배치 문제를 거론해오고 있다.

2년 전 시 주석이 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국이 사드 문제를 중시하고 적절히 처리하기를 바란다"고 밝힌 이후 비슷한 수준의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방콕(태국)=뉴시스]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모습. (사진=뉴시스DB). 2019.11.04.
시 주석은 지난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계기로 마련된 한중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들이 검토 되길 바란다"며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과제임을 확인했다.

웨이펑허(魏鳳和) 중국 국방부장은 지난달 17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세안확대국방장관회의(ADMM-Plus) 계기로 열린 한중 국방장관회담에서 정경두 국방 장관에게 "사드 배치 문제를 적절히 처리해달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도 최근 방한 과정에서 "사드는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서 만든 것"이라며 "미국이 사드를 한국에 배치해서 한중 관계에 영향을 줬다"고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한중 관계의 향후 발전 방향에 공감대를 확보한다는 점에 관해서 논의하실 것"이라며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 간 사드 문제가 다뤄질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다.

한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을 매개 삼아 북미 비핵화 협상의 물꼬를 트는 방안을 논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남북 간 채널이 꽉 막힌 상황에서 시 주석을 통한 북한과의 간접 소통을 기대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 주석은 지난 6월 한중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북중 정상회담에서 논의한 내용을 문 대통령에게 전달한 바 있다.

시 주석은 ▲변함 없는 비핵화 의지 ▲경제발전과 민생 개선 ▲대화를 통한 해결과 합리적 방안 모색 희망▲남북 화해협력 추진 의사 등 김 위원장이 갖고 있는 4가지 의지를 문 대통령에게 설명했다.

이러한 시 주석의 조언을 토대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과 역사적인 6·30 판문점 남북미 3자 회동이 성사될 수 있었다고 청와대는 판단하고 있다.

왕이 부장은 지난 5일 문 대통령에게 한반도 비핵화에 필요한 모멘텀이 유지될 수 있도록 중국이 건설적인 역할을 지속하겠다고 약속했었다.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대북제재 완화 결의안을 제출한 것과 관련한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결의안에는 '남북 간 철도·도로 협력 프로젝트'를 제재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이 담겼다.

남북 철도·도로 협력 사업은 판문점 선언과 평양 선언에서 남북 정상이 합의한 내용이자 문 대통령의 '동북아 철도공동체 구상'의 출발점이다.

[도쿄(일본)=뉴시스]문재인 대통령,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리커창 중국 총리의 모습.(사진=뉴시스DB). 2018.05.09.
북한이 공언한 '새로운 길'이 미국을 배제한 중국·러시아와의 관계 속에서 돌파구를 찾는 방안이라는 것이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러한 점에서 남북 철도·도로 연결은 문 대통령이 외교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 줄 수 있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한중 정상이 북미 비핵화 협상의 좌초 위기 상황 속에서 북한을 테이블로 이끌어 내기 위한 방안의 일환으로 공감대를 형성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문 대통령이 그동안 비핵화 문제는 협상 당사자인 북미를 중심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을 견지해 온 것과 모순된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미국이 한미일 3국은 물론 대북제재에 대한 국제사회의 긴밀한 공조틀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 요소다.

지난해 9월 이후 15개월 만에 성사된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한일 정상회담도 관심이다.

최악의 상황까지 맞았었던 한일 관계를 회복할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과 정상회담 한 차례 만으로 기존 흐름에서의 큰 변화를 이끌어 내기는 어렵다는 신중론이 교차한다.

한국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조건부 연기 결정을 통해 갈등을 임시 봉합해 놓은 상황에서 대한(對韓) 수출규제 철회 조치에 대한 일본의 확실한 이행을 받아내는 것이 관건이다.

반도체 핵심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철회, 화이트리스트(수출 간소화 우대국 명단)의 복원 등 일본의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지소미아 갈등은 언제든 재점화 할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여기에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에 대한 접점을 도출하는 것도 주요한 관심 포인트다.

우선 일본 정부는 일본 기업과 양국 국민(1+1+α)으로부터 성금을 모아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보상한다는 '문희상 해법'에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한일 정상 간 '문희상 해법'에 관해 공감대를 형성한다면 한일 관계 반전의 모멘텀을 마련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피해자 단체가 부정적 입장이라는 점에서 그동안 피해자 중심의 처리라는 원칙을 지켜온 문 대통령으로서는 이를 정부 입장으로 공식화 하기엔 부담스런 측면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kyustar@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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