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수사 협조해줬다" 법원 속여 마약사범 감형 도와준 경찰들

뉴스1

입력 2019.12.19 16:22

수정 2019.12.19 17:39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재판을 받고 있는 마약사범들의 제보가 수사에 도움이 된 것처럼 법원을 속여 이들의 감형을 도와준 경찰 14명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박영빈)는 10일 허위공문서작성, 허위작성공문서행사,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전·현직 경찰관 14명을 적발, 그중 6명을 기소하고 전직 경위 A씨(47) 등 8명은 기소·입건유예 처분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별도의 제보자로부터 2명의 필로폰 취급 범행에 대한 제보를 받은 뒤 제보자의 부탁을 받고, 재판을 받고 있는 마약사범 3명이 직접 제보한 것처럼 거짓 수사공적서를 재판부에 제출하는 등 2016년 5월~2017년 8월 총 26회에 걸쳐 허위 공문서를 작성해 법원에 제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실제 항소심 재판부는 2016년 6월 경찰이 제출한 거짓 수사공적서를 참작해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마약사범에게 징역 1년6개월로 감형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칭 '야당'이 낀 범죄도 적발됐다. 야당이란 수사나 재판을 받고 있는 마약사범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다른 마약사건 정보를 제공해 이를 수사기관에 제보하도록 하거나 직접 수사기관에 다른 마약사건을 제보하고 그 공적을 부탁받은 마약사범의 공적으로 해달라고 수사기관에 부탁하는 사람을 말한다.


현직 경위 B씨는 이른바 야당이 제3자의 부탁으로 4명의 필로폰 취급 범행을 제보했음에도, 야당의 부탁을 받고 재판 중인 마약사범 4명이 야당을 설득해 범행을 제보하게 한 것처럼 거짓 수사공적서를 작성하는 등 2015년 11월~2018년 3월 총 11회에 걸쳐 가짜 공문서를 작성해 법원에 제출한 혐의를 받는다.

이로 인해 2017년 5월~2018년 4월 항소심 재판부는 B씨가 제출한 거짓 수사공적서를 참작해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은 마약사범에게 징역 1년4개월로 감형 판결을 내리는 등 3차례 감형이 선고된 것으로 나타났다.

B씨는 2017년 6~7월 재판중인 마약사범의 변호인에게 그가 제보한 다른 마약사건의 체포영장 사본을 3차례 제공한 혐의도 받는다.

또 다른 현직 경위 C씨(45)도 2017년 4월 위와 같은 방법으로 '제보를 받아 5명을 검거했다'는 내용의 허위 사실조회 회답서를 작성한 뒤 법원에 제출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2017년 5월~2019년 2월 이 '야당'으로부터 3회에 걸쳐 향정신성의약품 졸피뎀 14정을 공짜로 받아 챙긴 혐의도 있다.

전현직 경찰들과 결탁한 변호사와 '야당' 일당 8명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D 변호사(40)는 '야당' E씨와 공모해 2018년 1~4월 마약사범의 가족으로부터 양형참작 사유가 되는 수사공적서를 경찰관을 통해 법원에 제출해주겠다는 명목으로 4500만원을 수수한 혐의다.

검찰 조사에서 재판 중인 마약사범이 마약범죄를 수사기관에 제보해 수사에 기여할 경우(수사공적·수사협조) 감형요인이 될 수 있는 점이 악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경찰은 수사실적을 위해 적극적으로 마약범죄를 제보받고자 제3자가 제보한 것을 재판을 받고 있는 마약사범이 제보해 수사에 협조한 것처럼 허위 수사공적서를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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