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혼자 비빔밥 드시던 모습처럼.. 마지막 길도 소박했다 [구자경 LG 명예회장 별세]

김규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15 17:39

수정 2019.12.15 20:41

고인의 뜻따라 비공개 가족장으로
1987년 전국경제인연합회 제18대 회장 취임 구자경 명예회장(왼쪽)이 1987년 2월 제26차 전경련 정기총회에서 18대 회장에 추대된 후 정주영 전임 회장으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다.
1987년 전국경제인연합회 제18대 회장 취임 구자경 명예회장(왼쪽)이 1987년 2월 제26차 전경련 정기총회에서 18대 회장에 추대된 후 정주영 전임 회장으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다.
15일 서울 시내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 빈소에는 가림막이 설치되어 '차분하게 고인을 애도하려는 유족의 뜻에 따라 조문과 조화를 정중히 사양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15일 서울 시내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 빈소에는 가림막이 설치되어 '차분하게 고인을 애도하려는 유족의 뜻에 따라 조문과 조화를 정중히 사양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1995년 LG로 그룹명칭 변경·회장 퇴임 구자경 명예회장(왼쪽)이 1995년 2월 회장 이취임식에서 구본무 회장에게 LG 깃발을 전달하고 있다. 국내 최초의 대기업 '무고(無故) 승계'로 신선한 파장을 일으켰다.<div id='ad_body2' class='ad_center'></div>
1995년 LG로 그룹명칭 변경·회장 퇴임 구자경 명예회장(왼쪽)이 1995년 2월 회장 이취임식에서 구본무 회장에게 LG 깃발을 전달하고 있다. 국내 최초의 대기업 '무고(無故) 승계'로 신선한 파장을 일으켰다.
1985년 금탑산업훈장 수훈 우리나라 최초의 제품시험연구소를 개설하고 국제적 수준의 16개 시험실을 갖춰 금성사 제품의 품질을 끌어올리는 견인차 역할을 하게 했다.
1985년 금탑산업훈장 수훈 우리나라 최초의 제품시험연구소를 개설하고 국제적 수준의 16개 시험실을 갖춰 금성사 제품의 품질을 끌어올리는 견인차 역할을 하게 했다.
2000년 자연인의 삶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다양한 분야의 공익사업에 공을 들이며 평범한 자연인으로서 살았다. 1999년 구 명예회장의 75세 생일을 맞아 가족들과 찍은 기념사진.
2000년 자연인의 삶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다양한 분야의 공익사업에 공을 들이며 평범한 자연인으로서 살았다. 1999년 구 명예회장의 75세 생일을 맞아 가족들과 찍은 기념사진.


구자경 LG 명예회장이 지난 14일 숙환으로 별세한 가운데 이틀째를 맞은 장례는 '비공개 가족장' 형태로 차분하게 진행됐다. 생전 고인과 깊은 연이 닿은 경제인과 관료들은 이날 오전부터 빈소를 찾아 고인의 넋을 기렸다.

15일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 차려진 빈소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허창수 GS 명예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전·현직 기업총수들과 청와대 정책실장 등 고위관료, 전·현직 LG 경영인들이 찾아 고인을 애도했다.

이날 빈소를 가장 먼저 찾은 건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었다. 박 전 회장은 오전 9시께부터 30분 동안 머물다 아무 말 없이 장례식장을 떠났다. 뒤이어 LG가와 사돈지간인 허창수 GS 명예회장이 이날 오전 10시25분께 구 명예회장 빈소를 찾고 50여분간 머물며 유족들을 위로했다. 허 명예회장은 장례식장을 나가면서 취재진에게 "(고인이) 더 오래 사셨으면 좋았을텐데…"라고 아쉬워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오후 2시40분께 빈소를 찾아 20여분간 머물렀다. 이 부회장의 부친인 이건희 회장은 구자경 명예회장의 동생인 구자학 아워홈 회장과 사돈지간이다. 범삼성가인 신세계그룹에서도 이명희 회장과 정용진 부회장이 함께 조문을 왔다.

이 밖에도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과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 등도 잇따라 장례식장을 찾아 고인을 애도했다.

전·현직 관료들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날 오전 문재인 대통령을 대신해 빈소를 찾아 '인화(人和)'와 '상생(相生)'을 강조해온 고인 뜻을 기렸다. 김영삼정부 시절 국무총리를 지낸 이홍구 전 총리도 빈소를 찾았다.

구 명예회장이 LG를 이끌 당시 LG맨들도 빈소에 모였다. 김쌍수 전 LG전자 부회장, 노시호 전 LG화학 사장 등 LG 전직임원 10여명은 이날 오전부터 빈소를 찾아 고인을 애도했다. 현직에선 권영수 LG 부회장이 전날에 이어 빈소를 찾았다. 구자열 LS 회장, 구자은 LS엠트론 회장, 허태수 GS그룹 회장 등 친인척들은 전날 조문을 마쳤다.

이날 오전엔 구 명예회장의 입관식도 진행됐다. 고인의 손자인 구광모 LG 회장과 삼남 구본준 전 LG 부회장 등은 이를 참관하기 위해 이동하면서 애통한 표정을 보이기도 했다.

장례절차는 고인의 뜻에 따라 비공개로 진행됐다. LG그룹은 전날 공식 입장문을 내고 "장례는 고인과 유족들의 뜻에 따라 가족장으로 최대한 조용하고 차분하게 치르기로 했다"며 비공개 가족장으로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빈소 주변에 조화를 놓지 않고 있으며, 빈소 앞에 '차분하게 고인을 애도하려는 유족의 뜻에 따라 조문과 조화를 정중히 사양하오니 너른 양해를 바랍니다'라고 쓰인 1m 이상 크기의 가림막을 설치해 차분한 조문이 유지되도록 했다.

LG 관계자들은 빈소에 오는 조화는 모두 돌려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빈소 안쪽에 문재인 대통령, 문희상 국회의장, 이낙연 국무총리, 구자원 LIG 명예회장, 구자열 LS 회장 등의 일부 조화만 놓고 있다.

장례는 4일장으로 치러지며 발인은 17일 오전이다.
고인의 유족으로는 장녀 구훤미씨, 차남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3남 구본준 전 LG 부회장, 차녀 구미정씨, 4남 구본식 LT그룹 회장 등이 있다.

상주는 지난해 작고한 장남 구본무 회장을 대신해 차남인 구본능 회장이 맡았다.
고인은 화장 후 안치될 예정이며, 가족장임을 고려해 장지는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