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정부시범사업 중증장애인 극단선택… "실적 못채워 최저임금도 못받아 "

뉴스1

입력 2019.12.11 16:56

수정 2019.12.11 17:02

전장연, 설요한 동료지원가 장례식 © 뉴스1 서혜림 기자
전장연, 설요한 동료지원가 장례식 © 뉴스1 서혜림 기자


전장연, 설요한 동료지원가 장례식 © 뉴스1 서혜림 기자
전장연, 설요한 동료지원가 장례식 © 뉴스1 서혜림 기자

(서울=뉴스1) 서혜림 기자 = 지난 5일 전남 여수에서 중증장애인 지역맞춤형 취업지원 시범사업에 참여해 일하던 설요한씨(25)가 동료에게 미안하다는 문자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가운데, 장애인단체가 정부의 시범사업이 과도한 노동을 강요했다며 고용노동부와 기획재정부를 규탄하고 나섰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11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설요한씨 장례식을 열고 "시범사업은 중증장애인에게는 죽음의 굴레였다"며 "중증장애인 기준에 맞는 공공일자리를 보장하라"고 주장했다.

고 설요한씨는 뇌병변3급으로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후 정부에서 마련한 시범사업에 지원했다. 이후 그는 4월부터 사망 직전까지 여수의 장애인 관련 센터에서 동료상담가로 재직했다. 그는 동료에게 과도한 업무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장연은 고용노동부가 실시한 시범사업이 철저히 실패했다고 주장하며 Δ중증장애인에게 맞지 않는 과도한 업무를 부과 Δ반인권적인 불안정 노동 Δ실적을 채우지 못할 경우 임금 반납을 근거로 들었다.


이날 휠체어를 타고 나온 장애인 200여명은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 도로에 모여 설씨의 죽음을 애도하며 중증장애인의 노동권을 보장하라고 주먹을 굳게 쥐었다.

설씨와 함께 지원가로 활동한 동료 이창준 전남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집행위원장은 연단에 서서 눈물을 참지 못하며 한참을 울다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설요한 지원가와 고민을 같이 이야기했던 동료"라며 "그는 월 60시간 일을 했지만 (실적을 채우지 못해) 최저임금도 받지 못했다"고 슬퍼했다.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우리는 중증장애인들이 자기 유형별 특성 환경을 고려한 일할수 있는 일자리를 요구했었다"며 "고용노동부는 기획재정부하고 이야기가 된 사안이라 바꿀 수 없다고만 이야기했다"고 비판했다.

전장연에 의하면 설요한씨는 월 60시간동안 일했고 65만9650원의 월급을 받았다. 또 한달에 4명의 다른 중증장애인 참여자를 발굴하고 동료지원활동 참여자 1명을 한달에 5번 만나서 취업의욕을 고취시켜야 했다.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기관에서 임금을 반납해야만 했다.

전장연은 "지자체에서 12월에 지역장애인공단에서 중간실사를 하겠다는 연락을 받고 설씨는 실적을 채우지 못하면 임금을 반납해야 한다는 압박과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생에 마지막 날에 동료들에게 미안하다는 문자를 남겼다"고 전했다.


전장연은 "설요한 동료지원가를 죽음의 시스템으로 몰아넣은 진짜 주범은 기획재정부"라며 "고용노동부가 기획재정부와 함께 권리중심의 중증장애인기준의 공공일자리 1만개 계획을 제출할 때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장연은 설씨에 대한 장례식을 마친 후 서울 중구 나라키움저동빌딩까지 행진한 뒤 설씨의 분향소를 설치할 예정이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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