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克日' 경연장 된 강소기업 오디션…전문가 "하이엔드 쉽지 않아"

뉴시스 입력 :2019.12.06 10:42 수정 : 2019.12.09 10:40

소재 ·부품·장비 '강소기업 100' 오디션, 5일 중소기업 DMC타워에서 열려 웨이비스, 에이티아이, 에스테크, 디엔에프 등 12개 반도체 관련 업체 결선 진출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중소기업 DMC타워에서 열린 소재·부품·장비 강소기업 100 오디션에서 한 심사위원이 질문을 던지고 있다.(사진=중기부 제공)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매서운 한파가 몰아치던 5일 오전 10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중소기업 DMC타워. 이 곳 3~4층에서 열린 소재 ·부품·장비 '강소기업 100' 오디션 현장은 극일(克日)의 목소리를 내는 최고경영자(CEO)나 연구소장들의 열띤 경쟁으로 이른 시간부터 뜨거웠다. 각 회의실에는 기계금속, 기초화학, 디스플레이, 반도체, 자동차, 전기전자 등 분야별 후보기업들의 발표와 심사위원단의 질의 응답이 꼬리를 문다.

'강소기업 100'은 소재 ·부품·장비 중소기업 100개를 선정해 기술 개발부터 사업화까지 전 가치사슬 활동을 정부가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한일간 반도체 갈등으로 공감대가 형성된 기술자립을 뒷받침하거나, 신산업에 기여할 잠재력이 큰 기업들이 그 대상이다.
1차 서면평가의 좁은 문을 통과한 301개 업체 가운데 최종 낙점을 받는 중소기업들은 5년간 최대 182억원을 지원받는다.

이날 가장 뜨거운 조명을 받은 중소기업들은 단연 반도체 쪽이다. 일부 심사위원들은 NFC(근거리 무선통신) 칩을 비롯한 제품의 강점을 설명하는 발표자들을 상대로 “(제품이) 일본산을 대체할 수 있는 데, 왜 이 부분을 얘기하지 않느냐”는 취지의 질문을 던져 오디션장의 분위기를 가늠하게 했다.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가 우리 대법원의 일제 강제 징용 배상 판결에 반발해 우리나라를 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한 이후 분출한 반일 여론이 여전히 강력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날 최종 심사에 오른 반도체 소재 ·부품·장비 업체들은 모두 12개. 참가업체들은 저마다 일본 기업 격파의 선봉장을 자처했다. 포토레지스트(감광제)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에 들어가는 폴리머 합성기술을 보유한 영창케미칼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 이수진 소재개발그룹 전무이사는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이후) 삼성전자나 하이닉스가 정말 발 빠르게 움직였다”고 평가한 뒤 “우리 제품을 하이닉스나 삼성전자가 사용한다”고 소개했다. 또 “포토레지스트 구성 부품 중 성능을 좌우하는 폴리머를 자체 합성하고 디자인하고 있다”며 “패스트 팔로워에서 벗어나 2025년까지 퍼스트무버로 도약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중소기업 DMC타워에서 열린 소재·부품·장비 강소기업 오디션 현장에서 반도체 장비 업체인 ATI의 안두백 대표이사가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반도체 검사장비를 제조하는 넥스틴의 박태훈 사장도 프레젠테이션 자료로 올라온 문재인 대통령, 아베 총리의 사진을 언급하며 “요즘 우리 회사를 도와주시는 분들”이라고 소개해 오디션 초장부터 분위기를 주도했다. 박 사장은 일본 히타치 타도의 선봉장도 자처했다. 그는 “우리 장비는 일본의 히타치사 제품보다 빠른 검사 속도를 보이지만 가격은 같은 수준”이라며 “현재 20%인 국내 시장 점유율을 앞으로 60%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또 “이스라엘 현지에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면서 “국내에서는 LG전자, 삼성전자. 그리고 우리 회사가 유일하다”고 심사위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반도체 불량 검사에 사용되는 프로브 카드 제작사인 윌테크놀러지의 신상훈 연구소장도 “한일 분쟁으로 프로브 시장이 핫하게 뜨고 있다”며 “일본 수출 규제 관련, 분위기는 좋다. 이제 실적이 나오는 단계”라고 소개했다. 이어 “프로브 카드 산업은 어느 제조업보다 사람의 섬세한 손길이 필요하다. 초정밀 공정을 수행하는 달인이 있고, (이러한 달인을) 지속해서 육성하고 있다”며 자사의 비교우위를 강조했다. 또 “프로브 카드의 스프링은 짧고 뚱뚱한 것이 좋지만, 그러면 스프링 역할을 하기 어려워 디자인이 고난도(일 수 밖에 없다)”며 “아이폰, 갤럭시에 들어가는 제품 검사 프로브 카드를 공급한다. 저희 기술력이 선진 경쟁사 수준으로 올라섰다”고 심사위원들을 설득했다.

이날 최종 심사에는 이들 3개사 외에도 웨이비스, 에이티아이, 엠에이티플러스, 에스테크, 디엔에프, 파크시스템스, 마이크로프렌드, 쓰리에이로직스, 에이엠티를 비롯해 반도체 전문가들 사이에서 널리 알려진 중소기업들이 경연을 펼쳤다. 발표 직후 8분간의 질의 응답 시간이 이어졌고, 평점이 비공개로 바로 매겨졌다. 답변이 길어지면 어김없이 벨이 울렸다. ATI의 안두백 대표이사는 발표 직후 “너무 긴장이 됐다”고 고개를 가로 저었다.

【서울=뉴시스】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현장경영에 나선 6일 삼성전자 천안 사업장을 방문해, 사업장 내 반도체 패키징 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이에 앞서 이날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온양캠퍼스(충청남도 아산 소재)도 방문했다. 또, 지난 5일 오후 긴급 사장단 회의를 갖고 일본 정부의 한국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에 따른 위기 상황 점검과 미래 경쟁력 확보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2019.08.06. (사진=삼성전자 제공) photo@newsis.com
이날 오디션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박재근 한양대 교수(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학회장)는 “올라와야 할 업체들이 올라왔다”면서도 “이번에 100개를 다 선정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일본업체들이 만드는 하이엔드(고급제품) 쪽에 도전해야 한다.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려도 해야 하는 것은 반드시 해야 한다. 기술을 보유한 업체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호 서울대 교수도 “우리나라가 반도체를 잘하는 이면에 들어보지 못한 기업들이 있다는 점을 새삼 느꼈다”면서 “마음 같아서는 모두 (강소기업으로 선정)해주고 싶다. 파이널에 오른 기업들이어서 그런지 (수준이) 대단한 거 같다”고 평가했다.

한편, 중기부는 이르면 오는 9일 소재·부품·장비 분야 강소기업 100 최종 선정 결과를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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