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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중 합의, 내년대선 이후 될수도"…무역전쟁 우려 다시 고조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04 08:44

수정 2019.12.04 08:44

President Donald Trump listens as French President Emmanuel Macron speaks during a meeting at Winfield House during the NATO summit, Tuesday, Dec. 3, 2019, in London. (AP Photo/ Evan Vucci)
President Donald Trump listens as French President Emmanuel Macron speaks during a meeting at Winfield House during the NATO summit, Tuesday, Dec. 3, 2019, in London. (AP Photo/ Evan Vucci)
[파이낸셜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무역합의는 내년 11월 대통령 선거 이후가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주가는 폭락했고 회복이 점쳐지던 세계 경제 전망 역시 다시 위태롭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재선을 위한 전략을 새로 짜, 자신이 재선되지 않으면 미국이 유리한 조건으로 무역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다른 나라들에 미국 시장을 모두 내주게 될 것이라는 점을 유권자들에게 강조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보복관세 위협에 놓인 유럽은 반격에 나서 프랑스 재무장관은 '강력한 대응'을 다짐했다. 그러나 이달 새로 출범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좀 더 신중했다. EU 집행위는 '원만한 협상'을 촉구했다.
수그러들던 무역전쟁 갈등이 연말로 가면서 다시 고조되고, 전선 역시 확대되는 모양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설에서 "미국의 동맹들이 추가적인 무역전쟁 충격에 대비해야 하게 됐다"고 우려했다. F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상회담을 위해 영국 런던을 방문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3일(이하 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미·중 무역협상 우위를 강조하며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미중 연내 무역합의 물 건너 가나
트럼프는 무역협상에 마감시한은 없다면서 "어떤 면에서는 (내년) 선거 이후까지 기다리는 것도 좋은 생각"이라고 밝혔다.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협상 전략일 수도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종잡을 수 없는 그동안 행보로 보면 실제 행동에 옮길 가능성도 높다. 특히 트럼프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자신이 중국과 무역협상에서 적임자이며, 자신이 모든 것을 통제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중국과 무역합의는 한 가지 점에 좌우된다"면서 "내가 합의를 원하는지 여부이다"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이어 "미국은 지금 중국과(협상을) 매우 잘 해 내고 있고, 이보다 더 잘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재선 가능성이 높아지면 중국을 더 압박할 수 있다는 점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발언이 전해진 뒤 유럽 증시의 스톡스600 지수는 0.4%,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1.6% 폭락했고, 뉴욕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도 오전 장에서 1% 넘게 급락했다.

내년 대선 이후를 염두에 둔다는 트럼프 발언은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는 앞서 9월 오스트리아의 스코트 모리슨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에서 2020년 이후까지 기다릴 생각도 있다는 점을 확실히 한 바 있다. 당시 트럼프는 "(내년) 선거 이전에 (무역합의가) 필요하다고는 생각치 않는다"면서 "우리가 매우 잘 해내고 있다는 점을 모두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또 다른 자리를 통해 중국이 복잡한 속내를 갖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는 점도 드러낸 바 있다. 그는 중국이 한 편으로는 신속한 무역합의를 절실히 원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내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이후까지 기다릴 뜻이 있다는 점도 내비치고 있음을 강조했다. 자신이 패배하고, 민주당 후보가 내년에 대통령에 당선되면 무역협상은 중국에 유리하게 전개될 것이라는 점을 은근히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미·EU 무역갈등 고조…무역전선 확대
중국과 무역협상에서 느긋함을 강조한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을 비롯한 각국으로 무역전선을 확대할 뜻도 내비치고 있다. 전날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환율을 조작해 국제시장에서 미 농산물에 비해 우위를 점했다면서 이들 국가가 수출하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를 물리겠다고 밝힌 트럼프는 미 무역대표부(USTR)를 통해 유럽에 대한 보복 강화 계획도 공개했다.

USTR은 2일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등 미 정보기술(IT) 공룡들을 겨냥한 프랑스의 디지털세가 차별적이라며 프랑스 와인과 명품 등 240억달러어치에 100% 보복관세를 물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세계무역기구(WTO)의 유럽 에어버스 보조금 판정을 근거로 이같은 보복관세가 영국, 스페인, 독일 등 다른 EU 회원국 제품으로도 확대될 수 있음을 USTR은 강조했다.

USTR은 또 디지털 서비스 세금을 도입한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터키 역시 보복관세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브뤼노 르 마레 프랑스 재무장관은 3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EU가 '강한 대응'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며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지난 8월 비아리츠 주요7개국(G7) 재무장관 회의에서 스티브 므누신 미 재무장관과 합의한 것이 있다면서 보복관세는 "용납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르 마레 장관에 따르면 당시 프랑스는 2년간 디지털세를 존속하되 내년 타결 예정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제 세제 공조에서 세율이 프랑스의 디지털세보다 낮게 책정되면 2년 동안 거둬들인 세금을 이들의 세금 계정으로 환급헤준다는데 미국과 합의했다. 미국의 보복관세는 약속 위반이라는 것이다.

1일 출범한 EU 새 집행위원회는 원만한 타협을 촉구했다. EU 집행위 대변인은 미국이 아직 보복관세를 최종적으로 결정한 것은 아니라면서 "이 문제가 WTO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 원만하게 이 문제를 해결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EU 대변인은 트럼프 행정부가 에어버스·보잉 보조금 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에 적극적이지 않다면서 지지부진한 협상이 미국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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