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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패트롤] 제주용암수 국내 시판…제주도 “안돼” vs 오리온 “왜 우리만”

좌승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04 03:40

수정 2019.12.04 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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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국내 판매 판매하면 염지하수 공급 중단”
오리온 “본격 수출 앞서 국내시장 검증 필요”
제주용암해수단지 내 오리온 제주용암수 공장 전경
제주용암해수단지 내 오리온 제주용암수 공장 전경

[제주=좌승훈 기자] 결코 물러설 수 없다는 듯 결기가 느껴진다. 최근 제주용암수 국내 시판을 놓고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제주특별자치도와 오리온을 두고 하는 말이다.

도는 오리온이 3일 제주시 구좌읍 한동리 제주용암해수단지 내 제주용암수 공장을 준공하고, 국내 먹는샘물 시장에 본격 진출한 데 대해 “도와 제주테크노파크는 오리온에 대해 염지하수 공급의무가 없다”고 밝혔다. 도의 이 같은 입장은 제주용암수가 지방공기업인 제주개발공사에서 생산 판매되고 있는 제주삼다수와 출혈 경쟁이 우려되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 도 “계약없이 시판 나서…공수화 원칙 위배”

도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제주용암수에 대해 오리온이 국내 시판을 강행한다면, 염지하수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강조했다.

도는 아울러 “오리온 자회사인 ㈜오리온제주용암수와 제주테크노파크가 운영하는 용암해수센터 간에 정식 용수 공급계약이 체결된 바 없다“며 ”오리온이 구체적인 사업계획서를 제시하지 않은 채 염지하수를 국내 판매용에 이용하려는 점은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제주 염지하수는 제주개발공사의 삼다수와 취수원이 다르다.
제주 염지하수는 제주개발공사의 삼다수와 취수원이 다르다.

반면, 오리온은 제주용암수 국내 시판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오리온은 “도와 국내 시판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오리온은 “제주용암수를 인수하고 원희룡 지사와 두 차례 면담했다”며 “두 번째 만남에서 제주용암수의 국내 판매 불가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국내 판매를 토대로 검증과정을 거친 후, 해외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는 것이다.

■ 해수단지 내 다른 업체 국내 시판…“차별적”

도의 제주용암수에 대한 이중 잣대도 도마 위에 올랐다. 용암해수단지 내 또 다른 업체에 대해서는 국내 시판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 업체는 자사 브랜드 외에 대기업인 L사와 P사에 OEM으로 생산 공급하고 있다.

염지하수는 제주 동부지역에 대량으로 매장돼 있다. 제주 동부지역은 바닷물의 투과가 좋은 화산암반층이 분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염지하수는 제주 동부지역에 대량으로 매장돼 있다. 제주 동부지역은 바닷물의 투과가 좋은 화산암반층이 분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의 입장은 단호하다. 도는 "오리온 측은 인사 차 방문한 지사와의 면담 자리에서 중국 수출만을 강조했으며, 최근에 들어서야 중국 수출을 위해 국내 판매가 필요하다는 일방적인 주장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도지사든 제주도청 어떤 관계자든 국내 판매를 용인하고 염지하수를 공급한다는 언급은 전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도의 공수화(公水化) 원칙 상 국내 판매는 안 된다는 방침을 수차례 밝힌 바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도는 이미 오리온 측에 지난해 10월 19일과 같은 달 31일 두 차례에 걸쳐 국내 판매는 불가하다는 입장과 함께 구체적인 사업계획서를 요구하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리온은 제품 출시를 강행했다"며 "도는 이에 염지하수에 대한 공급계약과 승인도 받지 않은 채 제품을 생산 판매하고, 혼합음료가 아닌 생수로 오인토록 홍보하는 행위에 대해 명확하게 해명토록 엄중 경고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도는 특히 "오리온의 제품 개발을 돕기 위해 염지하수가 충분히 공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도가 제품 생산 판매를 방해하는 것처럼 언론에 공표하는 것은 당초의 신의를 저버리는 일이며, 이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 오리온 “제주용암수 국내 판매 의사 밝혔다”

결론적으로 도는 "오리온 측이 지속적으로 용수 사용에 대한 정식 계약 없이, 구체적인 사업계획서도 제출하지 않은 채, 염지하수의 국내 판매를 지속한다면, 더 이상의 염지하수 공급은 불가하다"고 강조했다.

3일 오전 제주시 구좌읍 한동리 제주용암해수단지에서 열린 '오리온 제주용암수' 공장 준공식 축하 세리머니에 앞서 담철곤 오리온회장을 비롯한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3일 오전 제주시 구좌읍 한동리 제주용암해수단지에서 열린 '오리온 제주용암수' 공장 준공식 축하 세리머니에 앞서 담철곤 오리온회장을 비롯한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하지만 오리온은 “제주용암수에 대해 국내 판매가 불가피한 점을 이미 도에 구두로 설명해 온 사항"이라며 "도가 뒤늦게 국내 시판에 제동을 건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그룹의 명운도 걸렸다.
제주용암수는 건강기능식품·프리미엄 디저트·간편 대용식과 함께 오리온이 글로벌 종합식품화사로 도약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4대 신사업 중 하나다.

한편 제주용암수는 현재 삼다수와 달리, 바닷물이 화산 암반층에 의해 자연여과가 돼 육지의 지하로 스며든 물이다.
반면 삼다수는 한라산 중산간 지하 420m 깊이의 화산암층에 부존하는 지하수를 취수하고 있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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