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42년전 사라진 막내 추울라, 어머니 잠 못 이뤄"[잃어버린 가족찾기]

이병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02 19:04

수정 2019.12.02 19:04

5세 때 부산 연산시장서 실종 이경미씨
아버지는 전국 반상회 다 찾아다니기도
이경미씨(47, 실종당시 5세)는 1977년 4월 1일 부산 연제구 연산동 연산시장에서 장을 보러 간 어머니를 따라나섰다가 실종됐다. 실종아동전문기관 제공
이경미씨(47, 실종당시 5세)는 1977년 4월 1일 부산 연제구 연산동 연산시장에서 장을 보러 간 어머니를 따라나섰다가 실종됐다. 실종아동전문기관 제공
"어머니는 아직도 겨울이 되면 '경미가 추울텐데'라며 잠도 잘 못 주무세요. 살았는지 알아야 마음이 말끔해 질 것 같아요."

42년 전 사라진 막내 여동생을 찾는 큰오빠 이경호씨(52)는 '어떻게 지내는지만 알면 좋겠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경호씨는 어린 마음에 여동생만을 찾아다니는 부모를 원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가장 앞장서서 가족찾기에 나서고 있다.

2일 경찰청, 실종아동전문기관에 따르면 이경미씨(47· 실종당시 5세)는 1977년 4월 1일 부산 연제구 연산동 연산시장에서 장을 보러 간 어머니를 따라나섰다가 실종됐다.


저녁 장을 보러 간 어머니를 몰래 따라나선 사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시장이었던 만큼 여러 목격담도 들려왔다. 경호씨는 "누가 경미를 흰 차에 태워갔다는 말도 있었고, 손을 잡고 가는 것을 봤다는 목격자 진술도 있었다"며 "당시 그렇게 아이를 데리고 가서 많이 팔아먹던 시대였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40년이 넘는 시간인 만큼, 막내 여동생 찾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뒤따랐다. 경찰의 수사는 지지부진했고, '제보를 알려주겠다'며 돈을 요구한 사기도 당했다.

경호씨는 "아버지는 전단지를 1t 트럭에 가득 싣고 전국 반상회란 곳은 다 다녔다. 신문, 공중파 등 안 나가본 데가 없다"고 전했다.

그런 사이 가족은 풍비박산이 났다. 이씨의 부모가 가족 찾기에 몰두하는 사이, 두 오빠는 친척집에 머무르며 가족의 손길과 멀어졌다.


경호씨는 "경희가 실종된 이후 가족이 모두 모여 밥을 먹은 적도 없고, 남동생도 '부모님 찾으러 간다'며 열살 때 집을 나섰다 10년만에 폐결핵을 얻어 돌아왔다"며 "어린 마음에는 '우리 형제가 더 피해 많이 봤다'며 야속한 마음도 들었지만, 지금은 여동생을 열심히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에는 부산지역에서 '초등학교 동창이 이씨와 닮았다'는 제보가 들어와 경찰의 수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경호씨는 수사가 지지부진하다며 "이해는 하지만, (장기실종 수사) 경찰관이 너무 적어서 여력이 너무 적다"는 아쉬움을 전했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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