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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미국 부품 빼고 간다..자체 기술개발 ‘원동력’ 된셈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02 17:59

수정 2019.12.02 17:59

주력폰 ‘메이트30’ 美반도체 없어
美 알짜배기시장 놓치는 패착되나
화웨이 런정페이 회장.로이터 뉴스1
화웨이 런정페이 회장.로이터 뉴스1
중국 화웨이가 미국 부품 의존도를 크게 줄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에서 미국의 협상카드로 활용되고 있는 화웨이 수출금지가 중국의 기술개발을 촉진하고, 미국 기업들의 알짜배기 시장을 날려버리는 패착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미·중이 화해해도 그때는 미국으로서는 이미 중국이 수입대체, 자체 기술개발로 미국 부품이 더 이상 필요치 않은 상황에 맞닥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너무 늦기 전에 규제를 푸는 것이 미국과 중국 모두에 득이 된다는 것이다.

WSJ는 UBS와 일본 기술연구소인 포말하우트 테크노솔루션스가 지난 9월 공개된 화웨이의 최신 주력 스마트폰 메이트30을 분해해 조사한 결과 미국 반도체는 없었다고 전했다. 아이픽스잇(iFixit), 테크인사이츠 등 다른 업체들의 분해조사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WSJ는 덧붙였다.
메이트30은 곡면 디스플레이에 광각카메라를 장착한 화웨이의 주력 스마트폰으로 애플 아이폰11과 경쟁하는 제품이다.

앞서 수년 동안 화웨이를 압박하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5월 마침내 화웨이를 블랙리스트에 올리며 화웨이에 대한 수출금지 조처를 발동하면서 퀄컴부터 인텔 등에 이르기까지 미국 반도체 업체들의 화웨이 수출이 금지된 데 따른 화웨이의 반격인 셈이다.

화웨이는 스마트폰을 만들면서 미국 반도체에 크게 의존해왔다. 스마트폰과 중계탑을 연결하는 데 쓰이는 반도체는 미국의 코르보와 스카이웍스 솔루션스에서 납품받았고 블루투스, 와이파이 반도체는 브로드컴에서 생산된 반도체를 썼다. 또 오디오 반도체는 텍사스주의 시러스로직에서 샀다. 화웨이는 그러나 5월 수출금지 이후 규제품목이 아닌 다른 반도체들은 여전히 미국에서 사들이고는 있지만 규제대상인 부품은 자체개발이나 다른 나라 업체들을 통해 사들이고 있다.

포말하우트 분석에 따르면 5월 이후 출시된 Y9프라임, 메이트 등 화웨이 스마트폰에는 자체개발한 부품과 미국 이외의 다른 나라에서 수입한 부품들이 들어가 있다. 메이트30의 경우 오디오 반도체는 시러스로직이 아닌 네덜란드 NXP 반도체의 제품이 들어갔다. 또 중계탑에 연결하는 반도체는 화웨이가 반도체 개발을 위해 사내에 설치한 하이실리콘에서 생산된 반도체로 교체됐다.

서스퀘하나 인터내셔널그룹의 반도체 애널리스트 크리스토퍼 롤랜드는 "화웨이가 미국 부품이 들어가지 않은 이 고급 주력 스마트폰을 들고 나왔을 때 이는 화웨이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확실히 보여줬다"면서 최근 화웨이 경영진을 만났을 때 그들로부터 미국 부품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이렇게 빨리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점에 놀랐다고 말했다.


지난해 미국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제품 110억달러어치를 사들였던 화웨이에 대한 수출금지는 미국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 악화로 곧바로 연결되고 있다. 코르보, 스카이웍스, 브로드컴 등 미국 반도체 업체 다수는 미국의 수출금지 조처 등을 이유로 올 실적이 악화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씨티그룹 반도체 애널리스트 아티프 말릭은 최근 분석노트에서 미국 기업들이 "중국 국내기업들로 대체될 점증하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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