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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513兆 슈퍼 예산안 법정시한 또 어긴 국회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02 17:33

수정 2019.12.02 17:33

정쟁에 매몰돼 민생은 뒷전
부실심사와 나눠먹기 여전
국회는 올해도 513조5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해야 하는 법정시한(12월 2일)을 지키지 못했다. 국회 예결위는 뒤늦게 법 규정에도 없는 소소위를 구성, 2일에도 밀실협의를 계속했다. 그러나 아직 감액심사를 마무리하지 못했으며 증액심사는 시작도 못한 상황이다. 지각심사와 부실심사, 실세 의원들의 예산 나눠먹기 등의 고질적 병폐가 고쳐지지 않고 있다.

국회는 다음 회계연도가 시작하는 1월 1일의 30일 전인 12월 2일까지 예산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해야 한다. 이는 헌법(54조 2항)에 명시된 사항이다.
국회는 국회선진화법 개정 이후 2015년부터 5년 연속으로 이 조항을 지키지 않았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르면 예결위는 예산안 심사를 11월 30일까지 마쳐야 한다. 이때까지 심사를 끝내지 못할 경우 정부원안이 본회의에 자동부의 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회는 이 규정도 지키지 않았다. 현재 진행 중인 예결위 밀실협의는 불법 소지가 다분하다. 예산안 처리 절차에 관한 국회의 헌법·법률 위반이 상습화하고 있다.

국가재정법은 정부가 회계연도 시작 120일(9월 3일) 전까지 내년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토록 규정하고 있다. 국회에 90일간의 심사기간을 보장해주기 위해서다. 그러나 국회 예결위는 90일 중 56일째(10월 28일)에야 심사를 시작했다. 이후에도 상임위 예비심사와 예결위 종합심사가 수시로 개점휴업을 했다. 사소한 절차 문제와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단식,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신청 등으로 심사가 늦어졌다. 지난해에도 470조원이나 되는 예산안을 90일 중 64일째 되는 날(11월 6일)에야 심의를 시작했다.

국회가 예산안 처리 시한을 지키지 못한 것은 심사기간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이 성실하게 심사할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매년 소중한 심사기간의 절반 이상을 정쟁에 휘말려 허비하고 있다. 그 결과 지각심사와 부실심사가 되풀이되고 있다. 여야는 이처럼 민생을 챙기는 일에는 소홀하다. 하지만 자신들의 이해가 걸린 지역구 민원성 예산을 챙기는 데는 소홀함이 없다. 국회 심의과정에서 실세의원 지역구 관련 예산이 증액된 액수만 11조원을 넘었다.

국회는 헌법과 법률을 지켜야 한다.
또한 5000만 국민의 한 해 나라살림의 근간인 예산안을 성실히 심사할 의무도 지니고 있다. 해마다 위법을 밥 먹듯이 하고도 국민에게 사과 한마디 하지 않는 국회의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국회의 자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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