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소음에 창문 못 열어" 민원 폭주...서울시 '야간집회 제동' 시사

이진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29 15:56

수정 2019.11.29 16:06

정부를 규탄하는 시민들이 지난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주최로 열린 '대한민국 바로세우기 국민대회'에 참석해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를 규탄하는 시민들이 지난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주최로 열린 '대한민국 바로세우기 국민대회'에 참석해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경찰이 청와대 인근 야간 집회를 금지하기로 한 가운데 광화문 등 인근 지역 주민들도 집회 금지를 요구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광화문 야간 집회에도 제동을 걸겠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소음 때문에 창문 못 열어"
29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이달 27일 고궁박물관에서 열린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3차 토론회'에서 광화문 인근 주민들의 원성이 쏟아졌다.

이날 효자동에 50년 이상 살고 있는 조기태 세종마을가꾸기회대표는 "집회의 자유가 헌법의 근간인 민주주의 실혈의 가치와 수단이라는 데는 이의가 있을 수 없지만 주택가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주민들이 인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조씨는 지난 8월 청운효자동 주민들이 주민 대책 회의를 하는 사진을 소개하며 "주민들이 여름에 창문을 열지 못하는 상황에 더는 참을 수 없다고 회의를 하는 장면"이라며 "소음 때문에 창문을 열 수가 없어서 (회의를 했다)"라고 토로했다.

최근 광화문과 청와대 일대에서 집회가 매일 이어지자 주민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이에 지난 19일부터 21일 사이 청운동, 효자동 주민들과 서울맹학교 학부모들이 소음, 교통 불편 등을 이유로 장기간 집회를 하는 단체들의 집회를 금지해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결국 경찰은 청와대에서 집회를 열고 있는 민주노총 톨게이트 노조와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에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야간 집회' 제한 통고를 내렸다.

그러나 여전히 광화문 광장에는 해당 조치가 없어 주민들의 불만은 여전했다. 서울 종로 사직동에서 거주하며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김모씨는 "광화문 집회 소리가 여기까지 메아리로 울린다"며 "삶의 질이 매일 떨어지고 있다"고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6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관련 3차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박원순 서울시장이 26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관련 3차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서울시, 어떤 정책 내놓을까
인근 주민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집회 제한 여론은 높아지고 있다. 경찰청이 올 8월 전국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61.9%가 집회 소음에 대한 규제강화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특히 집회 소음으로 불편했던 경험이 없는 시민 중에서도 55.7%가 규제강화에 찬성했다. 불편한 경험이 있는 시민은 81.5%가 규제강화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희훈 선문대 법·경찰학과 교수는 토론회에서 "집시법상 주거지역에 대해 집회 소음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며 "또 주거지역에서 저녁·야간 시간대 및 심야·새벽 시간대별로 소음규제 강화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2009년 '일몰 후∼일출 전' 옥외집회를 금지하고 경찰이 조건부로 허용할 수 있게 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10조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거주 지역 주민들이나 학교가 집회 금지나 제한을 요청할 경우 집시법에 따라 제한 조치가 가능하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늘어나는 집회에 칼을 빼 들겠다는 입장이다.
박 시장은 "집회와 시위 권리는 헌법이 부여하는 가장 기본적인 인권이지만, 주민을 힘들게 만들고 공공의 이익을 해친다면 그건 너무 과도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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