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국정농단 단죄한 '직권남용' 조국·백원우에 부메랑되나

뉴스1

입력 2019.11.29 13:51

수정 2019.11.29 14:13

조국 전 법무부장관(왼쪽)과 백원우 민주연구원 부원장. /뉴스1유
조국 전 법무부장관(왼쪽)과 백원우 민주연구원 부원장. /뉴스1유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관련 의혹을 받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두번째 소환 조사를 마친 뒤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 지하주차장을 통해 차량으로 귀가하고 있다. 2019.11.21/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관련 의혹을 받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두번째 소환 조사를 마친 뒤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 지하주차장을 통해 차량으로 귀가하고 있다. 2019.11.21/뉴스1 © News1 허경 기자


백원우 민주연구원 부원장. /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백원우 민주연구원 부원장. /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55)의 '감찰 무마' 의혹과 경찰이 청와대의 첩보를 이첩받아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 비리 혐의를 수사했다는 '하명(下命) 수사'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조국 전 법무부 장관(54)과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53)이 두 사건의 핵심인물로 동시에 등장하며 주목받고 있다.

조 전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유 전 부시장의 비위를 확인하고도 주변의 외압으로 유 전 부시장의 감찰을 중단하라고 지시했거나, 백 전 비서관이 김 전 시장에 대한 수사에 관여한 의혹 등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조 전 장관과 백 전 비서관에게는 직권남용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형법 제123조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최근 법원에서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이른바 '국정농단'으로 기소된 피고인들의 직권남용 혐의를 인정하고 있는 추세다.


일각에서는 전 정권 인사들에게 엄격하게 들이댄 직권남용의 잣대가 조 전 장관이나 백 전 비서관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이정섭)는 금융위원회 재직 당시 업체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된 유 전 부시장의 청와대 감찰 무마 의혹을 본격적으로 수사하고 있다.

이미 검찰 조사를 받은 특감반원 상당수가 감찰 중단을 지시한 배후로 조 전 장관을 지목하고 있어 조 전 장관에 대한 소환조사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검찰은 또 '유재수 국장의 사표를 받는 게 좋겠다'는 취지의 감찰 결과를 금융위에 직접 통보한 백 전 비서관도 조만간 불러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조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 민정수석 재임당시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유재수 전 부시장에 대한) 첩보를 조사한 결과 해당 비위 첩보 자체의 근거가 약하다고 봤다"면서 "민정수석실 안에서 금융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민정비서관실의 책임자인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에게 금융위에 통지하라고 내가 지시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박형철 청와대 민정수석실 반부패비서관이 최근 검찰 조사에서 ‘조 전 수석이 주변에서 전화가 너무 많이 온다고 한 뒤 감찰 중단을 지시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져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다.

만약 조 전 장관이 정당한 사유없이 유 전 부사장에 대한 감찰을 중지시켰다면 직권남용 혐의가 적용된다.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민정수석이 감찰을 중단하도록 지시했다면 그럴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며 "단순 '봐주기'였다면 자기 권한을 넘어 남용에 이른 정도이므로 직권남용이 된다"고 말했다.

백 전 비서관의 경우는 금융위에 전달한 정확한 내용이 무엇이었느냐에 따라 혐의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검찰 출신의 변호사는 "백 전 비서관이 금융위에 전달한 내용이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이 있었는데 중단됐다'는 사실통보였는지, 아니면 '어떠한 사정이 있으니 문제삼지 말고 사표를 수리하라'는 내용이었는지가 중요하다"며 "단순 사실통보라면 문제삼기 어렵겠지만 유 전 부시장이 처벌을 받아선 안 된다는 의도를 가지고 말을 했다면 (조 전 장관과) 직권남용의 공범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통상적으로 공무원에 대한 징계통보가 올 경우 징계처분이 끝난 후에 사표를 수리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최종구 당시 금융위원장은 유 전 부시장에 대한 비위 사실을 통보받고도 별다른 조치 없이 사표를 수리했다.

만약 최 전 위원장이 타인의 의도에 따라 유 전 부시장의 비위를 무마하기 위해 사표를 수리한 것으로 드러난다면 최 전 위원장도 직무유기로 처벌 받을 가능성이 있다.

경찰이 '청와대의 하명'을 받아 김 전 시장의 뇌물수수 의혹을 수사하고, 압수수색 계획 등을 사전에 보고했다는 의혹에서도 조 전 장관과 백 전 비서관의 이름이 등장한다.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에 김 전 시장에 대한 비위 첩보가 입수된 시기는 2017년 11월 초중순쯤이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고 해당 첩보를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에게 전달한 이가 민정비서관이던 백원우 민주연구원 부원장이었다.

이에 대해 백 전 비서관은 28일 ‘해명 자료’를 내고 "특별히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많은 내용의 첩보가 집중되고 또 외부로 이첩된다"며 "반부패비서관실로 넘겼다면 이는 울산 사건만을 특정해 전달한 것이 아닐 것이다. 그 정도로 중요한 사안이었거나 정치적 사안이 아니라 통상적인 반부패 의심사안으로 분류, 일선 수사기관이 정밀히 살펴보도록 단순 이첩한 것 이상이 아니라는 뜻"이라고 밝혔다.

첩보 이첩이 '통상적인 업무처리'였음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는 충분한 해명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국정농단 재판에서 같은 취지의 변론을 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민간인·공무원 불법사찰 혐의로 기소된 우 전 민정수석은 지난해 10월 1심 재판과정에서 "당연한 업무관행으로 생각했던 일이 정권이 바뀐 이후 범죄로 여겨져 기소에 이르렀다"며 "공무원이 일상적으로 하는 일에 직권남용이 적용돼 수사권이 발동된다면 공무원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우 전 민정수석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유죄를 선고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민정수석실의 업무가 포괄적이라 이런저런 일이 가능하다는 설명인데 ,두 사람(백 전 비서관과 우 전 민정수석)의 주장에 큰 차이는 없어보인다"고 말했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이 사건에서 검찰이 첩보의 성격을 자세히 들여다 볼 것이라고 예측했다.


첩보가 일반적인 제보였는지, 누가 제보했는지, 어떤 목적이었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만약 김 전 시장에 대한 수사에 선거개입의 의도가 있었다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에는 조 전 장관과 백 전 비서관도 처벌을 피하기 어렵게 된다.


검찰 출신의 변호사는 "첩보가 단순 제보이고, 정식루트를 거쳤고, 울산경찰청에서 자체 판단에 따라 수사를 진행했다면 문제가 없다"면서 "그러나 선거개입의 의도가 있다고 밝혀진다면 선거에 대한 공직자의 부당한 개입이 있었던 것이므로 감찰무마 건보다 훨씬 더 큰 사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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