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지소미아 합의 이틀 만에 파열음…"정상화-충돌 갈림길"

뉴시스 입력 :2019.11.25 16:18 수정 : 2019.11.25 16:18

국립외교원, '국제 정세 변화와 한일 협력' 국제회의 "1965년 후 한일관계 최악, 역사 이어 안보 갈등" 윤영관 前외교통상장관 "한일 신뢰 부족 안타까워" 日학자 "韓 화이트리스트 원상복귀하는 일 없을 것"

[서울=뉴시스]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일본연구센터는 25일 서울 서초동 국립외교원에서 '국제 정세 변화와 한일협력: 한일의 대외전략과 미래비전'을 주제로 국제회의를 개최했다.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국현 기자 =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의 조건부 중지 결정을 놓고 이틀 만에 파열음이 나오자 전문가들 사이에서 한일 관계가 정상화와 파국의 갈림길에 서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에 대해 일본 학자는 수출 규제 협의에 관한 한국과의 시각차를 재확인하며, 향후 지소미아 논란이 재개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일본연구센터는 25일 서울 서초동 국립외교원에서 '국제 정세 변화와 한일 협력' 국제회의를 진행했다. 한일 전문가들은 한국과 일본의 대외 구상 및 전략을 분석하고, 미래 지향적인 한일관계 구축 방안을 주제로 토론을 진행했지만 청중의 관심은 지소미아 조건부 유예 후 한일 간 갈등 배경과 향배에 모아졌다.


앞서 한국 정부는 지난 22일 지소미아 종료를 앞두고, '언제든지 한일 군사비밀보호협정의 효력을 종료시킬 수 있다는 전제 하에 2019년 8월23일 종료 통보의 효력을 정지한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한일 간 수출관리 정책 대화가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동안 일본 측의 3대 품목의 수출 규제에 따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 절차를 정지키로 했다.

이에 대해 일본 신문은 정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한국이 미국의 압박과 압력에 굴복한 것" "일본 외교의 승리" "퍼펙트 게임"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한일간 합의를 평가절하하는 일본 언론의 보도에 대해 '견강부회(牽强附會·가당치도 않은 억지 주장)라며 "우리를 시험해 보라(You try me)"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일본연구센터소장은 "최근 한일 관계는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최악이라고 말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의 강제 동원 판결 이후 일본이 상응하는 보복 조치로 한국을 수출 통제 우대국 명단에서 배제하고, 핵심 반도체 소재의 수출 심사를 강화했다. 최근 지소미아 종료 파동도 있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지난 며칠 사이에 상당히 봉합돼 다시 한일 관계가 정상화로 갈지, 지난 며칠 동안 봤던 것처럼 다시 티격태격 갈지 갈림길에 있다"며 "양국간 역사 문제에 이어 안보 문제까지 복합적인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그는 "연구원에서 일하며 한일간 대화 속에서 불일치 부분을 적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면서 "한국은 남북 관계의 개선과 평화 정책을 어떻게 할지가 어젠다라면 일본은 북핵에 대한 군사권 대응을 어떻게 강화할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국과 일본 간 동아시아를 보는 정세관의 차이는 다소 있다"고 한일 갈등의 원인을 짚었다.

다만 그는 "한국과 일본은 북한 문제 해결, 역내 안보 위협, 중국 부상, 미·중 세력 경쟁에 대해 같이 대응해야 하는 같은 상황이다"며 "동북아가 미중 경쟁과 북한 문제 해결이라는 과제를 풀어야 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일본과 어떻게 관계를 구축하고 해결할지 중요한 숙제"라고 밝혔다.

[나고야(일본)] 전진환 기자 = 강경화 장관이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과 23일 오후(현지시각) G20(주요 20개국) 외교장관회의가 열린 일본 나고야 관광호텔에서 양자회담을 하기위해 자리로 향하고 있다. 2019.11.23. amin2@newsis.com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한일이 전략적 차이를 극복하고 공동의 협력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양측의 국가 이익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 선다고 하더라도 신뢰에 문제가 있다"며 "지소미아 유예 합의가 이뤄졌으면 별도로 언론 대응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는 게 당연한데 이를 만들어낼 정도로 한일 관계가 쌓여 있지 못하다. 모양새가 안 좋다는 표현을 썼지만 지금 그런 상황이기 때문에 안타까움이 많이 솟아난다"고 말했다.

김기정 연세대 교수는 "역사 문제에 대한 상호 이해의 폭이 협소해 차이가 있다"고 근본 원인을 짚었다. 그는 "한일 관계가 최악이라고 했지만 1974년 문세광 사건 때는 특사를 보내야할 정도로 험악했다. 돌이켜보면 가장 최악은 식민지 치하였다"며 "한일 관계는 앞으로 갈등이 생기고, 봉합해 나가고 또 근본 문제를 협의하면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역사 문제에 대해서는 한국이나 일본 정부가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없다. 역사 문제를 입구에 세워두면 안 된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안 된다면 다른 문제가 훼손된다"며 "민간 차원에서 혐한, 반일 정서는 수면 아래 있다가 격발 요인이 있으면 드러난다. 나빠지면 다음 정부에서 봉합해도 관성으로 남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한일이 반공과 불완전한 식민지 청산을 대체하는 이해 접점을 찾아야 한다"며 "냉전형 대립보다는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 공존 질서' 형성 과정에서 한국과 일본은 공동 이익을 모색하고, 한국과 일본이 미중 관계 사이에 존재한다는 공통점 즉, 중견국으로서 협력과 연합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도쿄=AP/뉴시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2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한국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발표 관련 기자들에게 발언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한국이 전략적 관점에서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의 조건부 연기 발표는 만료를 불과 6시간 남기고 결정됐다. 2019.11.22.
한편 이날 일본 측 학자로 참여한 코타니 테츠오 일본국제문제연구소 주임연구원의 발언에도 관심이 모아졌다.

그는 "지소미아가 (종료의) 효력 상실이 정지된 것은 일본 입장은 물론 넓은 지역 차원에서도 좋은 일이었다"며 "포인트는 한국 측이 세계무역기구(WTO)에 대한 제소를 중단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최근 불거진 한일간 입장차에 대해 "일본에서는 '정책 대화'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일본에선 어디까지나 한국의 수출 관리, 무역 관리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자리라고 규정짓고 있지만 한국은 무역 협의라고 규정해 화이트리스트 복귀를 협의하는 장소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인식 차이가 존재한다"고 봤다.

특히 그는 "한국 정부 안에서 일본이 갖고 있는 인식과 어느 정도로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표면적으로 일본에게 인식을 공유해 달라고 할 수 없었지만 진정으로 인식을 공유하고 있는지가 관건"이라며 "과장급, 국장급 협의 대화에서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에 원상복귀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그 점에서 한일 간에 인식 차이를 전전한다면 지소미아를 둘러싼 문제는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며 "트랙 2의 자리를 활용해 한일 간 인식 차이를 메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lgh@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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