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갈등 돌파구 뚫었지만…정상회담·징용 해법 '첩첩산중'

뉴시스 입력 :2019.11.22 22:46 수정 : 2019.11.22 22:46

정부, 한일 수출규제 당국간 대화 물꼬 의미 평가 日 "지소미아 수출 관리, 전혀 다른 문제" 선 긋기 징용 해법 여전히 평행선, 연말까지 낙관 어려워 양국 외교장관 내일 회담…한일정상회담 등 조율

[도쿄=AP/뉴시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2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한국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발표 관련 기자들에게 발언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한국이 전략적 관점에서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9.11.22.
[서울=뉴시스]이국현 기자 = 23일 0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이 종료를 6시간 앞두고, 정부가 조건부 연장 방침을 발표하며 악화일로를 걷던 한일 관계가 파국을 면했다.

정부는 한일 당국이 화이트리스트 배제(수출절차 간소화 국가)를 의제에 올려놓고 적극 대화를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일본 나고야에서 열리는 G20 외교장관회의 참석을 위해 방일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과 만나 12월 한일 정상회담 의제 등을 협의키로 하는 등 한일 갈등의 돌파구가 보이고 있다.

다만 일본 정부가 "지소미아 문제와 수출관리 문제는 전혀 다른 문제"라고 선을 그으며 입장 차를 드러내 낙관적인 상황이 계속될지는 불투명하다.
일본 수출 규제의 원인이 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 문제와 관련해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한국 정부는 실질적인 수출 규제 해제 조치로 이어지지 않은 경우 예정대로 지소미아를 종료하고,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절차를 재가동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연말까지 팽팽한 긴장감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靑 "지소미아 종료 통보, 효력 정지키로"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오후 6시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우리는 언제든지 한일 군사비밀보호협정의 효력을 종료시킬 수 있다는 전제 하에 2019년 8월23일 종료 통보의 효력을 정지키로 했다"며 "일본 정부는 이에 대한 이해를 표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또 한일 간 수출관리 정책 대화가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동안 일본 측의 3대 품목의 수출 규제에 따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 절차를 정지키로 했다.

같은 시각 일본도 "현안 해결에 기여하도록 과장급 준비 회의를 거쳐 국장급 대화를 해 양국의 수출관리를 상호 확인한다"며 "한일 간 건전한 수출 실적의 축적 및 한국 측의 적정한 수출관리 운용을 위해 (규제대상 품목과 관련한) 재검토가 가능해진다"고 발표했다.

한국 정부는 일단 수출 규제와 화이트 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국가) 배제 조치를 해결하기 위해 지소미아를 조건부 연장한 뒤 일본을 압박해 수출 규제 철회 조치를 이끌어 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일본 역시 수출규제 조치 문제를 전향적으로 재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의 지소미아 연장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가운데 한일 양국이 한걸음씩 물러나는 모습을 보이며 지소미아 종료로 인한 후폭풍을 피했다는 평가다.

다만 일본이 적극적으로 수출 규제 해소에 나설지는 불투명하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한국도 전략적 관점에서 판단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모테기 도시미쓰 외상은 수출 규제 재검토에 대해 "지소미아 문제와 수출 관리 문제는 전혀 다른 문제"라며 재검토할 필요는 없다고 시사해 한국 정부와 뚜렷한 시각 차를 드러냈다.

그간 일본은 수출 규제와 지소미아 연계에 선을 그은 채 강제징용 피해 보상 문제를 우선 해결해야 한다고 맞섰다. 하지만 정작 이번 논의에서 강제 징용 문제는 다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정부 당국자는 "한일 관계에서 터닝포인트가 되길 희망하지만 강제징용 문제도 금방 해법이 보이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낙관할 수 없다"고 밝혔다.

[도쿄=AP/뉴시스]고노 다로 일본 방위상이 22일 도쿄 공관에서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유예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고노 방위상은 "지소미아 종료 유예가 일시적인 것으로 이해한다"며 "지소미아가 제대로 연장되는 것이 중요하므로 한미일 3국이 연대해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9.11.22.

◇지소미아 종료 가닥→조건부 연장 급반전

지소미아는 한국과 일본이 2016년 11월23일 군사정보 직접 공체결한 협정이다. 다른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 또는 약정에서 유효기간을 따로 정하지 않거나 5년으로 정한 반면 일본과 유효기간은 1년으로 정했다. 이후 2017년, 2018년 두 차례에 걸쳐 자동 연장됐다.

하지만 정부는 올해 8월22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회의를 통해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하고, 일본에 통보했다. 일본 정부가 지난 7월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대(對)한국 수출 규제 조치를 취한 데 이어 8월2일 '안보상 문제가 발생했다'는 이유를 들어 우방국가인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한 데 따른 대응이다.

지소미아 종료 전날까지만해도 정부는 일본의 전향적인 조치가 없다면 지소미아를 종료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전날 오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의를 진행한 데 이어 이날 오후에도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NSC 상임위를 열고 지소미아 해법을 논의하며 긴박하게 움직였다.

일본 G20 외교장관회의 참석을 확정짓지 않았던 강경화 외교부 장관 역시 이날 오후 방일을 확정하고 일본 나고야로 떠났다. 강 장관은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과 만나 한일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특히 오는 12월 한일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의제 조율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은 지난 18일부터 1박 3일 일정으로 미국 워싱턴 D.C.을 극비리 방문해 백악관 고위 관계자를 비롯한 국무부 주요 인사들을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최근까지 한일 양국 간에 외교 채널을 통해 매우 실질적인 협의를 진행했다"며 "정부는 기본 원칙을 유지해가면서 일본 수출 규제 조치에 대한 현안 해결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양국간 대화를 재개한 후 이에 따라 조건부 지소미아 종료 효력과 WTO 제소 절차 진행을 잠정 중단하는 방안에 합의하게 됐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시민들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주한미국대사관 인근에서 열린 지소미아 완전 종료를 촉구하는 긴급촛불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오후 6시께 지소미아 종료 통보 효력 정지 입장을 밝혔다. 2019.11.22. 20hwan@newsis.com
◇美 지소미아 조건부 결정에 역할 했을까

외교가에서는 정부의 지소미아 조건부 연기 막후에 미국의 역할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정부는 미국의 역할론에 대해서는 언급을 삼갔다.

앞서 미국 고위 관료들이 잇따라 한국을 찾아 잇따라 지소미아 연장을 압박했다.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G20외교장관회의 하루 전인 21일 일본을 찾아 외무성 관계자들을 접촉한 후 지소미아 종료를 막기 위한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미국은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지소미아를 핵심 축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지소미아가 종료될 경우 한미일 안보 협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을 압박해 왔다. 미국 상원은 한국 정부에 지소미아 연장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하고 역내 안보 협력을 저해할 수 있는 조치의 해결을 촉구하기도 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그간 국방부는 SCM(한미 안보협의회의) 회의 계기 등 미 국방장관을 포함한 미측 주요 인사와 각종 협의 및 접촉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우리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한 배경을 설명하고 일측의 태도 변화를 위한 미측의 역할을 적극 요청해왔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lgh@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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